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쿠라구미 설립한 전직 조폭 구라모토 씨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시작”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일본 고가네이(小金井)시에는 과거 조직폭력단과 같은 범죄 조직에 몸담았던 이른바 ‘사연있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사무소가 있다. 구라모토 소우(倉本宙雨) 씨가 운영하고 있는 ‘다카쿠라구미(高倉組)’는 일반적인 취업이 어려운 전직 조폭 등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현역배우예능사무소’다. 올해부터는 사업 범위를 확장해 전과가 있는 사람들의 취업 지원도 시작했다.

다카쿠라구미는 일반적인 취업이 어려운 전직 조폭 등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2011년에 설립된 예능사무소다. (이미지: 다카쿠라구미 홈페이지 홍보영상 캡쳐)<br>
다카쿠라구미는 일반적인 취업이 어려운 전직 조폭 등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2011년에 설립된 예능사무소다. (이미지: 다카쿠라구미 홈페이지 홍보영상 캡쳐)

“택시 드라이버가 되고 싶어 면접을 봤는데 얼굴을 보자 마자 ‘역시 안되겠다’고 하며 거절했다”

‘다카쿠라구미’에 소속 중인 아루후 리만(或布理萬) 씨는 조직폭력단에서 나온 이후 사회의 문을 두드리며 겪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사회 복귀를 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을 느꼈다”며 지난 시절을 떠올렸다.

‘다카쿠라구미’는 2011년 만들어졌다. 구라모토 씨 역시 과거 어둠의 세계에 있다 밖으로 나와 그라비아 모델 스카웃 일, 암표상 일 등을 전전했다. 그러다  동일본대지진 발생을 계기로 “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 대해 분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자신의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살리고 싶어 고민 끝에 찾은 답이 ‘다카쿠리구미’였다.

‘다카쿠라구미’에는 현재 약 70명이 소속되어 있다. TV프로그램에 조폭 역할과 같은 악역 전문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악역 캐릭터용 의상 및 악세사리를 수배하는 일도 한다. ‘다카쿠라구미’에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5년 이상 반사회적 세력과의 관련이 없어야 하고, 지켜야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 등 정해진 룰이 있다. 

패션잡지 PRODISM(No.20)의 구찌 특집에 다카쿠라구미 멤버가 모델(손)로 출연했다. (이미지: 다카쿠라구미 홈페이지)

이곳에 소속된 이들은 모두 직업을 갖고 있지만 하나같이 ‘사회 복귀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고 입을 모았다. 악역 캐릭터를 연기하기에는 유리한 용모들이지만 취업 현장에서는 발목을 잡히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다카쿠라구미’ 멤버이자 건축업에 종사중인 요시다 마루(吉田丸) 씨와 손잡고 전과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기숙사가 함께 제공되는 일자리 지원을 시작했다. 요시다 씨는 “받아주는 곳이 잘 없는 게 사실이다. 나같은 경우는 어쩌다 운이 좋아 잘 풀렸지만 보통은 사회 복귀가 어렵다”고 말했다. 

구라모토 씨 역시 “우리 같은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노력 안 하면 인정받을 수 없다” 고 했다. 그는 “ ‘다카쿠라구미’ 활동을 통해 사람들의 응원을 받고, 또 이름도 알려지면서 다시는 조폭의 길로 돌아가지 않을 거란 마음이 생긴다”며 활동의 의의를 강조했다.

다카쿠라구미에 소속되어 배우 등의 일을 하고 있는 멤버들 (이미지: 다카쿠라구미 홈페이지)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경찰 등의 지원으로 인해 폭력단에서 이탈한 이들의 수는 약 640명으로, 이 가운데 같은 해에 지자체의 ‘사회복귀협의회’를 통해 취업한 사람은 37명 뿐이다. 또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폭력단을 이탈한 인원 수는 9,195명에 이르지만, 이탈 후 2년 동안 다시 검거되는 숫자가 2,660명이나 된다. 범죄 유형으로는 절도가 전체의 12.3%를 차지하며 범죄 수법으로는 가게 등에서 물건을 사는 척 하면서 슬쩍 하는 생계형 범죄 형태가 가장 많았다.

폭력단원의 이탈 및 취업 지원에 가장 힘을 쓰고 있는 곳 중의 하나인 후쿠오카(福岡) 현에서는 2018년 4월부터 새로운 지원 제도를 시작했다. ‘조직으로부터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거나, 금전 지원 등을 부탁할 사람이 없는 경우’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피난처의 숙박비와 면접을 위한 교통비 등이 지급된다. 12월 말까지 8명이 해당 제도를 통해 지원받았다. 

현의 담당자는 산케이 신문에 “취업 지원은 폭력단 대책 가운데서도 궁극적인 방법 중 하나다. 조직에서 이탈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시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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