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9천억 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발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첫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부장판사 위현석)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현 회장 측은 “경영실패에 따른 형사책임은 겸허히 수용하겠지만 기업이 도산한 것을 두고 사기죄를 논하는 것은 무리한 공소제기”라며 “재판부의 세심한 검토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에대해 단순한 경영실패일 뿐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의도는 없었다는 현 회장 측의주장은 피해자들은 분노케 하기에 충분했다.

앞서 현 회장은 현재 지난해 2월~9월까지 동양레저ㆍ동양인터내셔널(옛 동양캐피탈) 등 상환능력이 없는 계열사의 CP 및 회사채를 투자자들에게 매도해 1조3,032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조사받았다.

이어 지난해 7월~9월 동양레저가 발행한 CP 등 총 6,231억 원 상당의 어음을 동양파이낸셜 등 다른 계열사가 매입하도록 지시하는 등 모두 6,652억여 원을 계열사끼리 부당 지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현 회장은 “그룹의 수장으로서 신속하고 처절한 구조조정을 시행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판단해 시기를 놓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 일로 피해를 보신 분들, 동양그룹 가족들, 같이 재판 받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고 입을 뗐다.

하지만 검찰은 동양그룹이 CP와 회사채 판매 과정에서 시장 기망(欺罔)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검찰은 현 회장이 동양증권을 이용하여 투자부적격 CP 및 회사채를 리스크 검토 절차도 없이 발행하고, 지점별로 계열사 CP와 회사채를 판매토록 독려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은 “동양인터내셔널은 현 회장 경영권 유지를 위한 CP 발행 창구였다”며 “결과적으로 이렇게 발행된 CP를 매수한 개인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현 회장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에 현 회장 측 변호인은 “동양그룹은 IMF와 금융위기(2008년)를 거치며 손실이 누적된 상태였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현 회장은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 회수를 포기하고 기업 부도를 내느냐’,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자금난 해소에 총력하며 회생 노력을 계속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인은 “검찰의 논리대로면 어려움에 처한 기업은 회생을 위한 자구책을 찾기보다 부도를 선택하는 것이 옳고, 회생을 위한 기업활동을 지속하면 사기죄가 된다는 것”이라고 반론했다.

사기성 CP 및 회사채 발행 혐의에 대해 변호인은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까지는 계열사 일부를 매각하면 CP를 전액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계열사 매각과 관련한 협상이 결렬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등 변제를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한 만큼 고의적으로 부실 CP를 판매했다는 사기 혐의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 회장이 계열사에 자금을 부당 지원해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혐의에 대해서도 “계열사 부실로 인한 피해는 결국 모기업에 돌아온다”며 “당장은 자금지원으로 손해를 본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 측면을 고려하여 모회사의 이익을 생각한 행위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변호인은 “이런 경영상 활동이 사기나 배임죄로 판결 난다면 경영부진으로 도산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기업존속을 위해 노력할 의사를 상실하는 ‘나쁜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동양사태 피해자 100여 명이 모여 현 회장의 재판을 방청했다. 피해자들은 오전 심리가 끝나고 이동하는 현 회장을 향해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왜 없나”, “우리 돈 다 어디 갔는데” 등 울분을 터뜨렸다.

뒤늦게 빠져나가는 변호인단을 향해서도 “사기꾼들 변호나 하고, 돈이면 다냐”며 비난을 퍼부었다.

앞서 동양사태 피해자들은 지난해 말 현 회장이 세 번째 검찰 소환조사를 받을 당시에도 그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등 시위를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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