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 하나와 안주로 삼을 감자칩 한 봉지를 사들고 집으로 향할 때 느끼는 행복감, 이른바 '소확행(小確幸)'이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일본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 (ランゲルハンス島の午後·1986)' 에서 처음 언급된 말로, 지치고 바쁜 삶을 살아가지만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나만의 작은 행복를 찾고 싶어하는 현대인들 사이엔 유행처럼 번져 있다.

이렇게 작고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행복에 추가할 것이 또 하나 생긴 듯하다. 캔맥주를 사들고 집으로 걸어가는 몇 분의 시간마저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갓 내린 신선한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세븐일레븐의 생맥주 판매서비스가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근처 세븐일레븐에 비어서버 강림ㅋ” “세븐님...!”이라는 글과 함께 인증샷을 올린 네티즌(트위터 캡쳐)<br>
“근처 세븐일레븐에 비어서버 강림ㅋ” “세븐님...!”이라는 글과 함께 인증샷을 올린 네티즌(트위터 캡쳐)

2013년 업계 최초로 편의점 드립커피 서비스 '세븐카페'를 선보인 후 누적 39억잔 판매기록을 세운 세븐일레븐이 이제는 갓 내린 생맥주 서비스까지 내놓으며 편의점의 새로운 소비문화 창출에 도전하고 나섰다. 세븐일레븐의 비어서버에서 맛볼 수 있는 생맥주는 기린맥주의 '이치방시보리(一番搾り)'로 가격은 S사이즈 100엔, M사이즈가 190엔으로 매우 저렴하다. 세븐 카페처럼, 계산대에서 먼저 원하는 사이즈의 컵을 구입 후, 손님이 직접 생맥주 기계에 컵을 두고 버튼을 눌러 맥주를 채우는 방식이다.

세븐일레븐이 일부 점포에 '비어서버(생맥주기계)'를 미리 들여놓고 생맥주 판매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이를 목격한 네티즌들은 "근처 세븐일레븐에 비어서버 강림ㅋ", "퇴근길에 매일 한 잔씩 마실것 같아" 등 기대섞인 반응과 함께 인증샷을 공유하는 등, 출시 전부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편의점은 각종 스낵류, 견과류는 물론이고 오뎅, 튀김까지 술안주로써 손색없는 다양한 상품군을 가졌기 때문에, 훨씬 적은 돈으로 이자카야(居酒屋, 일본식 선술집) 부럽지 않은 술자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세븐일레븐의 생맥주 판매 서비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A씨는 "가뜩이나 세븐카페나 오뎅, 튀김 등 즉석 메뉴를 팔고 있어 손이 많이 가는데 비어서버 마저 설치되면 일만 늘어날 뿐"이라며 "다른 업종에 비해 시급도 낮은 편이라 일 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도쿄 우에노역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골목 어귀에서 작은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B씨는 "세븐일레븐 같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기업이 생맥주까지 팔아 우리같이 영세한 업체의 생명줄마저 끊으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생맥주 판매 서비스는 이렇듯 자칫 전국 각지에 2만개 이상의 점포를 가진 대기업 세븐일레븐이 주변 영세 이자카야의 고객을 뺏는 모양새를 연출하며 지역상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세븐일레븐의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진 서비스인 셈이다.

세븐일레븐의 생맥주 판매가 음주운전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지방 지역에 위치한 세븐일레븐의 경우, 대부분의 점포에 주차장이 딸려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차로 오는 손님이 많은 편이다. 캔맥주와 달리 구입하면 바로 마셔야 하는 생맥주의 특성상 차로 온 손님에게도 생맥주가 판매될 위험성이 높은 만큼 자칫 음주운전을 유발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길거리 음주가 늘어나 주변 분위기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많은 기대와 동시에 비판과 우려 또한 한몸에 받으면서 시작된 세븐일레븐의 생맥주 판매 서비스. 세븐일레븐의 새로운 시도가 '세븐카페'의 성공처럼 ‘매출확대’와 ‘새로운 소비트렌드의 창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브랜드 이미지에 상처만 남기고 실패한 서비스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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