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령화 급진전에 따른 방안으로 떠올라···하수도관 막힘, 환경 오염 등 과제 산적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일본에서는 고령자가 사용하는 종이 기저귀 처리 문제를 놓고 관계 당국 및 시민 사회에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사진=최지희 기자)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쓰고 난 종이 기저귀를 하수도에 바로 흘려 보낼 수 있을까. 일본의 관계 당국이 이러한 구상을 현실로 옮기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화장실에 전용 장치를 설치해 기존 하수도관과는 다른 전용 배관을 통해 흘려 보내는 방법이다. 빠르면 내후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실용화가 가능해질 전망이지만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해양오염이 세계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만큼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다. 일본 당국의 이같은 계획은 정말 실현될 수 있을까.

기저귀를 하수도에 바로 흘려 보내는 아이디어를 처음 고안한 곳은 관료 및 부동산 회사, 주택 설비 업체 등에서 일하는 여성들로 구성된 연구회다. 기저귀라 하면 보통 영·유아용을 떠올리지만 2016년 12월에 발표된 보고서에 의하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년층의 사용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오물이 묻은 종이 기저귀를 집안 쓰레기통에 보관했다 밖에 내다버리는 수고로움에서 벗어나 고령자 자신이 그 자리에서 기저귀를 처리할 수 있는 것만으로 본인은 물론 가족의 부담까지 덜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는 반응도 크다.

이같은 방안에 국토교통성은 즉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구 감소로 인해 향후 하수도 처리 능력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대학 교수 및 지자체, 업계 단체 담당자들을 불러 검토회를 열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작년 3월에 공표한 ‘검토 로드맵’에는 ①화장실에 변기 이외의 별도 장치(오물을 분리하는 장치)에 흘려 보낸 후 기저귀는 쓰레기로 회수하는 방법 ②기저귀를 장치(기저귀 파쇄 및 오물을 분리하는 장치)에 넣어 오물만을 흘려 보내는 방법 ③기저귀를 장치(기저귀 파쇄 장치)에 넣어 전용 배관을 통해 분리 없이 그대로 하수도로 흘려 보내는 방법의 3가지 안이 담겼다. 

팬티 타입의 성인용 종이 기저귀 (이미지: 유니참 홈페이지)
팬티 타입의 성인용 종이 기저귀 (이미지: 유니참 홈페이지)

실용화를 위한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올해 들어 3가지 방안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①안의 실증 시험을 시작했다. 현재 ‘파나소닉’이 위탁을 받아 장치를 개발 중으로 올해 안에 고령자 시설에 시험 설치할 계획이다. 시용 기간 중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내후년부터 실용화에 들어갈 방침이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해당 시도는 세계에서도 일본이 처음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나고야(名古屋)시의 사회복지법인 담당자는 “기저귀에서 대변을 분리할 수 있게 되면 무게도 가벼워지고 직원들의 부담도 줄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요양 시설의 경우 종이 기저귀 이용자는 하루에 20명 정도로 많을 때는 90리터 쓰레기 봉투로 세 묶음이 나올 때도 있다. 오물이 기저귀에 붙어 있는 경우 무게가 늘면서 쓰레기를 운반하는 체력적 부담도 커진다. 그는 “냄새 등을 비롯한 위생적인 면도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기저귀 처리는 노인 홈과 같은 요양 시설만이 갖는 문제만이 아니다. 기저귀 제조를 포함한 업계들로 구성된 단체인 ‘일본위생재료공업연합회’에 따르면 어른용 기저귀의 생산량은 지난해 78억개에 달했다. 7년전 보다 1.4배 늘어난 숫자로 앞으로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국토교통성은 요양 및 간병 시설 약 500곳과 고령자를 간병 중인 약 4,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종이 기저귀의 하수도 처리에 대한 사회적 니즈와 종이 기저귀 사용 매수를 전국적으로 집계할 방침이다.    

단 하수도에 종이 기저귀를 흘려 보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검토회에서는 지금까지 가장 편리한 방안인 ③안에 대해 ‘하수도관이 막혀 침수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는 등의 부정적 의견도 나왔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펄프 및 플라스틱으로 제조되는 현재의 종이 기저귀는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바다와 강으로 흘려 보내려면 신상품 개발은 필수다. 

국토교통성 하수도기획과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의 취재에 “실현 가능해지면 간병 현장의 부담 경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고령 사회의 사회 인프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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