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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노래방의 이유있는 변신
日노래방의 이유있는 변신
노래이상의 자유로움···'나만의 맞춤방'으로
  • 도쿄=김민정 기자
  • 승인 2018.08.2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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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프레스맨) 김민정기자 = 도쿄에 거주하는 40대 이토 다카유키(伊藤隆之)씨, 남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토 씨는 요즘 신경 쓸 일이 하나 줄었다고 한다. “대학 시절에는 노래방에 가자는 동기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술자리도 없지만 노래방에 가자는 사람이 없어서 무척 다행”이라고 말한다. 그가 대학생이던  90년대만 해도 1차로 술자리를 가지고, 2차로 노래방을 가던 것이 관례였지만, 최근에는 1차 술자리도 줄었고, 2차까지 이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잃어버린 20년’ 또는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는 각 회사들의 접대비와 연회비부터 삭감시켰다. 그 타격을 고스란히 입은 곳이 노래방 업계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노래방 비지니스는 국민의 2명 중 1명이 즐기는 1조엔 규모의 거대 산업이었으나, 2016년에는 시장규모가 6,000억엔까지 약 반토막이 났다(전국가라오케협회 조사).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문을 닫는 노래방이 잇따르면서, ‘노래하지 않는 노래방’이 주목을 끌고 있다고 18일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다.

빅에코의 비지니스 플랜은, 텔레워크가 시행되면서 집 밖의 일터를 찾는 비지니스맨들에게 노래방의 사무실로 쓰는 새로운 예를 제시했다. 조이 사운드는 철도룸을 도입해, 철도 매니아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철도 아나운스 화면을 보며 아나운스를 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철도 매니아들은 한둘이 아니다. (사진출처=각사 홈페이지)<br>
빅에코의 비지니스 플랜은, 텔레워크가 시행되면서 집 밖의 일터를 찾는 비지니스맨들에게 노래방의 사무실로 쓰는 새로운 예를 제시했다. 조이 사운드는 철도룸을 도입해, 철도 매니아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철도 아나운스 화면을 보며 아나운스를 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철도 매니아들은 한둘이 아니다. (사진출처=각사 홈페이지)

도쿄 시나가와(品川)역 앞의 ‘조이 사운드 시나가와코 미나미구치(ジョイサウンド品川港南口)점’은 ‘게이큐(京急)철도 가라오케룸’을 완비한 곳이다. ‘게이큐 철도 가라오케룸’의 화면에는 전철 밖 풍경과 철도가 보인다. 철도 음원을 선택하면, 전철이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화면에는 출발 아나운스와 도착 아나운스 등의 자막이 흘러나온다. 역무원 모자를 쓰고 자막에 맞춰 읽으면 마치 전철 운전수가 된 기분이다. 철도 가라오케룸을 찾는 이들은 노래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마이크를 잡고 좋아하는 전철의 아나운스를 하면서 운전수가 된 기분을 느끼는 것이 훨씬 뿌듯하다고 말한다. 2년 전에 도입한 철도 가라오케룸은, 원래 반년만 유지할 예정이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로 매상은 2배 이상 오른 덕분에 지금도 계속 운영 중이다. 홍보 담당자는 “술 마신 후 밤을 새며 노래하러 오는 사람은 줄었다. 앞으로는 대낮에 얼마나 손님을 끌 수 있을지가 노래방 운영의 열쇠가 될 것”이라며, 노래방이 진화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을 털어놓는다.

에반게리온룸은 노래를 부르기보다 에반게리온의 여운을 느끼고픈 이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사진 출처=파세라 홈페이지)

아키하바라(秋葉原)역 근처의 노래방 ‘파세라 아키하바라 쇼와도리(パセラ秋葉原昭和通り)점’은 인기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과 제휴한 ‘에반게이온룸’을 갖추고 있다. 에반게리온룸은 현재도 예약이 필수다. 노래를 부르러 오는 사람보다 그 방에 앉아 물끄러미 에반게리온 그림을 즐기는 이들이 태반이다. 그밖에도 ‘몬스타 헌터룸’ ‘전국 바사라룸’ 등 노래방 안의 14개의 방 모두가 애니메이션 및 인기 게임과 제휴해 운영 중에 있다. 담당자는 “술을 마시지 않는 고객층이 증가했다. 이제는 평범한 노래방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는 시대다. ‘오타쿠(만화, 게임, 애니메이션 매니아를 일컫는 말)’층을 끌어 모으고 싶다.”고 말한다. ‘파세라’는 점포가 있는 각 지역의 특색을 살려, ‘헤드뱅잉룸’ ‘패밀리룸’ ‘DVD룸’ ‘보드게임룸’ 등을 운영하고 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줄어들고 영화를 보거나 보드 게임을 하기 위해 노래방을 찾는 이들이 증가 중인 것이다. 

도쿄 나카노(中野)구의 중학교에 다니는 마츠바라 세이라(松原聖羅) 학생은 여름방학을 노래방에서 보내고 있다. 학교 친구들을 만나 노래방에서 숙제를 하고 입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과자를 먹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숙제를 한다.”고 말한다. 친구네 집에 모일 경우엔, 좁은 일본의 집 사정상 5-6명 이상이 모일 수가 없는데다, 부모님 눈치도 보이기 때문에 싼값에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노래방이 학생들의 사랑방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조이사운드는 치바의 가라오케에 대형 키즈룸을 설치해, 아이들은 뛰어놀고 부모들은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거나 기분에 따라 노래도 부를 수 있게 했다. 가라오케 데츠진도 키즈룸을 별도로 마련해, 아이와 함께 노래방을 즐길 수 있게 개조했다. (사진출처=각사 홈페이지)

샐러리맨들에게도 노래방은 더이상 장기자랑의 장소가 아니다. 니혼 티비 보도에 따르면, 노래방은 붐비는 식당을 피해 점심을 먹고, 낮잠까지 취할 수 있어 남성 샐러리맨들의 점심 한 때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이런 수요 증가에 따라 ‘가라오케 데츠진(鉄人)’은 매달 1,500엔 정액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라오케 데츠진’ 점포사업본부 우에라(上羅) 씨는 “노래방이 한때는 노래를 부르는 공간이었지만, 현재는 노래방 기계가 있는 빈방이란 의미가 더 크다. 그 빈방을 어떻게 쓸지는 손님들에게 맡기겠다.”며 노래방의 목적이 노래 이상의 자유로운 공간 확보임을 피력했다. 노래방 정액 서비스를 오피스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등장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텔레워크(집 등 회사 이외의 장소에서 근무하는 방식) 추진에 따라 노래방을 사무실 대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빅 에코(’ビッグエコー)는 작년 10월에 비지니스 플랜을 도입해, 노래방에서 사무를 보고, 회의도 할 수 있게끔 리폼했다. 비지니스 전용룸에는 화이트보드를 마련한 것이 특징적이다.

1996년에는 1만 5천개에 달했던 노래방도 현재는 9,000개까지 줄어들었다. 경기 불황 및 급속도의 개인주의화로 인해 노래방의 용도도 크게 변하고 있다. 노래를 선호하지 않는 시대의 노래방은, 이제 ‘방’으로 남아, 새로운 용도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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