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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뒷마당엔 안돼"···도쿄 도심에 아동상담소 건설 두고 빗발치는 주민 항의
"우리집 뒷마당엔 안돼"···도쿄 도심에 아동상담소 건설 두고 빗발치는 주민 항의
  • 도쿄=윤이나 기자
  • 승인 2018.12.2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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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프레스맨) 윤이나기자 = 바쁜 일상 탓에 어려운 처지의 이웃들에게 미처 내밀지 못했던 도움의 손길을 올해가 가기전에 실천하자는 따뜻한 구호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지는 연말의 풍경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씁쓸하게도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아동상담소 건설에 "지역의 품격이 훼손된다"며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가 일본의 연말을 장식하고 있다.

“미나미아오야마의 브랜드가 훼손된다”
“미나미아오야마는 아무나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토지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말라”
“이 주변은 점심값을 알기나 하느냐? 1600엔이다”

이는 미나토구가 지난 10월에 연 주민설명회에서 아동상담소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이 실제로 발언했거나, 그 후에 TV 와이드쇼 인터뷰 등을 통해 알려진 반대 의견들이다. 당초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 달 19일 문제에 대한 미나토구청장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아동상담소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기적인 행태를 후지TV가 특집으로 다루면서 일본내 여론이 들끌고 있다.

“왜 미나미아오야마 5쵸메입니까?” 아동상담소에 대한 주민설명회에서 시설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에 왜 하필 미나미아오야마에 아동상담소를 건설하려는 것인지 미나토구의 해명과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출처: TV아사히 뉴스화면 캡쳐)

미나토구(港区)는 지하철 오모테산도(表参道)역에서 도보 5분 거리인 미나미아오야마(南青山)에 ‘아동가정종합지원센터(약칭 아동상담소)’의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아동상담소는 장애아동이나 심신 미약 아동, 이혼·별거 가정의 결손아동, 가정에서 학대받는 아동 등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에 대한 상담 및 시설에서의 임시 보호 등 아동복지에 관한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행정기관이다. 시설 면적 3200㎡에 총 건설비용은 약 107억엔으로 2021년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설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지역 브랜드를 운운하며 아동상담소가 들어서는 것에 노골적으로 항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시설에서 보호하는 아동이 행복한 가족이나 유복한 또래 어린이를 보고 오히려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며 배려하는 듯 하지만 엄연한 차별성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시설이 들어섰을 때 끼치는 여러 가지 위해적인 요소로 인하여 자신의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꺼리는 “우리집 뒷마당엔 안돼(Not In My Back Yard)”를 외치는 이른바 님비(NIMBY)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주민들이 지키고자 하는 뒷마당, 즉 미나미아오야마는 도쿄의 1등지(一等地)로,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미나미아오야마가 속한 미나토구의 1인당 연 평균소득은 2017년 기준 1,115만엔(약 1억1300억원)으로 전국 1위라고 한다. 대도심인 시부야(渋谷) 및 오모테산도(表参道)와 인접한 고급 주택지 및 상업지로 고급브랜드와 헤어살롱 등이 즐비해 패션으로도 유명하며, 요즘 핫하다는 레스토랑 또한 몰려드는 트렌디한 곳이기도 하다. 조금 안쪽의 한적한 주택가도 거리가 잘 정비된 것은 물론 교통과 치안 또한 뛰어나다. 그렇다보니 미나미아오야마 한가운데의 넓은 부지에 아동상담소를 설립한다는 것에 대부분의 주민들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 “부지 활용 방법이 아깝다”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미나미아오야마 아동상담소가 들어설 곳은 도쿄의 번화가 오모테산도 지하철역에서 도보 5분거리에 위치해 있다. (출처: 니혼TV 뉴스화면 캡쳐)

찬성하는 주민들도 "미나미아오야마가 솔선해서 이런 일에 앞장서는 것이 지역 이미지가 좋아질 것이다”는 등, 어려움에 처한 아동을 돕기보다는 지역 이미지 향상에 더 관심을 둔다. 그렇기 때문에 미나미아오야마의 주민들을 보는 여론의 시선은 물론 곱지 않다. 후지TV의 특집 이후, 여러 TV방송이나 신문 등 매체들은 앞다투어 이 소식을 전하며 현대 일본에 존재하는 지역이기주의에 대한 반성을 호소하기도 하며, 네티즌들은 미나미아오야마의 주민들에 대해 “차별주의자”, “선민(選民)의식에 휩싸인 사람들”이라며 비판을 쏟고 있다.

12월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武井雅昭(다케이 마사아키) 구청장은 “아동상담소는 구민 전체에게 필요한 시설이며 계획대로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정 지역에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시설이 들어서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은 없다. 현실적으로 아동학대나 상담사례, 학대징후사례 등이 늘어나고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도 네글렉트(※아동/장애자/노인학대), 육아포기와 같은 상황이 지역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시설 건립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아동상담소에 접수된 학대 상담은 작년 13만 3778건으로 최대 건수를 갱신하여 매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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