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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휴가인듯 휴가아닌 휴가같은 '워케이션' 확산 중
일본은 지금, 휴가인듯 휴가아닌 휴가같은 '워케이션' 확산 중
  • 도쿄=윤이나 기자
  • 승인 2018.08.1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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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일을 해도 정상근무로 인정하는 신개념의 근무방식인 '워케이션' 확산을 위해 일본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기업들까지 본격 뛰어들면서 워케이션이 일본의 또다른 근무방식 중 하나로서 자리해 가고 있다. 

'워크(work)'와 '베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인 워케이션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회사가 인정한 특정 장소에서의 원격근무나 재택근무를 뜻하는 ‘텔레워크’에서 더 발전한 개념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여행지에서나 휴가지에서도 업무가 가능해 회사 회의나 일 때문에 가족과 함께 휴가를 가지 못하는 직원도 워케이션을 이용하면 가족과 휴가지로 떠날 수 있다.

워케이션을 실시하는 기업들은 직원이 휴가지에서 회사가 지급한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하면 정상 근무한 것으로 간주하고 급여 또한 평상시대로 지급한다. 일본에서 보다 미국 등지에서 먼저 시작된 워케이션은 본래 리조트 같은 휴식공간에서 릴랙스한 기분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 창출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최근 워케이션 관련 사례로는 일본의 대형 부동산개발 회사 미쓰비시지쇼(三菱地所)는 와카야마현(和歌山県)과 손잡고 자사빌딩 입주기업들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워케이션' 사업 진출 건이다. 미쓰비시지쇼는 도쿄의 최고 노른자 땅이라고 할 수 있는 도쿄역 주변 다이마루유지구(大丸有地区), 즉 오테마치(大手町), 마루노우치(丸の内), 유락쵸(有楽町)에 30동 이상의 고층빌딩을 소유한 부동산개발 회사로, 이 빌딩들에는 일본의 내로라하는 대기업이나 IT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와카야마현 시라하마쵸(白浜町)의 해변 (출처: 미쓰비시지쇼 홈페이지)

미쓰비시지쇼가 워케이션 사업의 거점으로 점찍은 와카야마현의 시라하마쵸는 해수욕과 온천으로 유명한 관광지역으로, 와카야마현은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 life balance)를 중시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지난해부터 지역의 풍부한 관광자원을 어필하면서 '워케이션하기 좋은 곳'으로 마케팅을 펼쳐 왔다. 

미쓰비시지쇼가 개발한 도쿄역 근방의 빌딩가 마루노우치 나카도오리(丸の内仲通り) 빌딩가. 이 거리에는 미쓰비시지쇼 소유의 빌딩이 즐비하다. (출처: 미쓰비시지쇼 홈페이지)

이같은 천혜의 관광자원을 지닌 와카야마현과 지난 8일 워케이션 사업 진출 협정을 맺은 미쓰비시지쇼는 시라하마쵸에 위치한 ‘제2 IT 비지니스오피스’의 내장공사를 실시한 후, 올해 안에 자사빌딩 입주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기로 했다. 미쓰비시지쇼는 ‘연수형’, ‘해커톤(hackathon) 합숙형’, ‘유급휴가 소비형’ 등,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랜을 마련해 워케이션을 운영할 계획이다. 

시라하마쵸(白浜町)에 위치한 ‘제2 IT비지니스오피스 외관(좌), 워케이션 오피스 이미지(우) (출처: 미쓰비시지쇼 홈페이지)

워케이션을 통해 직원들은 휴가를 근무일수로 인정받고, 사용자 입장에선 직원이 휴가를 가더라도 업무 연속성이 끊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호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다 지난해 7월 일본항공(JAL)의 도입을 계기로 점차 대기업으로 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기업들 뿐만 아니라, 아베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방식 개혁(働き方改革)’, 그리고 지역관광 활성화라는 목적이 맞물리면서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워케이션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휴가지에서도 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과 개인적인 시간을 양립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40대, 남성)”, “아이 키우면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쉬는 날을 활용해서 업무가 가능하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40대, 여성)”며 환영의 뜻을 비친 의견이 있는 반면, “On/off를 확실히 나눠서 휴일엔 업무 생각 하지 않고 쉬는 게 좋다. 워케이션은 휴식을 방해한다(20대, 여성)” 등 반대 의견도 보였다. 

바쁜 업무환경 속에서 그나마 워케이션이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를 실현시킬 수 있는 휴식의 대안이 될 것인지, 오히려 온전한 휴가 기회를 빼앗는 고육지책에 그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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