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프레스맨) 김민정기자=지난 3월 말 ‘바다를 안고 달에 잠들다’를 발표한 후카자와 우시오(深沢潮)작가. 한국에서는 번역서가 출간되지 않아, 아직 널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2012년 등단 후, 벌써 8권의 소설을 발표해 호평을 받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미 익숙한 작가이다. 2012년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에 응모한 ‘가나에 아주머니(金江のおばさん)’로 대상을 수상해 등단한 그녀는 이후, ‘런치하러 갑시다(ランチに行きましょう)’ ‘반려의 편차치(伴侶の偏差値)’ ‘애매한 생활(あいまい生活)’ 등을 통해 현대의 일본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려왔다. 그들은 주부이거나 어머니, 또는 딸이며, 연애의 고민을 안고 있고, 부부 사이의 문제를 겪고 있거나, 주변의 인간관계로 힘겨워한다.

在日 2세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 (사진=김민정기자 ⓒ프레스맨)
在日 2세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 (사진=김민정기자 ⓒ프레스맨)

지금까지 일본에서 등단한 재일동포 작가들이 재일한국인으로서의 뿌리에 대한 깊은 고뇌를 보여준 것과는 달리, 그녀는 가벼운 문체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평범하지만 결코 쉽게 넘길 수 없는 문제들을 지적한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작은 위화감들이 실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모순에서 비롯한 것임을 밝혀온 그녀의 작품은 부드럽지만, 날카롭게 가슴을 파고 든다.

Q 먼저 등단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혼자 상상하는 걸 좋아했다. 재일동포가 아닌 프랑스인이 되는 이야기를 혼자 지어내고는 즐거워했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쩌다 보니 이혼을 하고 힘들었을 때, 문득 책상 앞에 앉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더불어 작문 교실에 다니며 4년쯤 여기저기 문학상에 응모를 하게 되었다.

Q 어떤 이야기들을 많이 썼나?

두서없이 생각나는 것들을 여러개 썼다. 내가 겪은 일상의 이야기들, 이혼한 후의 아픔들, 때로는 문학상에 따라 관능적인 소설들을 쓰기도 했다.

Q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으로 등단했는데, 그 상에 응모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이 상 저 상 응모를 하다가, 나중에는 좋아하는 작가가 심사위원을 맡은 문학상에만 응모를 하게 되었다. 비록 상을 못 탈지라도 좋아하는 작가가 내가 쓴 글을 읽어주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서 말이다.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에 그전에도 응모를 했는데, ‘가나에 아주머니’로 갑작스럽게 대상을 탔고, 이후 작가로서의 길이 열렸다.

Q 등단 후 약 6년간 8권의 소설을 썼다. 글을 쓰는 속도가 무척 빠른데 비결이 있나?

큰 비결은 없다. 고맙게도 연재할 곳이 있어서 소설이 비교적 빨리 많이 나온 편이다.

Q 글을 쓸 때는 자신의 경험을 살리는 편인가, 아니면 취재를 많이 하는 편인가.

내 자신의 경험도 나오고, 취재도 자주 다닌다. 평소에도 주변 인물들을 늘 관찰한다.

Q 여성만 응모할 수 있고, 여성작가가 심사위원인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으로 등단했고, 이후에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많이 쓰고 있는데, 왜 여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

여성이 주인공만 소설을 쓰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가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쓰는 작가로 굳어 있을 뿐이다. 다만, 아무래도 내가 여성으로서 겪은 일들과 주변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다 보니 어느 시점에서 여성 이야기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가난한 여성들이 사는 허름한 셰어 하우스 이야기를 그린 '애매한 생활'. 이혼, 우울증 등으로 경제력을 잃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다양한 층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Q ‘애매한 생활’에서는 여성의 빈곤에 대해 다뤘다.

일본의 빈곤, 특히 여성의 빈곤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곳에 있다. 그것은 끼니를 때우지 못하거나 입을 옷이 없는 것과는 다르다. 내 소설 ‘애매한 생활’에 나오는 인물들은 우울증으로 생계보호를 받거나,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자존감이 매우 낮거나, 이혼 후 아이를 남편에게 빼앗긴 사람들이다. 그녀들은 겉으로는 빈곤하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늘 삶에 불안을 느끼고 있고 셰어하우스의 단칸방에서 냉방도 없이 여름을 보낸다. 

Q ‘가난’을 소설로 다룬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에는 실제로 가난한 여성들, 가난한 아이들,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마치 그런 사람들이 없는 것처럼, 보고도 못 본 척 한다. 우리가 먹는 신선한 채소들의 대부분은 외국에서 건너온 외국인연수생들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외국인 노동자를 사회에서는 거의 만나지 못한다. 가난한 여성들이 어떻게 사는지 또한 보도되지 않으며 주목받지 못한다. 게다가 사람들은 가난하다고 해서, 뭉치는 게 아니다. 가난할수록 자기 속내를 감추게 되고, 하나로 뭉치기보다 서로를 불편해한다. 살기 어려울수록 타인을 생각할 여유는 없다.

Q ‘애매한 생활’의 허름한 셰어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처럼 말인가?

그렇다. 그 소설을 통해서 가난한 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따뜻함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관심하게 자신의 가난함에 치여 사는 현실을 그리고 싶었다.

'바다를 안고 달에 잠들다'는 올봄에 나온 후카자와 우시오의 최신소설이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지지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Q 여성, 가난에 이어 지난 번에는 재일동포 아버지의 실화를 소설화한 ‘바다를 안고 달에 잠들다’를 펴냈다. 어린 시절부터 본인이 한국에 뿌리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

아버지는 한국에서 건너오셨고, 어머니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셨다. 나의 국적은 한국이었고(현재는 일본), 일본 사회에서는 일본이름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우리집은 제사를 지냈고 한국음식을 먹었으며, 아버지의 고향에 가서 친척들과 교류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내 뿌리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Q 일본은 재일동포로서 살기 쉬운 곳인가?

내가 한국인임을 밝히면, 피하려는 사람도 있었고, 연애를 하다가 떠나가는 이도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이들과의 인간관계를 정리할 수 있기도 하다. 남는 이들과 더 좋은 관계를 쌓아갈 수 있으니까.

Q 헤이트 스피치라 불리는 외국인 증오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필명을 써도 내가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면, 집 앞까지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이들은 역사를 모르거나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일 것이다. 이상하게도 그들은 한국과 관련된 정보들을 집요하게 캐내며, 집요하게 읽고 추궁한다. 하지만 한류붐으로 한국의 이미지가 개선되었다. 그렇게 문화로 한국을 먼저 접하고 이해하고 교류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느는 것이 한일의 관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지금은 어떤 글을 쓰고 있나?

요즘은 이방자 여사에 관한 글과 전쟁터의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은 무척 힘들고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그런 과거가 있었음을 잊지 않고 남기고 싶다.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본다.

Q 역시나 여성, 그리고 약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성과 약자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한일의 젊은 여성들,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함께 힘을 합쳤으면 하고 바란다. 나는 앞서 살아온 세대를 존중하며, 나의 아랫세대를 응원하고 싶다. 글로써.

약자들의 삶을 문학으로 꾸준히 표현해왔고, 앞으로도 표현하겠다는 후카자와 우시오 작가. 그녀의 작품은 내년쯤 한국에서 번역서가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사회문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있다”는 그녀. 문화를 통해 한일이 서로가 교류하길 바라며, 자신의 작품을 통해, 한일의 약자들이 연대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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