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백화점, 비닐 및 플라스틱 트레이 과다 사용 일상화

일본을 대표하는 한 대형 마트 체인. 계산대 근처 자율포장대는 쇼핑을 끝낸 손님들이 장바구니에 담겨있던 상품들을 비닐봉투에 옮겨 담느라 분주했다. 바삐 움직이는 이들의 모습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포장대 위에 설치된 롤백(속비닐이 둥근 원통에 말려 있는 것)에서 얇은 속비닐을 뜯어 상품을 감싼 뒤 다시 비닐봉투에 담는 것이다. 속비닐과 함께 비치된 투명테이프로 일일이 꼼꼼하게 포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과일 및 채소, 생선 등을 판매하는 신선식품 코너마다 속비닐을 뜯어 쓸 수 있도록 롤백이 비치된 것은 물론이다. 조리된 음식을 파는 곳에서도 마찬가지다. 돈까스, 프라이드 치킨 등 튀김류가 있는 곳에는 크고 작은 사이즈의 비닐과 플라스틱 트레이도 함께 정렬해 있다. 

계산대 옆 자율 포장대 마다 포장용 속비닐을 뜯어 사용할 수 있는 롤백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계산대 옆 자율 포장대 마다 포장용 속비닐을 뜯어 사용할 수 있는 롤백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조각수박은 요청이 없었음에도 계산대의 점원이 속비닐로 감싸 장바구니에 넣어주었다. 마트 비닐봉투 역시 요청이 없어도 무료로 제공된다. (사진=최지희기자)
조각수박은 요청이 없었음에도 계산대의 점원이 속비닐로 감싸 장바구니에 넣어주었다. 마트 비닐봉투 역시 요청이 없어도 무료로 제공된다. (사진=최지희기자)

마트 뿐 만이 아니다. 백화점 식품 코너는 과대 포장의 끝판왕이라 불릴 만큼 비닐 및 플라스틱 트레이가 과다 사용되고 있다. 샐러드 코너의 점원들은 손님에게 포장 유무를 묻는 일 없이 플라스틱 트레이에 담아 속비닐로 감싼 후 이를 다시 비닐 봉투에 넣어 건넨다. 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꽁꽁 싸매는 것이 친절한 서비스 제공의 척도가 된 듯한 모습이다. 

일본,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세계 2위’

최근 발표된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플라스틱 쓰레기의 배출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었으며, 다음으로 이름을 올린 곳이 일본이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오염을 일으키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인 ‘마이크로 플라스틱’의 원인이 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길이 5밀리미터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으로, 크기가 작아 발견하는데 시간이 걸려 오염 실태를 파악하는 데 조차 어려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중국으로 약 4천만톤(2014년 기준)이었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중국의 8분의 1 정도에 해당되는 양이지만, 일인당 발생량으로 환산하면 약 32킬로그램으로 세계 2위 수준이다. 1위 미국은 약 45킬로그램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7개국 정상회담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대폭 축소 및 재활용에 대한 목표를 수치화한 ‘해양 플라스틱 헌장’이 논의되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만이 이 헌장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플라스틱 발생량 세계 1,2위 국가가 서명을 거부한 것이다.

환경장관 “사용 금지 혹은 유료화, 당장은 안 해”

비닐봉투 사용과 관련해서는 이미 30개국 이상에서 규제가 실시되고 있다. 이탈리아와 벨기에는 전면 금지를 시행하고 있으며, 배출량 상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도 부분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비닐봉투 소비량이 연간 300억장에 달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사용을 금지하거나 유료화 하는 등의 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 중인 나카가와 마사하루 환경장관 (출처=TBS 뉴스 화면 캡쳐)
기자회견 중인 나카가와 마사하루 환경장관 (출처=TBS 뉴스 화면 캡쳐)

나카가와 마사하루(中川雅治) 환경장관은 각료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일본에게 있어 중요한 과제임과 동시에 세계와 연계해 대처해야할 과제”라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또한 비닐봉투 사용에 관련해서는 “사용 금지 혹은 유료화는 비닐봉투 문제 대책에 있어 유효하다. 용기 포장 배출 억제 역시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비닐봉투 유료화나 금지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그러한 방향으로 가길 기대한다”는 애매한 입장 표명으로 마무리했다.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일본 주변 해역의 ‘마이크로 플라스틱’ 양은 1평방킬로미터 당 172만개로 세계 평균 보다 27배 넘게 오염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해양 국가 일본이 언제쯤 국가 차원의 효율적인 제도 마련에 나설 수 있을지 국내외의 관심과 우려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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