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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틈새사업⑥] 사라진 흑돼지 ‘아구’의 부활
[일본의 틈새사업⑥] 사라진 흑돼지 ‘아구’의 부활
오키나와 재래종 돼지 아구 사육 농장주 가키야 소이치씨
  • 도쿄=김민정 기자
  • 승인 2018.08.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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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沖縄)에서는 “돼지는 울음소리 빼고 다 먹는다.”고 한다. 실제로 오키나와에서는 일본인들이 잘 먹지 않는 족발을 흔히 먹으며, 돼지 껍질이며 귀까지 모두 소비한다. 돼지고기를 이용한 요리는 찜부터 튀김, 볶음, 조림 등 다양하다. 오키나와 사람들이 자주 먹는 ‘소키소바(ソーキそば)’는 돼지고기로 국물을 낸 면요리다.

오키나와의 재래종 돼지인 아구(あぐー)는 1385년에 중국의 사신들이 가져온 후, 오키나와에 정착했고, 이후 오키나와에서는 돼지 고기가 궁중요리 재료로 쓰이다가 점점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오랜 사랑을 받아온 오키나와 전통 돼지 ‘아구’는 제2차대전 당시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된다. 전쟁으로 극도로 궁핍해진 오키나와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식용으로 사라진 것이다. 

류큐대학교(琉球大学) 전 명예교수 긴조 스미코(金城須美子)씨에 따르면, 전쟁이 끝난 후 오키나와에 재래종 아구는 약 수 백 마리 밖에 남지 않았고, 패전 후에도 주목을 받지 못한 ‘아구’는 수십 마리까지 줄어 멸종 위기에 처했지만, 1981년 나고박물관(名護博物館)시마부쿠로 세이빈(島袋正敏) 관장이 ‘아구’ 보존을 주장하고, 오키나와 북부농림수산고등학교(北部農林水産高校)의 오타 아사노리(太田朝憲) 교사가 아구 키우기에 협조해, 멸종 위기를 타파했다. 이에 최근 오키나와현까지 가세해, 아구 돼지 지키기에 돌입하면서 아구를 키우는 이들도 늘어가는 실정이다. 오키나와현은 현재 아구의 혈통을 50% 이상 유지하는 돼지를 아구로 인정하고 있으며, 대형 농장들은 아구와 타 돼지를 교배한 돼지를 아구로 판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순수 혈통 100% 아구만을 자랑하는, 오키나와의 한 농장을 찾아가 보았다.

오키나와 중부의 해안가에 위치하는 킨(金武町)마을에는 아구만을 사육하는 난쿠루(なんくる) 농장이 있다. 아구 약 30마리가 방목으로 사육되고 있는 이 농장은 오키나와 흑돼지 아구에 매료된 가키야 소이치(我喜屋宗一) 씨가 수년 전에 직접 손으로 땅을 일궈 만든 곳이다. 가키야 씨 부자의 아침은 새벽 6시에 시작된다. 아버지와 아들 셋이 함께 농장을 청소한 후, 돼지들에게 사료를 준다. 사료라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사료와는 다르다. 각종 채소들에 오키나와산 흑설탕물을 배합해 발효시킨 것으로 냄새가 덜하고, 돼지들의 건강을 지키고 면역력도 높여주는 특별한 사료다. 오키나와산 파인애플, 바나나 줄기 등 디저트도 먹인다. 때로는 잔밥을 쓰기도 하는데, 영양소를 고려해 잔밥은 오로지 주변 학교의 급식 중에서 남은 것을 얻어와 준다고 한다.

맛있는 고기가 되는 것이 돼지의 숙명이 듯 돼지의 도축을 막을 수는 없지만, 돼지가 우리 농장에서 크는 동안 맛있는 사료를 먹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유롭게 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할 일이라고 느낀다고 말하는 난쿠루(なんくる) 농장주 가키야 소이치(我喜屋宗一) 씨 (사진=김민정기자ⓒ프레스맨)

Q 아구 돼지를 키우게 된 경위는?

샐러리맨으로 일을 하다가 우울증에 걸렸다. 그래서 일을 그만두었다. 우연히 아구 돼지를 알게 되었는데, 돼지를 키워보자, 자연 속에서 살아보자란 생각이 들어서 땅을 사서 농장을 만들었다.

Q 아구 돼지는 키우기가 무척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돼지가 다 커도 일반돼지의 3분의 2의 크기 밖에 되지 않는다. 약 100킬로가 가장 큰 크기다. 새끼도 적게 낳는다. 한번에 5마리 정도다. 역시나 일반 돼지의 3분의 2수준이다. 키우는데 시간이 걸리고 새끼도 적게 낳고, 몸집이 작아 고기로 팔 수 있는 부분이 적어서 키우기 꺼려하는 돼지다.

방목중인 돼지들. 공장식 농장에 반감을 느끼는 가키야 씨는 돼지들을 풀어놓고 사육한다. 돼지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망으로 막아두긴 했지만, 넓은 농장을 돼지들은 자유롭게 걷고 뛰어다닌다.  (사진=김민정기자ⓒ프레스맨)<br>
방목중인 돼지들. 공장식 농장에 반감을 느끼는 가키야 씨는 돼지들을 풀어놓고 사육한다. 돼지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망으로 막아두긴 했지만, 넓은 농장을 돼지들은 자유롭게 걷고 뛰어다닌다. 크기는 일반돼지의 3분의 2에 불과하다.(사진=김민정기자ⓒ프레스맨)

Q 그만큼 거래가가 비싼가?

새끼도 덜 낳고 손도 많이 가는데다 몇 마리 없는 돼지여서 일반돼지의 3배의 가격으로 유통된다. 단지 사료비가 많이 들고 지방이 많아 판매할 수 있는 분량이 매우 적다. 게다가 일손 부족이어서 우리는 아들셋이 아침부터 농장에서 일을 하는데, 다른 곳들은 외국인 연수생을 불러와 일손으로 쓰고 있다. 

Q 오키나와에서 아구 붐이 일면서 아구를 키우는 이들이 증가했다고 하는데?

오키나와현에서 아구가 50%만 들어가도 아구로 인증해주는 제도를 시행중이다. 그 제도 시행 후 대형농장들이 아구와 다른 돼지를 교배한 아구를 판매하고 있지만, 우리 농장은 오로지 아구 100%만을 추구한다. 또 방목을 하기 때문에 돼지들의 스트레스가 덜하다. 우리 농장의 돼지들은 모두 꼬리가 있다. 대형농장에선 꼬리를 자르고 키운다. 돼지는 움직이는 것을 무는 습성이 있기 때문인데 우리는 돼지 한 마리 한 마리에 이름을 붙여 정성껏 돌보고 있어서, 꼬리를 무는 돼지는 없다.

사료는 각종 채소를 사탕수수물로 발효시켰다. 면역력을 높여주고 냄새를 없애준다.  (사진=김민정기자ⓒ프레스맨)<br>
사료는 각종 채소를 사탕수수물로 발효시켰다. 면역력을 높여주고 냄새를 없애준다.  (사진=김민정기자ⓒ프레스맨)

Q 다른 농장처럼 아구와 다른 돼지를 교배시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억지로 교배시켜서 많은 돼지를 키우기보다 우리 부자가 키울 수 있는 숫자만 돌보고 있을 뿐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돼지를 키우려고 했을 때, 아구에 반했기 때문에 아구만을 키우는 일에 열중하고 싶다. 큰 농장을 일구는 것보다 작지만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Q 아구를 키우기 위해서 어떤 점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발효사료로 면역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방목을 하고, 항생제도 쓰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 돼지 한 마리 한 마리를 자식처럼 키우고 있다. 좋은 돼지를 키워서, 시장에 내놓고 싶다. 돼지가 병에 걸리지 않는 사료가 무엇인지를 관찰하고 기록한다. 돼지가 배설하는 시간과 배설량도 모두 관찰해서 기록한다. 그런 기록들이 좋은 돼지를 키우는데 큰 힘이 된다.

주변에서 얻어온 파인애플은 돼지들의 식후 디저트로 쓰인다.  (사진=김민정기자ⓒ프레스맨)<br>
주변에서 얻어온 파인애플은 돼지들의 식후 디저트로 쓰인다.  (사진=김민정기자ⓒ프레스맨)

Q 돼지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기록하며 사육 중인데, 왜 더 편하게 키우지 않고 힘든 길을 택했는가.

인간에겐 인간의 숙명이, 돼지에겐 돼지의 숙명이 있다. 돼지의 숙명은 맛있는 고기가 되는 것이다. 돼지의 도축을 막을 수는 없지만, 돼지가 우리 농장에서 크는 동안 맛있는 사료를 먹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유롭게 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할 일이라고 느낀다. 나 스스로가 우울증에 걸려서 힘들었을 때, 내 몸을 추스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런 내가 우울증을 극복하고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내가 키우는 돼지가 혹시나 우울증에 걸린다면, 그건 크나큰 잘못이다. 돼지가 살아있는 동안은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돼지를 키우는 자로서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가키야 씨는 현재, 몸이 불편한 아내의 수발을 들며, 장애가 있는 두 아들을 키우며, 장남과 함께 돼지 농장을 돌보고 있다.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좋아하는 것을 관찰하며,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돼지 사육에 열정을 가지고, 매일 돼지들을 관찰하며, 지속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난쿠루 농장의 돼지고기는 시중에는 유통되지 않으며 일부 호텔에 사용되고, 오키나와 지역에 납세하는 이들을 위한 답례품으로만 그 맛을 볼 수 있는 희소가치가 높은 상품이다. 사료비가 많이 들어, 적자를 간신히 면한다는 가키야 씨. 멸종 위기에 놓인 아구 돼지를 키우는 노하우를 몸소 습득한 선구자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아구 돼지 부활은 지난 30여년간 서서히 진행되어 왔고, 최근 홍콩 수출에 성공하면서 2016년에는 처음으로 1,200마리까지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1,000마리 선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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