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용 IC칩 이식···의료법 저촉·안정성 확보 논란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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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센서에 가져다 대기만 하면 잠금 장치를 해제하거나 곧바로 전자 승인이 되는 극소 IC(집적회로) 칩을 체내에 심는 사람들이 일본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미 30명 이상의 이용자가 ‘인간과 기계의 융합’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내에서는 기술 진보에 대한 환영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의사 이외의 사람이 타인에게 IC칩을 심는 행위는 의료법에 저촉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전자 결제 시스템이 점차 확산됨에 따라 체내에 IC칩을 심는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안전성 확보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오사카(大阪)에 위치한 IT기업 ‘오타후쿠 라보(otahuku rab)’의 하마미치 다카시(浜道 崇) 사장이 입구 센서에 손을 가져가자 출입문에 설정된 기기에 파란 불이 들어오면서 철컥 문이 열렸다. “열쇠가 필요 없어서 정말 편리하다”며 웃는 하마미치 씨는 올해 2월 ‘근거리 무선통신 칩’을 집게 손가락과 엄지 손가락 사이에 심었다. 

IC칩은 직경 2밀리미터, 길이 1센티미터 정도의 원통형 모양으로 해외 기업이 개발했다. 미국에서는 복사기 사용 및 쇼핑 시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희망하는 종업원의 손에 칩을 심어주는 기업까지 나왔다. 스웨덴에서는 전철 승차권 대신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는 서비스가 존재하기도 한다. 

단 일본의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은 철도 개찰구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페리카(FeriCa)’가 주류인 상황으로 페리카에 대응한 체내용 칩은 보급되지 않고 있다. 하마미치 씨가 심은 칩은 ‘타입 A’로 불리는 것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일본 내 서비스는 한정적이다. ‘오타후쿠 라보’에서는 타입 A 칩의 유용성을 높이기 위해 사내 전자 승인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마미치 씨는 “현재 유통되는 IC칩은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이 작지만 성능이 향상되면 유용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반면 개인 정보 등의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국내에서 어떤 서비스가 적당할지 고민해 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도쿄신문이 체내에 IC 칩을 심은 또 다른 남성 A씨를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이미 30명 이상이 본인 책임하에 칩을 심었다. 대부분이 20대에서 30대 사이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개발자 등 IT기업 관계자가 많았다.

한편 IC칩을 몸에 심는 방법에도 과제는 있다. 체내에 삽입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사 바늘은 의료기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인이 임의로 손에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의사 이외의 사람이 타인의 몸에 칩을 심게 되면 무자격 의료행위에 해당돼 의료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 역시 물음표가 붙는다. 

A씨는 초보자가 무리해서 자신의 몸에 심으려 하다가는 출혈 과다 및 감염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유용성이 높아지면 보급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칩을 심는 기술자용 면허 제도를 만들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이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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