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탈 계약직 2명, 도쿄 디즈니랜드의 가혹한 노동환경 고발

도쿄디즈니랜의 퍼레이드 모습. 무더운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10kg~30kg에 달하는인형탈을 쓰고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윤이나기자ⓒ프레스맨)
도쿄디즈니랜의 퍼레이드 모습. 무더운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10kg~30kg에 달하는인형탈을 쓰고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윤이나기자ⓒ프레스맨)

(도쿄=프레스맨) 윤이나기자 = 올해로 개원 35주년을 맞이한 도쿄디즈니랜드. 디즈니의 세계관을 충실히 재현한 파크 뿐만 아니라, 동화 속 캐릭터가 현실로 튀어나온 듯 펼쳐지는 쇼와 화려한 퍼레이드는 디즈니랜드의 상징이자 많은 사람 불러들이는 매력포인트다. ‘꿈과 희망의 나라’라는 별칭답게 이 곳을 찾은 방문객에게는 오로지 행복만을 선사할 듯한 디즈니랜드지만, 그 이면에는 가혹한 노동환경 속 신음하는 계약직 사원의 고충이 있었다. 

지난 7월 도쿄디즈니랜드의 운영회사인 오리엔탈랜드를 ‘과중노동’과 ‘파워하라(Power Harassment)’로 지바(千葉) 지방법원에 제소한 여성 계약직 사원 2명의 목소리를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이 이달 2일 집중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오리엔탈랜드를 고발한 계약직 사원 2명은 도쿄디즈니랜드의 쇼와 퍼레이드에 인형탈을 쓰고 출연하는 배우로, 그 중 A씨(29세)는 2015년 2월부터 무게가 약 10kg~30kg에 달하는 인형탈을 쓰고 퍼레이드에 출연했다. 2016년 부터 왼쪽팔이 계속 떨리는 등 이상이 나타났으나 휴가를 취득하기 어려운 사내 분위기에 그 해 11월~12월에는 1회 45분간의 크리스마스 퍼레이드에 50회나 출연했다. 

A씨는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어깨에 통증이 계속되고 팔이 마비되는 등 증상이 악화됐고, 결국 2017년 1월 신경과 혈관이 압박을 받아 마비와 통증이 발생하는 ‘흉곽출구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A씨의 질병은 2017년 8월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또 다른 사원 B씨(38세)는 5년 이상 상사에게 파워하라(※업무상 위력에 의한 상사의 부하 괴롭힘)를 당해, 안전한 근무환경을 조성해야 할 회사가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며 재판에 나섰다.  B씨에 의하면 2013년 1월, 인형탈을 쓰고 방문객에게 인사하는 ‘그리팅(Greeting)’ 중에, 한 방문객에 의해 오른손 약지를 꺾여 상해를 입은 것. 이를 산재로 신청 하려하자 상사에게 ‘그 정도는 참아야 된다’, ‘그렇게 멋대로 하면 받아줄 수가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또한 천식 증상이 발생한 것 때문에 대기실의 환경개선에 대해 상담하자 ‘병이라도 걸렸냐, 그냥 죽어버려라’, ‘서른살 넘은 아줌마는 필요없다’ 등의 폭언을 들었다고 한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B씨는 1회 30분간의 쇼에 하루에 5번 정도 출연했으며, 쇼를 마치고 대기실에 들어올 때마다 물을 마시는 손이 떨리고 호흡곤란을 일으킬 정도의 피로를 느꼈으나, 교대할 수 있는 배우 수 자체가 적어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상시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소속된 노동조합 ‘나노하나유니온(なのはなユニオン)’의 가모 모모요(鴨 桃代) 위원장은 "한여름엔 인형탈 속의 온도가 50도를 넘는다. 인형탈 만으로도 무거운데 급수용 물병을 매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목이나 어깨에 무리가 온다"며 "인형탈을 쓰고 하는 연기 시간은 보통 15분~30분 정도인데, 디즈니랜드의 경우 1회에 40분 정도의 쇼와 퍼레이드, 그리팅을 하루에 몇 번이고 진행하며 휴식시간도 15분으로 너무 짧다"고 디즈니랜드의 가혹한 노동환경에 대해 꼬집었다.

두 여성 계약직 사원의 이번 고소는 ‘꿈과 희망의 나라’, ‘아시아 1위 테마파크’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도쿄디즈니랜드의 이면에 숨겨진 그늘을 가감없이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스로가 동화속 캐릭터로 분장하여 방문객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이들이 디즈니랜드를 고발하는 입장에 서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들의 고발에 대해 오리엔탈랜드는 "브랜드 품질 관리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답변은 어려우나, 출연자들의 케어는 충분히 잘 하고 있다"는 답변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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