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多死)사회’ 일본, 시신 안치 비지니스 성업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고령화와 함께 연간 130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다사(多死)사회’ 일본에서는 도쿄(東京) 및 가나가와(神奈川)등 도심을 중심으로 화장 전 시신을 보관하는 ‘시신 안치 비즈니스’가 성업 중이다. 시신을 수용하기에는 화장장이 턱없이 모자라 화장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는 ‘시신 호텔’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맨션에 사는 주민이나 장례식장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

요코하마(横浜)시에서 화장 전 시신을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시신 호텔’을 운영하는 화장장 ‘라스텔 요코하마’ 담당자의 설명이다. 

오피스 밀집 지역에 위치한 9층짜리 빌딩에는 모두 27구의 시신을 수용할 수 있도록 시설이 갖춰져 있다. 조문객이 찾아오면 상주를 대신해 이들을 맞이하는 역할도 해준다. 조문객을 위해 마련된 ‘면회실’로 들어가면 실내 온도 5도 이하로 유지된 안치실로부터 기계를 통해 관이 이동된다. 냉각 장치를 갖춘 관을 구비한 개별 면회실도 있다. 

‘라스텔 요코하마’ 면회실 모습 (이미지: 라스텔 요코하마 홈페이지)<br>
‘라스텔 요코하마’ 면회실 모습 (이미지: 라스텔 요코하마 홈페이지)
‘라스텔 요코하마’ 면회실 내부 모습 (이미지: 라스텔 요코하마 홈페이지)

비용은 1박에 1만 2천엔에서 2만 2천엔 선이다. ‘라스텔’은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묵게 되는 ‘라스트 호텔’을 의미하는 말로 이곳 담당자는 “고령화 사회에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국립사회보건·인구문제 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사망자수는  130만 7천748명에 달한다. 연구소는 단카이 세대(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에서 49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층이 되는 2025년에는 연간 사망자수가 1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반해 기존의 화장장들은 노후화 등으로 인한 통폐합으로 그 숫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6년 일본 전체의 화장장 수는 4천 181곳으로 1996년의 8천 481곳에 비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요코하마시의 경우 시가 운영하는 화장장은 단 4곳으로 화장하기까지 평균 4일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이다. 

요코하마시 관계자는 사망자가 늘어나는 겨울철에는 “일주일 정도 기다리는 경우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화장장을 늘리기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다. 화장장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부지 확보는 물론 인근 주민들의 감정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처럼 시신 호텔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관련 서비스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간병택시 사업과 고령자 가사대행 사업 등을 운영중인 치바(千葉)현 나라시노(習志野)시의 ‘게이요(京葉)침대운송서비스센터’는 4년여전부터 시신 운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병원이나 고령자 시설에서 사망한 사람을 시신 호텔이나 장의회사로 운송하는 서비스다.

‘크론’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보냉 기술을 이용한 시신 호텔 ‘페르소나’ (이미지: 주식회사 크론 홈페이지)

2015년 설립된 도쿄 히노(日野)시의 ‘크론’은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하지 않고 영하의 온도를 유지하는 시신 전용 보냉장치를 개발했다. 오랜 기간 두어도 깨끗한 상태로 시신을 보존할 수 있어 시신 호텔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화장장 운영회사 등으로 이뤄진 사단법인 ‘화장 연구소’의 다케다 이타루(武田至) 대표는 요미우리신문에 “인구가 집중하는 도심에서는 화장을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화장장을 새롭게 만들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신 안치 비즈니스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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