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 신사 및 사찰 전자 화폐 결제 확대…급증하는 중국 참배객 겨냥?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아타고 신사의 사이젠바코. 아타고 신사에서는 한해의 업무 시작일에 한해 현금 대신 전자 결제가 가능하다. (이미지: 아타고 신사 홈페이지)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일본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1월 1일이면 인근 신사나 사찰에 찾아가 하츠모우데(初詣)를 통해 한 해의 시작을 기원한다. 하츠모우데란 새해가 밝은 뒤 처음으로 하는 신사 및 사찰 참배를 뜻하는 말이다. 많은 수의 일본인들은 저마다 가장 염원하는 바를 신 혹은 부처에게 빌며 새해를 맞이한다.

소원 빌기에 앞서 행하는 의식 중 하나가 ‘사이센바코(賽銭箱)’라고 하는 상자에 ‘사이센(賽銭)’이라 부르는 돈을 넣는 것이다. 따로 정해진 금액 없이 자신의 형편대로 돈을 넣고서야 두 번 절하고 두 번 양손을 친 후 올해의 소원을 빈다.   

그런데 최근 일본 각지의 신사와 사찰 가운데 현금을 넣는 사이센바코 대신 ‘전자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이 늘고 있어 화제라고 도쿄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아타고 신사 사전(社殿)내부 모습 (이미지: 아타고 신사 홈페이지)

도쿄 미나토(港)구의 아타고(愛宕) 신사는 2014년부터 상자에 모금된 돈의 도난 방지를 위해 전자머니 ‘라쿠텐 Edy’를 통한 결제를 시작했다. 신사 관계자는 “처음엔 비판도 있었지만 나라에서 캐시리스를 장려하는 것도 있고 해서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 ‘사이센’이라는 게 원래는 쌀이나 물고기 등을 봉납해오던 것이 현금으로 바뀐 것이기 때문에 전자머니로 결제한다고 해서 다를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현금 대신 전자머니로 결제할 수 있는 날은 업무 시작일로 한정하고 있다. 2019년은 1월 4일에 실시할 예정이다. 

도치키(栃木)현 닛코(日光)시에 위치한 세계문화유산 닛코 후타라산(二荒山) 신사는 2018년 10월부터 전자 결제가 일상인 중국으로부터 찾아오는 참배객 증가를 이유로 언제든 전자 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경내 약 10여 곳에 QR코드가 장착된 간판을 세워둬 참배객들이 오가다 스마트폰을 갖다대기만 하면 결제가 가능하다. 

세계문화유산인 닛코 후타라산 신사에 모여든 참배객들 (이미지: 닛코 후타라산 신사 페이스북)
전자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한 닛코 후타라산 신사의 사연이 지난 10월 알려지자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신사 측이 도치기현 지역지인 시모츠케(下野) 신문에 실린 기사를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이미지: 닛코 후타라산 신사 페이스북)

사이토 요시후미(斎藤芳史) 신사총무부장은 “전자 결제는 시대의 흐름이다. 중국의 춘절에 해당하는 2월에는 참배객들이 많이 찾아오니 전자 결제가 늘어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교토(京都) 후쿠치야마(福知山)시의 사찰 가이산지(海眼寺)에서도 올해 10월 말, 평소 사찰을 찾지 않는 젊은이들을 겨냥해 전자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바하라 미츠히로(芝原三裕) 사찰 주지는 “전자 머니도 현금과 마찬가지로 감사한 기부금이다. 전자 결제가 가능하다는 재미를 젊은이들이 알고 절을 가깝게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 상에서는 “원하는 금액을 간단히 넣을 수 있으니 편리하다” “포인트가 적립되니 좋다”라는 긍정적 의견도 있는 한편, “전자 데이터로 결제한다는 것 자체에 위화감을 느낀다”거나 “벌 받을 것 같다”는 등의 부정적인 의견도 눈에 띈다. 

도쿄 시부야(渋谷)구에 위치한 신사본청 홍보 담당자는 “신불(神佛)의 은혜라는 것은 본래 돈을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담당자는 “중요한 것은 기원 성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다. 은혜를 받고 못받고는 당사자의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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