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트 직원이 로봇인 헨나호텔이 인기를 끄는 이유

(도쿄=프레스맨) 윤이나기자 = 업무차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출장을 온다는 C씨는 매번 다른 곳에 숙박하며 다양한 호텔들을 경험해보는 것을 빡빡한 출장 스케쥴 속 소소한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이번에 묵은 곳은 일본 국회와 외무성 등 공기관들이 모여있는 도쿄의 도심지 아카사카미츠케(赤坂見附)쪽에 위치한 ‘무인(無人)’ 호텔로, 이름마저 특이한 “헨나 호텔(変なホテル, =이상한 호텔)”이다. 

외관은 평범한 비지니스 호텔과 다를바 없지만, 2층에 위치한 프론트에 올라간 C씨는 깜짝 놀랐다. 단순히 손님이 스스로 기계를 조작해 간단하게 체크인, 체크아웃이 가능한 흔한 무인 호텔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론트에 호텔 유니폼을 입은 로봇이 자신을 반겨주었기 때문. 프론트에 다가가자 로봇이 “いらっしゃいませ(어서오세요)”라고 말을 건다. 로봇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거나 미소를 짓는 등 흡사 진짜 사람과 같은 움직임을 선보이기도 한다. 

프론트에 설치된 체크인 기계화면을 터치하면 ‘일본어’, ‘영어’, ‘한국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 중 한국어를 선택하면 로봇 또한 이에 맞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해 외국어 대응도 가능하다. 프론트 스탭 로봇 외에도 로비에는 주변 관광지나 관내 시설에 대해 안내해 주는 로봇 ‘유니보(ユニボ)’가 있어, 실제 사람이 없어도 일본인이든 외국인 관광객이든 시설을 이용하는데 큰 불편이 없다.

도쿄 아카사카에 위치한 ‘헨나 호텔’의 프론트 모습. 직원 대신 유니폼을 입은로봇이 손님을 맞이해주고 있다. (사진=윤이나 기자)
도쿄 디즈니랜드와 가까운 마이하마 도쿄베이 지점 프론트는 공룡 로봇이 프론트를 담당하고 있다. (사진=헨나호텔 홈페이지)

‘헨나 호텔’은 일본의 종합 여행사 H.I.S가 2015년에 론칭한 호텔로, 로봇이 호텔 직원으로서 일하는 세계 최초의 호텔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어 있다. 수도권 지역에는 아카사카 이외에도 도쿄 디즈니랜드가 있는 마이하마(舞浜),  하네다 공항, 도쿄 도심부인 긴자(銀座), 하마마츠쵸(浜松町)등 8곳, 그 외 중부지방과 규슈·오키나와 등 남부지방까지 합치면 전국16개 지역에 퍼져있다. 특이한 컨셉 덕에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 중이다.

얼핏 로봇 등을 내세운 무인(無人) 호텔이라는 타이틀에 그칠 수 있지만, 헨나 호텔은 로봇을 적극 활용한 덕에 인건비를 줄인 만큼 호텔의 편의시설에 투자해 투숙객들이 좀 더 쾌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국내는 물론 해외 6개국까지 무료로 통화 가능한 휴대폰, 의류의 냄새나 구김을 관리해주는 LG의 스타일러, 쾌적한 수면을 위해 특별제작한 침대 매트리스, 고화질의 4K TV 등을 객실에 설치해 투숙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또한 이렇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두었던 로봇 직원은 지금은 역으로 헨나 호텔의 특별한 가치를 창출 하는 마스코트가 되어 고객을 모집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외 통화 무료 휴대폰, 의류 스타일러, 고화질 4K TV 등, 프론트에 들어가는 인건비 대신 쾌적한 실내환경에 많은 투자를 한 헨나 호텔.(사진=헨나호텔 홈페이지
헨나 호텔 아카사카 지점의 객실 모습. (사진=헨나호텔 홈페이지)

또한 고객 만족도가 높은 양질의 룸 컨디션에 비해 리즈너블한 가격도 인기의 비결 중 하나다. 도쿄 아카사카 지점 기준으로, 여느 비지니스 호텔과 비슷하게 보통 1박당 1만엔 ~ 1만 5천엔 사이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고, 비수기나 평일, 당일예약시 공실이 있는 경우 등은 7천~8천엔 대에도 숙박이 가능하다.

H.I.S는 일본을 방문하는 인바운드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2019년에도 간사이(関西)지역을 중심으로 추가로 4곳에 ‘헨나 호텔’을 오픈하고, 뉴욕과 터키 등 해외로의 진출을 모색하는 등 호텔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헨나 호텔 관계자는 “헨나 호텔의 ‘헨(変)’은 ‘이상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 변화(変化)의 헨(変)이다”라고 말하며 최신의 IoT나 AI기술을 접목하며 변화해 나갈 ‘헨나 호텔’의 진화에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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