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력조사 결과, 조식 거르지 않는 학생 정답률 높아
히로시마현, 무상급식 시범사업 거쳐 현내 전체로 확대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학교에서 식사하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은 별반 새로울 게 없지만, 점심이 아니라 아침 식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근 일본에서 조식을 제공하는 초등학교가 각지에서 늘고 있어 화제다.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한다는 것이 이유다.

아침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시각, 오사카(大阪)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식사 준비로 한창이다. 점심 급식 준비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이른 시각. 서둘러 준비 중인 식사는 다름아닌 조식용이다. 

니혼TV에 따르면 오사카시립니시아와지(大阪市立西淡路) 초등학교에서는 2년 전부터 매주 월, 수, 금요일에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이 학생들을 위한 아침 식사를 만들고 있다. 오전 7시 반이 되자 학교에서 아침을 먹기 위해 학생들이 하나 둘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학생들이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학교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미지: 니혼TV화면 캡쳐)

이 날의 메인 메뉴는 우동. 후식으로 파인애플과 유산균 음료가 제공됐다. 학생들은 금세 우동 한 그릇을 맛있게 비워냈다. 취재를 위해 해당 학교를 방문한 기자가 “집에서 아침 먹는 것과 학교에서 먹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좋은지”를 묻자 학생들은 단연 “학교에서 먹는 것”을 택했다.

“지각하지 않으니까”
“밥맛이 더 좋아진다”
“친구들이 있으니까 같이 와서 먹고 싶었다” 

학교에서 먹는 아침밥은 학생들에게 좋은 점수를 얻고 있었다. 지각할까 아침을 거르거나 허둥지둥 먹고 올 필요 없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밥을 먹을 수 있어 아침 식사 시간이 기다려지게 됐다는 반응이다. 

50엔에 제공된 우동과 파인애플, 유산균 음료 (이미지: 니혼TV화면 캡쳐)

이곳의 아침 식사는 60대부터 80대까지의 자원봉사자들이 교대로 담당하고 있다. 한 끼 가격은 200엔 정도지만 오사카 시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인해 학생들이 내는 돈은 50엔이다. 

후쿠나가 마사시(福永雅士) 교장은 “그간 아침밥을 거르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맞벌이 부모가 늘면서 자연히 아침 식사에 시간을 들이지 못하는 가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문부과학성의 조사에 따르면 매일 아침 식사를 하는 초등학생은 해마다 줄고 있다. 반면 아침을 아예 먹지 않는 학생들은 증가 중이다. 

60대부터 80대의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교대로 아침 식사를 만들고 있다. (이미지: 니혼TV화면 캡쳐)

2018년 전국학력조사 결과, 아침밥을 매일 먹는 학생과 전혀 먹지 않는 학생들 사이에서 ‘국어’와 ‘산수’ 영역에서 모두 15% 이상의 정답률 차가 나타났다. 후쿠나가 교장은 “아침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만으로 집중력 지속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에서 아침을 제공한 뒤로 학생들의 지각이 줄고 수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무료로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초등학교도 생겨나고 있다. 히로시마(広島)현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시범 사업을 지난 달부터 시작했다. 현의 조사 결과 생활이 어려운 가정의 아동들이 아침을 거르면서 학습면에서도 뒤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이유에서다. 무료 조식 제공을 위해 약 4천만 엔의 예산이 투입됐다. 

히로시마현은 시범 사업의 결과를 토대로 무상 급식 제도를 현내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학교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일본의 초등학생들은 향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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