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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 일본에서 입을 열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 일본에서 입을 열다
“경력단절, 육아, 진로고민, 나에게도 자책하던 시간이 있었다”
  • 도쿄=김민정 기자
  • 승인 2019.02.2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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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프레스맨) 김민정기자 =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82년생 김지영>을 발간한 출판사 치쿠마쇼보는 8만부가 발행되었다고 발표했다. 일본 아마존에서는 시간당 판매랭킹 문예부문에서 일본 작품들을 제치고 20일 현재 3위에 올라있다. 참고로 문예부문 1위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2위는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시리즈 중 하나다. 한국문학 불모지인 일본에서 <82년생 김지영>의 인기는 이례적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19일 조남주 작가가 일본을 찾았다.

기자 회견에서 <82년생 김지영>과 <현남오빠에게>를 소개하는 조남주 작가(사진 오른쪽)와 시인이자 번역가 사이토 마리코(斎藤真理子) (사진=김민정기자)

기자회견에서 조남주 작가는 먼저 “이렇게 많은 일본 독자들이 읽어주리라곤 예상치 못해, 매우 기쁘다”고 입을 열었다. “일본소설이 한국에서 번역 출판되어 인기를 누린지 오래이나 최근 일본에서 한국 소설이 번역 출간되는 일을 반갑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작가는 주인공을 ‘82년생 여성’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한국의 80년대는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가치관의 발전도 있던 시대였지만, 동시에 산아제한정책으로 인해 예전처럼 자녀를 많이 낳아 키우는 시대가 아니었다. 가정내에서 적은 수의 자녀에게 많은 지원을 하던 시기였지만, 남아선호 사상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 여아를 낙태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80년대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80년대는 남녀출산 비율 차이가 가장 컸던 시대로, 그 안에서 혼란을 겪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방황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며 자신이 여성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답을 제시했다.

조 작가는 통계에 따라 이 책을 썼다고 강조하며 자신도 경력단절을 겪고 아이를 키우면서 진로를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당시 내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 내가 불성실해서 또는 능력이 없어서라고 자책하는 시간도 길었지만, 나의 선택이 사회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조금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고 말하자, 기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회견에는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조남주 작가에 대한 주목도를 실감하게 했다. (사진=김민정기자)

끝으로 조 작가는 소설을 통해 사회가 어떻게 변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대해 “서지현 검사 성희롱 재판에서 가해자가 실형을 받았고, 당시 서지현 검사가 82년생 김지영을 인용하기도 했다”며 “미투 운동의 결과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보육과 고용에 관련된 ‘82년생 김지영 법안’이 발의되었고, 결과를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사회 변화와 함께 계속 기억되는 소설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후에는 조남주 작가와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가와카미 미에코(川上未映子)작가의 특별대담이 열렸다. 한일의 주목받는 여성 작가의 대담에 400석은 일찌기 매진되었다.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영상을 라이브로 시청하는 ‘라이브 뷰잉’도 함께 진행되었는데, 이 라이브 뷰잉 역시 금세 동이 났다고 한다.

<82년생 김지영>을 인상깊게 읽었다는 나가사키 도모에는 “앞부분의 그다지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취직, 결혼, 출산 부분은 자신과 주변 친구들이 떠올라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나를 포함해 일본에는 페미니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은 일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놓아, 공감하기 쉬웠다. 페미니즘의 기초로 매우 좋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동양경제일보사 이상태 기자는 “여성문제를 ‘마지막 식민지’라고 부르는데, 82년생인 젊은 여성이 사회의 압박을 느끼며 사는 현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남성들이 여성 위에 서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지 자문을 반복하며 함께 사회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에는 조남주 작가의 단편이 수록된 <현남 오빠에게>가 발간된다. 이 책이 일본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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