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료신문 ‘Ja-Vi Times’ 대표 박상범씨···日정착 경험 살려 재일 베트남인의 버팀목으로

과거 일본에 정착한 한국인들에게 소중한 정보통이 되어 주던 무료 생활정보지. 현재는 소셜 미디어로 그 기능이 옮겨갔지만,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 여전히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급증하는 베트남인들을 위한 무료 생활정보지가 도쿄 신주쿠(新宿)에 등장했다. 창간자는 다름아닌 한국인 박상범 씨. 그를 만나 재일 베트남인을 위한 무료 신문을 제작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신오쿠보(新大久保)역 인근의 오래된 상가 5층에 위치한 사무실 ‘DREAM  PARK’. 이곳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짝을 지워 나란히 세워진 한국, 일본, 베트남 국기가 눈에 들어온다. 박상범 씨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이곳에서 베트남인 직원들과 무료 신문을 만든다. 올해 1월부터 ‘Ja-Vi Times’라는 이름으로 매월 발간되는 무료 신문은 곧 8월호 신문의 배포를 앞두고 있다. 

신오쿠보의 사무실에서 만난 박상범 씨. 올해 1월부터 재일 베트남인을 위한 무료생활정보지 ‘Ja-Vi Times’를 발간해오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약20페이지 내외의 B4크기 신문에는 일본에 거주하는 베트남인들을 위한 각종 정보가 빼곡히 담겨있다. 기사 내용은 일본어와 병행해 표기되지만 메인은 베트남어다. 신주쿠에는 한인회와 같은 재일 베트남인을 위한 주요 커뮤니티가 아직 없다. 때문에 박상범 씨는 신문을 통해 교통 규칙 등 일본 생활의 기본 가이드부터 행정 및 비자 문제, 구인구직 정보까지 다양한 정보들을 소개해 오고있다.

재일 베트남인은 약 26만명(작년 말 기준)으로 5년 전과 비교해 5배 이상 증가했다. 일본 전체에 약 200여곳 이상에서 운영되고 있는 일본어 학교는 신오쿠보에만 50여개가 넘는다. 자연스레 일본으로 유학 온 베트남 학생들이 정착을 위해 주로 찾는 곳이 이곳 일대가 되면서, 신오쿠보에는 중국인과 한국인 다음으로 베트남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박상범 씨는 “일본으로 유학 온 한국인들이 그랬 듯 앞으로 베트남 유학생들도 졸업 후 일본에서 혹은 본국으로 돌아가 취업하거나 회사를 창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a-Vi Times’에는 교통 규칙 등 일본 생활의 기본 가이드부터 행정 및 비자 문제, 구인구직 정보까지 다양한 정보들이 소개되고 있다.

신문은 이들이 주로 찾는 베트남 식당이나 구청 등에 약 1만부 가량이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그는 군대에서 우연히 공부하게 된 일본어가 계기가 되어 1997년 도쿄로 유학을 왔다. 90년대는 현재 베트남인들의 일본 유학 열풍처럼 일본으로 유학하는 한국인들이 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일본 대학에 진학해 졸업 후 건축회사를 거쳐 30대에 상사에 입사한 그가 베트남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베트남 현지 공장 관리를 위해 일본 본사에서 파견되면서부터다. 

베트남에서 닦은 5년간의 경험을 살려 지난해 독립하여 10월에는 무역 회사 오픈을 앞두고 있다. 회사 경영자이면서 한편으로 베트남인들의 일본 정착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를 두고 주변에서는 “특이한 한국인”이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박상범 씨는 “유학 초기 시절 겪었던 어려움들을 지금 베트남 유학생들이 겪고 있다”며 신문 제작의 동기를 밝혔다. 재일 베트남인들 역시 신오쿠보에서 안정적인 정착을 거둔 한국인들의 노하우를 배우는데 적극적이다. 

작년 봄 신오쿠보에 문을 연 베트남 커피 전문점 ‘에그 커피’. 베트남 유학생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무료 신문이다 보니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뜻을 함께하는 주변인들의 도움 덕분에 인지도는 날로 높아지는 중이다. 그는 코리안 타운이 다국적 거주민들이 조화롭게 공생하는 ‘글로벌 마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신오쿠보 상점가가 주축이 된 ‘한-일-베트남-네팔 4개국 회의’에도 참석 중이다. 10월 1일 발족할 ‘사단법인 신주쿠 베트남 협회(가칭) ’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소박한 답변을 내어놓았다. 유학생 시절 무료 한인 생활 정보지를 손에 들고 식당을 찾아다녔던 박상범 씨. 20년이 흐른 지금 그는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사업가이자 재일 베트남인을 위한 버팀목으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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