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거주민, 쓰레기·소음·통행 불편 등 항의 잇따라···해결방안 고심

신오쿠보(新大久保) 역에서 나와 오쿠보(大久保) 거리로 이어지는 길가에는 현재 일본에서 유행중인 치즈핫도그 점포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여기서 드시는 것은 금지입니다!”

일본에서 유행중인 먹거리 치즈핫도그는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 아이돌 그룹과 함께 한류 열풍을 이끄는 한 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특한 외양과 속을 가득 채운 고소한 치즈에 빠진 일본 중고교생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수많은 미디어에 소개되기도 했다. 하루에 2000개 이상 팔리는 점포까지 생겨날 만큼 신오쿠보 일대에서 히트를 치며 치즈닭갈비에 이은 대표 한류 먹거리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이 치즈핫도그가 때아닌 위기를 맞았다. 인근 거주민들과 치즈핫도그 점포 사이에 트러블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치즈핫도그를 감싸고 있는 종이 받침과 꼬치가 곳곳에 버려져 마을이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또한 비좁은 골목에 늘어서서 치즈핫도그를 먹으며 큰 소리로 떠들거나 인근 맨션 단지 안까지 들어와 먹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치즈핫도그를 취식을 금지하는 알림판이 인근 골목 곳곳에 붙어있다. (사진=최지희기자)
치즈핫도그 취식 금지 알림이 붙어있는 인근 맨션의 모습. 알림에도 불구하고 맨션 인근에서 서서 먹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사진=최지희기자)

신오쿠보 역에서 50미터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의 한 점포는 평일 낮임에도 치즈핫도그를 사 먹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치즈핫도그를 받아 든 사람들이 통행자가 적은 인근 주택가 쪽으로 들어가 먹으려 하자 이내 직원이 나와 “이곳에서 드시면 안된다”며 주의를 줬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즈핫도그를 받자마자 점포 옆의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서둘러 먹고서 자리를 떴다.

치즈핫도그 점포가 밀집된 곳 인근 골목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치즈핫도그 금지’ 마크가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었다. 그럼에도 서서 먹을 장소가 모자라 금지 마크가 붙어있는 곳까지 들어와 먹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치즈핫도그를 손에 들고 신오쿠보 거리를 다니며 먹는 것이 일종의 트랜드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먹은 후 발생하는 쓰레기를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아 길바닥에 그냥 버리거나 개인 주택의 쓰레기 처리함에 무단으로 투기하면서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치즈핫도그 점포에 마련된 쓰레기통. 이내 큰 쓰레기 봉지 하나가 가득 채워졌다.(사진=최지희기자)  

치즈핫도그 점포들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점포에서 마련한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넣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버리는 쓰레기까지 모두 감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치즈핫도그 점포에서는 직원들이 교대로 점포 인근 쓰레기들을 솔선해서 줍기 시작했다. 점포 주인 A씨는 “나서서 쓰레기를 줍곤 있지만 솔직히 인건비도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다른 치즈핫도그 가게 쓰레기까지 줍는 경우도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A씨는 “다른 점포들에게도 협력을 요청했지만, 직원 수가 적어 여력이 없는 곳도 많아 일대 치즈핫도그 점포들이 연대해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안은 현재로선 실현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쓰레기 문제 뿐 아니라 통행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오쿠보상점가진흥조합 관계자는 “보도 자체가 좁아 평상시에도 통행이 쉽지 않은데, 치즈핫도그를 사서 길가에서 먹는 사람들로 인해 고령자나 아이들의 통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신오쿠보 거리에 서서 치즈핫도그를 먹는 사람들 (사진=최지희기자)

이와 관련해 신오쿠보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치즈핫도그 점포 상인들을 중심으로 최근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하라주쿠(原宿)의 다케시타도오리(竹下通り)에서 유행하는 길거리 음식인 크레페가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사례 조사를 다녀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신오쿠보가 지금의 활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제3의 한류붐으로 연일 인파로 북적이는 신오쿠보가 주민들과 공존하며 발전을 꾀할 수 있을지, ‘치즈핫도그’의 사례가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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