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개보수 예정 공중 화장실에 적용···‘성적소수자' 배려 차원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일본의 대표적인 번화가이자 연일 외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도쿄 시부야(渋谷)가 신축 및 개보수 예정인 공중 화장실을 남녀 공용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녀 구분이 없는 화장실 환경 조성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다.  

일본의 공중 화장실은 대개가 그러하듯 남녀별로 구분되어 있다. 시설이 조금 잘 갖추어 진 곳이라면 휠체어 이용자 및 영유아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의 ‘다기능 화장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의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를 비롯해 성별이 다른 간병인을 동반한 경우 공중 화장실을 쉽게 이용할 수 없다는 민원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도쿄 시부야 전철역 안의 화장실. (사진=최지희기자)

또한 도쿄도의 통계에 따르면 도쿄를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객 약 1,310만명 가운데 40% 이상이 시부야구를 방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문화와 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시부야에 모여들면서 그만큼 각각 다른 ‘화장실 니즈’가 필요해졌다는 것 역시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다. 

기존의 ‘다기능 화장실’은 대개 하나씩 밖에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용자가 많을 경우 한참을 기다려야 하기도 한다. 공간이 넓은 다기능 화장실의 경우 시각장애인에게는 오히려 사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다카하시 기헤이(髙橋 儀平) 도요(東洋)대학 건축학 교수는 “올인원 방식의 다기능 화장실은 이미 구시대적”이라고 지적했다. 

도쿄 시부야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사진=최지희기자)

시부야구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마련한 ‘화장실 환경 정비 기본 방침’에서 “화장실은 일상 생활을 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설비”이기에 “화장실로 인해 행동이 제약당하거나 사회 참여가 저지되는 것은 큰 손실”이라고 규정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모두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중 화장실을 선도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 구의 설명이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성적 소수자를 배려한 화장실 남녀 공용화 문제 뿐 아니라 휠체어 이용자 및 인공항문·방광 착용자, 영유아 동반자 등 이용객의 특성에 따라 화장실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기능 화장실 설비를 개별실로 분산하는 방법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휠체어 사용자 및 영유아 동반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다목적 화장실. (사진=최지희기자)

한편 구의 발표에 맞춰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전문가 및 성적소수자, 화장실 제조업체 관계자 등이 모인 간담회에서는 “어디에 어떤 화장실이 있는지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작은 건물에까지 기능별 화장실을 모두 갖추는 것은 어려우니 구역별로 기능을 나누는 것도 방법” 등의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부야구는 2015년 동성 커플을 법적인 부부로 인정하는 ‘파트너십’ 조례를 일본에서 가장 먼저 제정하는 등 성적 소수자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하세베 겐(長谷部 健) 시부야 구청장은 마이니치 신문에 “ ‘시부야 스탠다드’로서의 화장실이 일본 전체에 퍼져 나가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장애인 및 고령자 등의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 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인 장애물이나 심리적인 장벽을 없애기 위해 실시하는 운동 및 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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