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2003년부터 검출방법 바뀐적 없다"
녹십자 "적십자 기준에 따라 납품했을 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와 GC녹십자MS 간 혈액백 입찰 담합 의혹과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김승종기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와 GC녹십자MS 간 혈액백 입찰 담합 의혹과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김승종기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와 GC녹십자MS 간 혈액백 입찰 담합 의혹과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적십자와 GS녹십자MS측은 여전히 '적법한 입찰 과정에 의한 낙찰'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GC녹십자MS(이하 녹십자)는 2003년 12월 GS녹십자에서 분사한 GC녹십자의 자회사로 진단시약과 혈액백, 혈액투석액, 가정용 의료기기 등의 사업을 한다. 녹십자가 지분 42.10%를 보유하고 있으며 허일섭 GC녹십자 회장도 17.1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해당 의혹은 지난해 10월 22일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신동근의원이 "적십자가 입찰조건을 바꿔 국내기업만 낙찰받는 결과를 낳았다"며 "적십자-녹십자는 동맹 이상의 담함관계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부터다.

혈액백은 헌혈에서 수혈까지 혈액제제를 안전하게 보관 할 수 있도록 만든 항응고제가 포함된 제품으로 주로 혈액사업을 영위하는 업체에서 사용하는 제품이다. 

신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혈액관리본부 혈액백 구매계약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적십자의 혈액백 입찰 자격 요건이 매번 바뀐 탓에 2011년 이후 입찰 시마다 약 100억 원 규모로 낙찰 받은 녹십자에 반해, 2011년 부터 입찰을 준비해 온 글로벌 제약사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이하 카비)는 2017년까지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우여곡절 끝에 응찰에 참여한 카비는 '포도당 함량 미달'로 또다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적십자의 혈액백 품질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적십자가 입찰 공고에 명시한 포도당 함량 수치는 리터(ℓ)당 30.30~33.50g이었는데, 카비의 혈액백 포도당은 28.58~28.97g에 불과했다. 녹십자의 포도당 함량 수치는 31.07~31.75g으로 기준을 통과했다.

핼액백 안에는 피가 굳지 않게 유지하는 항응고제가 들어가는데, 포도당이 핵심 성분이다. 즉, 금번 입찰에 탈락한 카비의 혈액백은 포도당 함량 기준 미달로 탈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특히 적십자는 지난 2003년 부터 혈액백내 포도당 함량 측정시 포도당만을 검출하는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카비는 "혈액백 내 포도당 함량 측정은 포도당과 과당을 합산한 '당정량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국제 기준인 카비의 제품을 탈락시키기 위해 적십자와 녹십자가 자의적인 기준을 만들어 맞춘 것"이라고 담함 의혹마저 제기한 상태다. 

카비가 주장하는 '당정량법'에 쓰이는 시약은 포도당에만 반응하지 않고, 과당·맥아당·유당 등 모든 환원당에 반응한다. 다시 말해 당정량법은 포도당·과당을 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혈액백 제조 과정에서 최초 투입된 포도당은 멸균 등 열에 의한 변성으로, 10%가량은 과당 등으로 변한다.

반면 적십자사의 포도당 검출 방법인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법'은 서로 다른 물질인 포도당·과당을 구분한 결과치를 보여준다. 즉 HPLC법은 당정량법보다 더 적은 수치의 포도당을 검출하는 것으로 보여 HPLC법을 통해 순수한 포도당만을 기준으로 삼은 녹십자 혈액백의 포도당 함량이 높아 오히려 더 적합한 제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국내 혈액백은 미국 약전(UPS)에 따라 제조하고 있다. 적격 혈액백의 포도당 분말 함량은 리터당 31.9g. 주변환경에 대한 오차를 고려해 허용 기준치는 30.3∼33.5g으로 정하고 있다. 포도당은 혈액백 증기멸균 과정에서 일부 과당으로 변성된다. 카비가 검출 방법을 문제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기준을 적용하면 카비의 포도당 함량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 실제 당정량법을 적용한 카비의 자체 시험성적서를 보면 혈액백 내 포도당 수치는 리터당 31g으로 적십자 기준에 부합한다.

문제는 이 과당을 포도당 함량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여부이지만, 국내 학계나 해외 대부분의 국가는 포도당과 과당을 합산한 값을 ‘혈액백 내 포도당’ 수치로 계산하고 있다. 실제 혈액백을 감독하는 주무부처인 식약처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식약처는 “포도당 정량 시 포도당·과당을 합한 결과값을 기준으로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학계 역시 카비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실상 과당을 빼고 포도당 수치로만 품질평가를 진행했다는 적십자 측 주장에 상반되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부적격 판정을 받은 카비의 경우 이미 130여 국가에 혈액백을 납품중이기에 기준에 미달될 수 없단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이에 일각에선 "처음부터 녹십자에게 유리한 입찰"이었단 설이 돌고 있다. 애초 공개입찰이 아닌 사실상 수의계약이었단 의미다. 이와 관련하여 적십자 관계자는 "적십자가 ‘과당을 빼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2003년부터 지금까지 당정량법 보다 향상된 검출 방법인 HPLC법을 적용해 왔다.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반박했다. 

녹십자 역시 담합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혈액백을 제조하는 업체이고, 이를 낙찰받은 업체로서 적십자 기준에 따른 입찰 공고 요건에 맞춰 납품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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