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인기 모델 겸 탤런트 로라. 최근 인스타그램에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문제에 관련한 내용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출처: 로라 인스타그램(@rolaofficial))
(일본의 인기 모델 겸 탤런트 로라. 최근 인스타그램에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문제에 관련한 내용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출처: 로라 인스타그램(@rolaofficial))

(도쿄=프레스맨) 윤이나기자 = 일본의 탑 모델 ‘로라(ROLA)’가 자신의 트위터에 미군기지의 헤노코(辺野古)이전 문제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오키나와현의 기노완시(宜野湾市) 후텐마에 위치한 미군기지를 나고시(名護市) 헤노코에 이전하는 문제를 두고 오키나와현과 일본정부가 대립하고 있는 정치적 사안이다.

로라는 지난 달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We the people Okinawa로 검색해 봐. 아름다운오키나와의 매립을 모두의 목소리가 모이면 멈출수도 있어. 이름과 메일어드레스를 등록하기만 하면 되니까 백악관에 이 목소리를 전하자”라며 오키나와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의 헤노코이전공사 중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로라는 일본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52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스타로, 2018년 기준 그녀가 출연한 CF는 12개에 달해, 여자 연예인 중 세 번째로 많다. 대중적인 영향력을 갖춘 그이기에 이번 정치적 발언을 두고 진행중인 CF에서 하차시켜야하는 것 아니냐는 등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여배우 다카기 미호(高木美保)는 “박수갈채를 보낸다”고 로라의 발언을 전면지지하며 “유명인이나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을 터부시하는 발상이 바뀌는 시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또 로라의 소식을 전하던 TBS의 간판 아나운서 테리 이토(テリー伊藤)는 “이 정도의 발언으로 CF에서 자르는 회사는 대체 뭔가”라고 코멘트하자 일본의 유명 성형미용외과 다카스클리닉(高須クリニック)의 다카스 원장은 “스폰서의 자유다. 나라면 하차시키겠다”라고 트위터에 반대의견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에 개그콤비 우먼러시아워의 무라모토 다이스케(村本大輔)가 “진보적인 발언을 한 연예인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은 연예인 뿐만 아니라 진보적인 발언을 모두 묵살시키고 이 나라의 목소리가 ‘우파’뿐인 것처럼 들리게 한다”며 “권력이 언론의 자유를 협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다카스 원장은 “우먼군을 계몽(啓蒙)하겠다. CF는 기업의 이미지 향상을 목적으로 제작된다. 연예인은 CF의 소재이고 소재를 고르는 것은 스폰서의 자유이다. 내 (회사의) CF는 시대에 맞춰 소재를 찾기도 버리기도 한다. 이게 보통이다”고 트위터를 갱신했다. 그는 심지어 “우먼군을 CF에 사용해도 기업이미지가 향상되지 않기 때문에 오퍼가 안 오는 것이다. 그러니 하차할 일도 없다”고 조롱섞인 멘트까지 더해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다.

일본 연예계는 지난 2016년 도쿄도지사 선거시에 배우 이시다 쥰이치(石田純一)가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통합”을 호소한 이후 각 방송국들이 이시다가 출연하는 방송이나 CF를 중시시키자, "해당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정치적 발언은 할 수 없게 됐다"고 이시다 소속사가 입장을 발표하면서 출연금지 등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증폭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연예인과 같이 대중적 영향력이 있는 인물의 정치적 발언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특히 CF 계약을 맺고 있는 연예인들의 정치적 언동을 금기시 하는 분위기가 만연돼 있다.

한 방송국 관계자는 로라의 발언에 대해, "찬반이나 좋고 나쁨을 가리는 것을 떠나 ‘물의를 일으킬 수 밖에 없는 행동’인 것은 틀림이 없다"며 "어떠한 정치활동을 하든 개인의 자유이지만 많은 CF 계약을 맺고 있는 연예인의 행동으로서는 금기를 어겼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연예계에 대한 시선이 미국 등 다른 민주주의국가에 비해 너무 보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영화배우 제니퍼 로렌스가 ‘부패한 정치체제’라며 비판하고, 지난해 중간선거에서는 힙합가수 카녜 웨스트가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지지하는 등 유명인사들의 정치적 발언이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저널리스트이자 니혼TV의 ‘NEWS24’의 전 해설위원이었던 홋타 요시오(堀田 佳男)는 “로라씨의 의견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은 보수적인 사회로 이러한 풍조가 미국처럼 갑자기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고, 이번 로라씨의 정치적인 발언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더라도 앞으로 진보적인 발언을 하는 연예인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일본 사회의 보수적인 잣대를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단 나쁜 흐름은 아니므로 조금씩 연예인도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지않을까”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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