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후에도 근무가능 기업 증가···평생 현역시대 본격 개막
일본 대기업, 경험에 전문성까지 갖춘 70세 전후 적극 채용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일본에는 ‘아라포 세대’라는 말이 있다. ‘어라운드 포티(around 40)’를 일본식으로 줄인 말이다. 마흔 전후의 남녀를 가리키는 말로, ‘잃어버린 20년(1993∼2013년)’ 시기에 대학을 졸업해 취업 빙하기에 시달린 세대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아라포’와 함께 특정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요즘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아라고희’다. ‘어라운드 고희(around 古希)’는 단카이 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일흔 살 전후의 인재들을 뜻한다. 

만성적인 일손부족에 허덕이는 일본. 최근 그 해결책의 하나로 다양한 기업들이 ‘아라고희’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을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아라고희’ 세대가 가진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이 일손부족 해결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정년 후에도 기업에서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약 중인 ‘아라고희’ 세대에 대해 비중 있게 다뤘다.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의 기업들은 ‘아라고희’ 세대가 가진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이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퍼슬 커리어(persol career)는 등록된 시니어 인재를 기업의 고문 등으로 소개하는 서비스 업체다. (이미지: persol career 홈페이지)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의 기업들은 ‘아라고희’ 세대가 가진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이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퍼슬 커리어(persol career)는 등록된 시니어 인재를 기업의 고문 등으로 소개하는 서비스 업체다. (이미지: persol career 홈페이지)

“이 상품은 어떠신지요”
오카야마(岡山) 현 츠야마(津山) 시의 신사복 전문점 ‘하루야마 츠야마점’에서 판매직으로 일하는 고야마 씨는 올해 일흔 하나다. 경쾌한 몸놀림으로 손님 응대에 한창인 그는 의류 메이커와 양품점 경영 등을 거쳐 2002년 경력직 촉탁사원으로 입사했다. 

고야마 씨는 요즘도 일주일에 4일에서 5일 정도 출근해 하루 7시간 점포에 서서 일한다. “아무래도 예전과 달리 허리나 다리가 아픈 건 사실”이라며 쓴 웃음을 지으면서도 “코디해드린 손님들이 ‘주변에서 칭찬받았다’는 말씀을 해 주신다. 그 말이 듣고 싶어서라도 이 일을 멈출 수가 없다”고 말한다. 

‘하루야마’를 전국에서 운영하는 하루야마 상사에 따르면 고야마 씨와 같이 일흔 살 전후의 나이로 일하는 직원은 각지에 분포되어 있다. 이들 가운데는 79살의 최고령 직원도 있다.  

65세 이상의 이른바 ‘어르신’들을 전력으로 심는 기업도 많아졌다. ‘손해보험재팬일본흥아’는 2018년 4월에 입사 제도를 개정해 60세 정년 이후 재고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상한선인 65세를 넘어도 일정한 평가 기준을 만족시키면 70세까지 계속해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교통사고 원인 조사를 오랜 기간 담당해 온 이시쿠로 씨는 올해로 65살이다. 회사의 개정된 입사 제도로 현재도 주 5회 출근하고 있다. 직장에서는 나이가 가장 많은 축에 속하지만 사고 현장 조사 및 당사자 진술 청취 등 현장을 뛰는데 있어 누구보다도 정력적이다. 한달 평균 담당하는 조사 건수만도 30건에 가깝다. 젊은 후배들의 조사에 동행해 조언하는 등 후진 양성에도 힘쓴다. 이시쿠로 씨는 “정년 후야 말로 보다 엄격하게 성과를 평가받는다. 이런 점이 일의 의욕과도 이어진다”고 밝혔다.  

‘다이와증권그룹’ 본사는 2017년 6월부터 산하의 다이와증권 영업원들에 대해 기존의 70세였던 재고용후 상한 연령을 아예 폐지했다. ‘아라고희’ 세대 영업사원이 상속 등을 담당함으로써 고령화가 진행중인 개인 투자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파소나가 운영중인 ‘파소나고문네트워크’는 등록된 인재를 기업에 고문으로 소개하는 서비스다. 등록된 이들 가운데 65세부터 74세까지가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업 임원 경험자도 많다. 실무경험과 풍부한 인맥을 원하는 기업의 니즈와 일치해 이곳의 ‘아라고희’ 인재는 여러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아라고희’ 세대가 일할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늘고 있을까. 후생노동성이 2018년 5월 발표한 노동시장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희망자 전원이 66세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기업의 비율은 2017년 9.7%, 70세 이상이 되어도 일할 수 있는 기업은 8.7% 정도다. 2013년 조사 결과 각각 7.5%와 7.2% 였던 것에서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한편 총무성의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2017년 65세 이상의 노동력 인구는 825만명으로 2007년보다 1.5배 늘어났다. 이러한 배경에는 각종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손부족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고령자 고용 문제에 대해 정통한 도쿄 가쿠게이(学芸)대학 우치다 마사루(内田賢) 교수는 요리우리에 “70세 전후의 인력 활용은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 주도적으로 임해왔지만 최근에는 대기업에서도 일손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시니어를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치다 교수는 “70세지만 건강한 사람도 많아졌고 일을 계속해서 하고 싶은 사람도, 취미에 몰두하며 살고 싶은 사람도 있는 등 다양한 삶의 선택지가 있다”면서 “이들을 직장에서 계속해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는 기업이나 국가에서 이들의 일을 제대로 평가하고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촉탁사원: 일본의 경우 대개 정년퇴임 후 같은 직장에서 유기 노동계약을 맺어 일하는 사원을 가리킨다.
*단카이 세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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