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편의점 점포수 일본의 70%, 매출액은 고작 20% 불과
한국내 편의점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 존립 한계점 넘어서
근접출점제한·최저수익보장제 등 대안 마련 시급

단위:원, 인상률 % (출처=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 / 그래픽=김승종기자 ⓒ프레스맨)
단위:원, 인상률 % (출처=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 / 그래픽=김승종기자 ⓒ프레스맨)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의결한 이후 소상공인연합회가 '불복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최전선에 편의점 업계가 서 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의 계상혁 협회장은 17일 tbs의 김어준 뉴스공장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가장 큰 문제는 2년 동안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 인상률이에요. 최저임금 과하다고 얘기를 하면 자꾸 언론에서 가맹본사나 건물주하고 카드회사 문제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최소한 편의점 본사하고 건물주는 저희가 동의하고 사인을 한 거거든요, 그렇게 하겠다고. 그런데 최저임금은 저희가 동의하고 사인한 적이 없어요. 이렇게 많은 인상률을 저희가 동의한 적이 없거든요"라고 주장했다.  

즉, 불합리하든 불공정하든 간에 당사자끼리 동의하에 계약을 했으니 문제 없지만, 너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률은 동의한 바가 없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소 황당하게 까지 들리는 그의 주장대로라면 무엇이든 편의점 사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 변화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의 주장대로 최저임금 상승률이 급격하지 않거나 동결된다면 편의점의 수익구조가 나아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림없다. 당초 우리나라 편의점의 고질적인 문제는 많아도 너무 많은 편의점수 탓에 점포당 매출액이 너무 적다는데 있기 때문이다.  

본사의 수수료는 토지나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지,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인지, 안정을 추구하는 방식인지등 개별 계약 방식으로 책정되는 만큼 적게는 10% 이하에서부터 많게는 50% 이상까지 다양해 평균 수수료란 말은 의미가 없고 단지 매출이 너무 적기 때문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뿐이다. 

최저임금도 말그대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자는 것인 만큼 최저임금 알바생조차 고용할 수 없을 정도면 이미 사업모델로서 존립 가치가 없어졌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편의점이 사업모델로서의 존립 한계점을 얼마나 벗어났는지는 일본의 편의점과 비교하면 매우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국의 편의점수는 2018년 2월 말 기준으로 5개 브랜드 39,890개(CU 12,653개, GS25 12,564개, 세븐일레븐 9,326개, 이마트24는 2,846개, 미니스톱 2,501개) 에 달한다. 집계를 시작한 1989년 전국적으로 7개에 불과했던 것이 매년 성장을 거듭해 29년만에 4만 점포 개점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점포수 증가 추세를 살펴보면 IMF때인 1998년의 경우엔 고작 6개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이후 1999년에 279개(전년대비 13.5%), 2000년 487개(동 20.8%), 2001년 1,044개(동 36.9%)등 급증세를 보였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3년에 걸쳐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2010년부터 현재까지 폭발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2018년 2월 말 기준 일본의 주요 8개 브랜드 점포 수는 55,395개(세븐일레븐 20,033개, 패밀리마트 17,409개, 로손 13,111개, 미니스톱 2,263개, 데일리야마자키 1,571개)다. 점포수만을 놓고 보면 일본의 편의점수가 한국 보다 15,505개나 더 많지만, 총인구를 편의점 수로 나눈 점포당 인구수는 일본이 2,300명인데 비해 한국은 이의 절반 가량인 1,300명에 그친다. 즉, 한국의 편의점 수가 일본 편의점 보다 2배 가까이 많아 훨씬 더 포화상태임을 알 수 있다.

데이터 출처=일본프랜차이즈체인협회(JFA),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공정거래위원회 / 그래프=Highcharts.com

문제는 이렇게 편의점이 많다보니 점포당 매출액이 형편없다는 점이다. 한국 편의점의 총매출액은 20조 3,241억원인데 반해 일본 편의점의 총매출액은 10조 6,975억엔, 7월 17일 기준 환율을 적용하면 107조 1,322억원에 달한다. 점포수는 일본 편의점의 70%에 달하는데도 매출액은 고작 20% 수준에 그쳐 비교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매출이 이렇게 적은 이유는 1인당 평균 객단가도 5,000원으로 일본의 6,200원(618엔)에 비해 낮은데다, 점포수가 너무 많아 점포당 평균 이용객수가 900여명인 일본의 40% 수준인 37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개별 점포 단위의 연간매출액을 살펴보면 평균 객단가와 이용객수 차이가 초래한 결과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연간 평균 매출액은 CU가 6억 1,682만원, GS25 6억 7,922만원, 세븐일레븐 4억 9,938만원, 미니스톱 6억 4,099만원으로 5억~6억원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일본 편의점의 연간 평균 매출액(원화로 표기)은 세븐일레븐재팬이 23억 9,440억원, 로손 21억 1,335만원, 패밀리마트 19억 530만원, 미니스톱 16억 4,615만원, 데일리이자카야 14억 6,000만원으로 한국 편의점 보다 훨씬 많다. 중견 브랜드조차 한국 업계 매출액 1위인 GS25 매출액의 2배가 넘고, 양국의 점유율 1위 브랜드인 CU와 세븐일레븐재팬을 비교하면 4배 가까이나 차이가 난다.

산업통상자원부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당 매출액은 지난해 2월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3.5%)로 돌아선 이후 올해 1월까지 12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가뜩이나 형편없는 매출인데 그 마저도 편의점이 너무 많아 서로 매출을 갉아먹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즉, 2017년의 최저임금은 6,470원이었다. 

24시간 영업인 편의점의 특성상 인건비 비중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지만, 일본에서 인건비 부담으로 편의점 영업이 힘들다라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그만큼 충분한 매출액으로 인건비 상승분을 감당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3% 이상 인상이 예정된 일본의 전국 평균 최저시급은 약 900엔대이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심각한 일손부족을 배경으로 아르바이트 등 파트타임 직원 활용도가 높은 편의점 등의 시급은 이미 1,000엔대를 돌파한 지 오래고 심야에 일하는 경우의 시급은 1,300엔~1,500엔 대로 높게 형성돼 있다. 수수료도 일본이 높긴 하지만, 단순비교가 어려우므로 논외로 치더라도 일본의 평균 임대료가 한국보다 높은 만큼 임차비용 지출도 더 많은 편이다. 

그렇다면 임대료도 높고, 인건비 부담도 훨씬 많은 일본의 편의점이 망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일본 편의점 업계가 도입하고 있는 '최저수익보장제' 덕이다. 한국과 일본의 편의점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광열비나 유효기간경과상품 폐기비용 등 가맹본부의 지원책이 존재하지만, 유일하게 한국과 일본 편의점이 다른 점은 '최저수익보장제'의 유무다.  

데이터출처=프랜차이즈비교닷컴(fcowner-hikaku.com)<br>
데이터출처=프랜차이즈비교닷컴(fcowner-hikaku.com)

일본 편의점 업계 1, 2위를 달리는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의 경우, 매출원가를 제외한 연간총수입을 최소 2,000만 엔 보장해준다. 월 167만 엔 정도로 여기서 수수료, 인건비 등의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가맹점주들은 어느정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가맹본부도 이 부분을 감안해 일정 수준의 매출을 올릴 수 없는 곳에는 출점을 자제한다. 수수료 수입을 노리고 무턱대고 편의점을 열어줬다간 최저수익보장이라는 덤터기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15년간이나 말이다.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의 가맹기간은 15년이다.

최저수익보장제 때문에 일본에서는 편의점 창업도 돈만 있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맹본부가 전업으로 편의점 운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지를 계약의 필수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본사가 토지를 임대하는 경우에는 "동거부부 혹은 동거하는 3촌이내의 가족 2명의 전업이 가능한 경우"로 한정할 정도다.

반면, 최저수익보장제와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없는 한국 편의점 업계는 애초에 상생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로 구성된 프랜차이즈 사업의 특성상 사업모델의 근간이기도한 상생을 제쳐두고 한국의 편의점 본사가 수익과 직결된 점포수 늘리기에만 집중하는 것은 각 점포가 적자가 나더라도 그 어떤 손해도 책임지지 않는 계약구조 때문이다. 한국의 편의점 본사도 최저수익을 보장하긴 하지만 신규점포에만 기간 한정으로 제공하는 만큼, 이는 신규 점포확대를 위한 당근으로만 사용되고 가맹점주의 수익 안정화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인 편의점 가맹본부가 해고자나 퇴직자들을 상대로 얼마나 쉽고 빠르게 점포수를 늘려왔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한국의 편의점 도입 초창기에는 점포 간 상권 보호를 위해 80m 이내 출점을 금지하는 '근접출점자율규약'을 1994년 만들어 시행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2000년 사라졌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해당 제도를 카르텔(담합) 행위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이후 공정위는 2012년 편의점의 도보 거리 250m 이내 출점을 제한하는 모범거래 기준을 만들었으나 이 규정마저도 2014년 폐지했다.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마저 대기업의 입장만을 대변해 온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편의점 수가 가장 많은 CU(BGF리테일)가 2017년 한해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은 2,149억원이다. 편의점주들이 사회적약자 중의 약자인 알바생의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며 단체행동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선 가운데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알바생보다 못번다"는 편의점주들의 눈물이 모두 가파른 최저임금상승 탓이라는 여론몰이가 한창이다. 정치적인 의도마저 엿보인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콩나물 시루처럼 많아진 점포수 탓에 매출액이 너무 적어진 때문이므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추거나 동결한 들, 고통스런 나날을 연장하는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은 될 수 없다. 

1974년 5월에 일본 도쿄 고토구 토요스(東京都江東区豊洲)에 개설된 세븐일레븐 1호점 전경 <사진=일본 세븐일레븐 제공>

1974년 세븐일레븐 1호점을 시작으로 편의점 시대를 연 일본. 뒤쳐지긴 했지만 한국의 편의점 역사도 1989년 세븐일레븐 올림픽선수촌점으로부터 시작됐으니 그리 짧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양국의 편의점 업계의 성적표는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물론 인구사회학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고, 양국의 경제적상황도 엄연히 적지않은 시차가 있어 똑같을 수는 없지만, 일본의 편의점처럼 상생을 토대로 한 질적성장과 내실화를 위해서는 최소한 가맹본부의 마구잡이식 근접 출점을 막을 수 있는 최저수익보장제의 도입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인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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