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위원회 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
면, 녹차, 술까지 일본의 나무(木)로 식품 만들기
면, 녹차, 술까지 일본의 나무(木)로 식품 만들기
  • 도쿄=김민정 기자
  • 승인 2018.07.20 1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무는 건자재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러한 고정관념에 벗어난 재미난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나무로 식품 만들기'다. 목재 가공기술의 발달로 나무 자체를 여러 형태로 만들어 먹는 제품에서부터 나무를 발효시켜 술로 만들거나 나무로 육수를 우려낸 수프 등 제법 다양하다.

먼저 나무 자체를 가공해 식품으로 만든 케이스다. 나무의 새싹이나 우엉 같은 뿌리를 먹는 습관은 일본인에게 드문일은 아니다. 뿌리에는 전분이 함유돼 있어 충분히 식품으로 활용돼 왔지만, 여기서 말하는 나무는 목재로 '나무섬유'다.

오미켄시가 내놓은 셀룰로오스 면. 다양한 요리에 이용해도 곤약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br>
오미켄시가 내놓은 셀룰로오스 면. 다양한 요리에 이용해도 곤약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출처=오미켄시 홈페이지)

나무 섬유의 주된 성분은 셀룰로오스(cellulose)와 리그닌(lignin)이지만 이것은 사람이 소화할 수 없는 물질이다. 소화효소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초식동물이나 흰개미와 같이 체내에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있는 장기조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먹어도 영양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맛도 없어 사람이 섭취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때문에 나무를 식용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이 경우 셀룰로오스를 분해해 포도당으로 만드는 것이 전제돼 왔다.

하지만 최근의 시도는 인체가 분해할 수 없는 셀룰로오스 그 자체를 섭취하자는 것이다. 분해를 못한다는 것은 칼로리를 얻을 수 없다는 말인 만큼 다이어트 식품으로 안성맞춤이다라는 발상이 배경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식물섬유는 칼로리는 없어도 몸에 좋은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다 나무의 향기까지 느낄 수 있으니 더할 나위없는 식재료인 셈이다.

이미 상용화된 제품도 있다. 지난 6월 오사카의 방직대기업 '오미켄시'는 목재의 섬유에서 채취한 셀룰로오스와 곤약을 섞어 만든 저칼로리(6kcal) 면 '세루이토(브랜드명 : 푸룬짱)'를 내놓았다. 칼로리가 매우 낮을 뿐 아니라 지방이나 탄수화물도 거의 포함돼 있지 않는 것이 특징인 '세루이토'는 곤약 특유의 쓴 맛이 없고 식감도 좋아 출시 이후부터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 중이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오미켄시는 올해 10억엔을 투자해 공장을 넓힐 계획인 만큼, 조만간 가까운 마트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나무를 곱게 갈아 만든 수퍼 우드 파우더가 첨가된 녹차 '오갓티' (출처=다루와키엔 홈페이지)

분말 형태의 제품도 있다. 시즈오카 공과대학(静岡工科大学)시무라 후미오(志村史夫)교수가 시즈오카의 녹차농원과 함께 '오갓티(おがっティー)'를 개발해 판매 중이다. 오갓티는 시무라 교수가 시즈오카현 미즈쿠보에서 벌목된 삼나무나 노송나무를 2년간 자연건조시킨 후 분말로 만든 '수퍼우드파우더'와 녹차잎을 혼합한 녹차가루다. 천연 셀룰로오스인 '수퍼우드파우더'를 녹차에 도입한 유기농 차농원 ‘다루와키엔(樽脇園)'은 "수퍼우드파우더'가 녹차의 맛에 깊이를 더해준다"고 평가했다. 시무라 교수에 따르면 '수퍼우드파우더'를 식재료에 30%까지 섞어도 음식의 맛이 변하지 않아, 과자 및 케이크 등을 만들 때 밀가루 대용으로 사용하면 칼로리를 낮출 수 있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나무 자체를 섭취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무로 만든 술'도 개발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쓰쿠바(つくば)소재의 국립연구개발법인 산림연구 조정기구 '산림종합연구소'는 목재를 분쇄한 후 효소를 첨가해 저온에서 발효시켜 나무 특유의 향을 가진 술을 시험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목재로 바이오 연료를 만들때 발효시킨다는 점에 착안에 성공한 '나무로 만든 술'은 삼나무, 자작나무, 벚나무 등의 목재에 화학처리나 열처리를 하지 않고 식용효소와 효모를 첨가해 저온에서 발효시키는 방식이다. 삼나무의 경우 목재 4킬로그램에서 와인과 같은 도수의 식용 알코올이 3.8리터 가량 만들어진다. 연구소는 안전성을 확인한 후 3년 내에 역사상 최초로 '나무로 만들 술'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오래전부터 나무를 식재료로 쓰는 유명 조리사도 있다. 아오야마의 프렌치 레스토랑 ‘나리사와’의 셰프 나리사와 요시히로(成澤義弘)는 '숲과 함께 살자'를 테마로 나무를 식재료로 써왔다. 히다다카야마(飛騨高山)산 삼나무에서 육수를 우려낸 수프 '숲의 에센스', 갓 구운 빵에 밤나무 가루를 뿌린 '숲의 빵' 등을 이미 5년 전부터 선보이고 있다. 

일본 유일의 산림 저널리스트 타나카 아쯔오(田中淳夫)씨는 "식용으로 아무리 나무를 소비해도 갈수록 위축되는 임업을 부흥시킬 정도가 될리 만무하지만, 나무에 대해 고착된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만으로도 '나무로 식품 만들기'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