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쿄올림픽 앞둔 일본 온천 휴양지, 문신 입욕객 대응 고민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온천 휴양지로 유명한 일본 오이타(大分)현 벳부(別府)시가 최근 몸에 문신을 새긴 사람도 입욕이 가능한 온천 시설 지도를 인터넷 상에 공개했다. 오이타현이 2019년 럭비 월드컵 개최지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면서 현의 온천 휴양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관동지방에서도 같은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패션 트랜드로서, 혹은 풍습이나 개인의 기호에 따라 문신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문신이 있으면 온천 휴양지 입장을 거부당하기 십상이다. 문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입욕을 금지해 온 일본 각지의 온천지들이 올림픽과 같은 국제 행사를 앞두고 어떤 대응을 할 지 주목되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의 온천 휴양지에서 문신 입욕객 대응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지: enjoy onsen japan hot spring beppu 홈페이지)

벳부시는 시의 온천을 영어로 소개하는 외국인 전용 정보 사이트에 문신이 있어도 입욕할 수 있는 시설 100곳을 소개하고 있다. 대욕장 이용이 가능한 50곳, 예약 전용 욕조만을 사용할 수 있는 40곳, 손발 전용 온천만 가능한 곳으로 구분했다. 일본의 경우 문신을 폭력단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입욕을 거절하는 시설이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지도를 제작한 가와무라 다츠야(河村達也) 씨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취재에 “온천 시설에서 입욕을 거절당해 실망하지 않도록 사전에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사이트에 대욕장까지 ‘이용 가능’한 곳으로 소개된 ‘횬탄 온천’은 1922년 창업 이래 최근까지 문신을 한 방문객은 입장을 금지시켜 왔다. 가와노 준이치(河野純一) 회장은 “(허가 이후)한번도 문제 된 적이 없다. 해외 럭비 선수들은 종교나 풍습, 문화적 배경에서 문신을 새기는 경우도 있다. 이들도 온천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벳부시는 시의 외국인 전용 사이트에 문신이 있어도 입욕할 수 있는 시설 100곳을 소개하고 있다. (이미지: enjoy onsen japan hot spring beppu 홈페이지)

한편 규모가 큰 호텔의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입장 금지’를 유지하고 있다. ‘벳부 가메노이(亀の井) 호텔’ 예약 담당자는 “대욕장에 함께 들어가 있던 어린 아이들이 무서워해서” 거절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럭비 월드컵 기간 중에는 어떻게 될까. 벳부시 료칸호텔조합연합회는 다음 달부터 그간 대응이 저마다 달랐던 회원 업체 110여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월드컵 기간에만 일반 이용객들에게도 이해를 구해 허가가 가능한지를 검토할 생각이다. 단 최종 판단은 각 시설들에게 맡길 것이다.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일본 관광청도 몸에 문신을 새긴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해 유연한 대응을 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2년 후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관동 지역의 온천지는 어떨까. 

가나가와(神奈川)현 하코네유모토(箱根湯本) 관광협회 관계자는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곳이 많다. 한 때는 문신 위에 스티커를 붙이도록 하는 곳도 있었지만 다 가릴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최근에는 그런 방식은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단 예약 전용 욕조는 이용 가능한 곳은 있다”고 전했다. 

군마(群馬)현 구사츠(草津) 온천, 도치기(栃木)현 기누가와・가와지(鬼怒川・川治) 온천에서도 입장 금지 혹은 예약 전용 욕조만 가능한 곳이 많다. 

일본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패션의 일환으로 문신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미지: enjoy onsen japan hot spring beppu 홈페이지)

츠루분카(都留文科) 대학 야마모토 요시미(山本芳美) 교수는 문신과 폭력단을 연결짓는 일본에서의 경향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에 “1963년부터 10년간 이어져 온 야쿠자 영화 붐의 영향이 크다”며 “92년 폭력단 대책법 시행 이후 입욕 시설 등에서 입장 규제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고 봤다. 

단 최근에는 문신을 하나의 패션으로 여기는 젊은층도 늘어나 사정이 바뀌었다고 첨언했다. 야마모토 씨는 “유럽에서는 성인의 30% 가량이 문신을 새긴다는 통계도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러들여 놓고 문신을 새겼기 때문에 입욕은 안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벳부시처럼 정보 제공을 충실히 하거나 살색 테이프 등을 마련하는 등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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