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구찌'가 인정한 트렌드 개척자 '츠노다 타로'

도쿄의 트렌드를 이끄는 곳, 나카메구로(中目黒). 개성있는 잡화점이 가득한 것으로 유명한 이곳에 '카세트테이프'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 '왈츠(Walts)'가 있다. 6,000여 개의 카세트테이프와 더불어 카세트플레이어, LP판과 오래된 중고 잡지들이 즐비하다. 

왈츠에는 상시 6000개의 카세트테이프가 마련되어 있다. 매일 전세계로부터 자신들이 제작한 카세트테이프를 보내오는 이들이 있고, 츠노다 씨는 한 곡 한 곡 차근차근 들으며, '왈츠'에 어울리는 카세트테이프를 발굴해서 취급한다. (사진=김민정 기자)<br>
왈츠에는 상시 6000개의 카세트테이프가 마련되어 있다. 매일 전세계로부터 자신들이 제작한 카세트테이프를 보내오는 이들이 있고, 츠노다 씨는 한 곡 한 곡 차근차근 들으며, '왈츠'에 어울리는 카세트테이프를 발굴해서 취급한다. (사진=김민정 기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세트테이프'. MP3 마저 낯선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다소 생소하고, 이미 나이든 세대들에겐 향수가 느껴지는 추억의 물건쯤으로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카세트테이프는 아직 현재 진행형인 소프트웨어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여전히 카세트테이프로 앨범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게 ‘왈츠’는 시대를 앞서 가는 뮤지션들의 독특한 '카세트테이프'만을 취급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가게가 되었다. 그런 노고를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명품 브랜드 '구찌'가 선정한 7번째 '구찌 플레이스'로 선정됐다. 구찌에게 영감을 준 자오로, 이탈리아의 안젤리카 도서관, 손니노 성, 런던의 메종 애슐린, 미국의 LA카운티 미술관 등 역대 구찌플레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올해로 48세인 점주 츠노다 타로(角田太郎)씨는 음반회사인 웨이브를 거쳐, 아마존 재팬에서 14년을 일했다. 그는 서적사업 본부 상품구매 부장, 소비재 사업부장, 신규개발 사업부장 등을 거치며 아마존에서 하는 일들을 사랑했지만, 다운로드나 클릭 한 번으로 얻는 것보다 약간 수고스러운 것에 진정한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하고, 아마존을 퇴사한 후 카세트테이프 가게를 열었다.

14년간 일한 대기업 아마존을 사퇴하고 나와 작은 카세트테이프 전용 가게 '왈츠'를 차린 츠노다 타로씨. (사진=김민정 기자)<br>
14년간 일한 대기업 아마존을 사퇴하고 나와 작은 카세트테이프 전용 가게 '왈츠'를 차린 츠노다 타로씨. (사진=김민정 기자)

Q 대기업을 퇴사하고 작은 가게를 열고자 했을때 주위의 반대가 심하지 않았나요?

아내 이외의 모든 사람들이 반대를 했습니다.

Q 그런 반대 속에서도 가게를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음악을 좋아해서 카세트테이프를 많이 모았어요. 디지털과 관련된 일을 해서인지 정반대인 카세트테이프가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또 하나는 반대하니까 더욱 하고 싶었어요. 그 때 반대를 했던 이들이 지금은 땅을 치며 통곡을 합니다. 그 때는 잘 몰랐다고요. 저는 아마존에서 충분히 성과를 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다른 성과를 내보고 싶어서 이 가게를 기획했습니다. 제 비지니스 지론은 시대를 역행하자는 것이에요. 그렇게 하면 세상에서 유일한 가게가 됩니다.

Q 정말 세상에서 유일한 가게가 되었고, ‘구찌 플레이스’로 선정됐는데 그때 기분은 어떠셨어요?

기쁘다기 보다는 놀랐어요. 이런 작은 가게가 구찌 플레이스라니? 정말인가? 의심스러웠습니다. 가게가 입소문을 타면서 해외의 디자이너 및 모델들이 자주 찾게 되었는데, 그 중에 구찌 담당자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가게를 보고 간 후에 연락이 온 거예요. 뿌듯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카세트테이트가 다운로드보다 신선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전세계의 인디 뮤지션들은 오히려 카세트테이프를 적극적으로 제작한다고 한다. (사진=김민정 기자)

Q 아마존을 포함해서 애플도 그렇고, 이미 다운로드로 음악을 듣는 시대가 되었는데, 왜 카세트테이프를 판매하시나요?

사람들은 카세트테이프를 보고 향수를 느낀다고 합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어요. 그런데, 실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시대를 이끄는 뮤지션들이 카세트테이프로 앨범을 내고 있습니다. 인디 뮤지션들도 카세트테이프를 써요. 새롭고 신선하고 ‘쿨’하기 때문이죠. 이 표지들 좀 보세요. 이런 아트적인 감각이 넘치는 카세트테이프는, 다운로드의 시대에 태어난 젊은이들에겐 오히려 쿨한 감각으로 느껴진다고 합니다.

Q 태어났을 때부터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이 있는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아날로그가 신선하게 와 닿는다는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40-50대에겐 카세트테이프가 옛 것이지만, 젊은이들에겐 새로운 소프트지요. 저희 가게가 전세계의 테이프를 취급하니까, 전세계의 인디 레이블들이 카세트테이프로 만든 앨범을 보내옵니다. 저의 일과는 그 음악들을 다 듣고, 저희 가게에서 취급할 것들을 고르는 거죠. 가게 분위기에 딱 맞는 음악을 고르는 일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하는 중요한 일이에요.

Q 가게에 들어온 손님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엔 손님이 없었는데 요즘은 하루 100명은 족히 옵니다. 여기에만 있는 음악들이 있거든요. 어디서도 살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음악을 듣고, 즐기다 갑니다. 일단 손님들의 첫 반응은 “소리가 좋다”예요. 카세트테이프라면 음질이 나쁠 것이란 편견이 있는데, 생각보다 뛰어납니다. 개성이 있고, 독특하면서도 따뜻해요.

오래된 잡지들은 표지만 봐도 신선하고 새롭다. (사진=김민정 기자)

최근 2~3년간 일본에서는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조용한 붐을 일으키고 있다. 카세트테이프로 추억의 노래를 들으려는 중·장년층, 1980년대 복고풍 문물을 신선하게 여기는 젊은이들이 주 고객층이다. 이 흐름을 타고 마쓰다 세이코와 같은 80년대 인기 아이돌부터 '구루리(くるり)', '유니콘(ユニコーン)'과 같은 요즘 젊은 아티스트까지 카세트테이프로 앨범을 발매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 오디오 협회 멘조 료지(校條亮治)회장은 "지난 3년간 카세트테이프가 살아나 새로운 포맷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카세트테이프가 소소한 인기를 끌자 소니·도시바 등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들이 올 초 잇따라 라디오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신제품을 출시했다. 도시바가 올해 3월에 내놓은 라디오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TY-AK1'는 4~5월 두달간에 3,000대 판매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 물론 카세트테이프는 1980년대와 비교하면 약세다. 일본 레코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생산된 카세트테이프는 총 57만 1천 개로 10년전과 비교하면 90%나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향수에, 누군가는 색다른 매력에 사로잡혀 카세트테이프를 찾고 있다.

왈츠의 매장 한켠에는 이제는 거의 볼 수 없게된 라디오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박물관 처럼 진열돼 있다. (사진=김민정기자)

츠노다씨에겐 최근 지점 및 프랜차이즈 요청이 쇄도 중이다. "점포는 하나면 족합니다. 인터넷 판매도 욕심이 없었는데,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올해부터 시작했어요. 아마존 시절에는 수천 억엔씩의 매상을 올렸어요. 그때 (제 돈은 아니지만) 돈을 많이 벌어봐서 그런지 돈 욕심은 없습니다. 지금 가게를 잘 가꿔나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오전에는 잡지 등의 취재 장소로 대여를 하고, 가게는 오후 1시부터 문을 연다. 

돈보다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나누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선택했다는 그는 앞으로 라디오를 통해 카세트테이프의 매력을 더 널리 전파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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