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 지향 및 퇴근 후 여유 중시 분위기 속 증가 추세   

다치노미 밤파이야의 매장 모습 (출처=다치노미 밤파이야 홈페이지)

버블 붕괴 이후 10년 이상 이어진 불황은 ‘가볍게’ 마시는 술집의 번성을 불러왔다. 1999년 경 일본의 제1차 다치노미(立ち飲み·서서 마시는 술집) 부흥기는 그렇게 태어났다. 하루 내내 목을 죄었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맨 샐러리맨들이 퇴근 후 삼삼오오 다치노미 술집으로 향했다.  

이후 200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스페인 요리, 이탈리안 요리와 접목시킨 ‘세련된’ 다치노미 음식점이 유행하면서 여성과 젊은 세대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와인 한잔과 함께 하는 프리미엄 다치노미 음식점은 스탠딩 파티 기분을 만끽하고픈 여성 직장인들의 귀가를 늦췄다.

그리고 2018년 현재, 절약 지향적이며 퇴근 후 여유를 중시하는 사회적 경향과 맞물려 ‘서서 딱 한잔’ 걸치고 일찍 집으로 돌아가는 다치노미 술집이 성황을 이루며 제3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해 최근 수도권의 역 주변과 번화가에서 다치노미 이자카야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푸드서비스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폭넓은 메뉴를 자랑하는 일본의 대형 이자카야 체인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2017년까지 7년 연속 점포수가 하락했다. 이러한 가운데 다치노미 술집들은 초기비용과 운영비를 줄여 저렴한 가격의 술과 안주로 퇴근길에 가볍게 한잔 즐기고픈 샐러리맨들을 순조롭게 끌어 모으는 중이다.

타코야키 체인 핫랜드(HotLand)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치노미가 가능한 점포인 ‘츠키지긴다코(築地銀だこ) 하이볼 술집’을 43점포 운영 중이다. 한 사람당 평균 소비액은 1,500엔 내외로, 가게에 머무는 시간은 1시간 반 정도다. 회전율을 높임으로써 수익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도쿄 메구로(目黒区)구 도리츠다이가쿠(都立大学) 역 앞에 위치한 츠키지긴다코 매장은 앉아서 즐길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돼 있지만 메인은 역시 ‘다치노미’다. 많은 수의 손님들이 타코야키를 안주로 하이볼 한잔을 가볍게 마시고 귀갓길을 재촉한다. 긴자(銀座)에 위치한 회사에 근무 중인 직장인 A씨는 퇴근길에 종종 이곳에 들르곤 한다. “혼자서 한잔 마시기엔 가격도 양도 적당하다”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의 대표적인 오피스 밀집구역인 시나가와(品川)와 인접한 고탄다(五反田) 역시 오피스와 술집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 위치한 ‘다치노미 밤파이야(晩杯屋)’는 오후 6시가 되면 어깨를 부딪혀가며 생맥주를 들이키는 샐러리맨들로 좁은 가게 안이 금세 가득 찬다. 밤파이야는 2009년에 1호점을 연 후 현재까지 약 40개의 점포를 운영 중으로, 올해 안에 50호점까지 점포를 확장시킬 예정이다. 

드럼컴퍼니가 운영하는 ‘드럼캔’ 매장 모습. 테이블 대신 드럼통을 사용한 이색적인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벽에 붙은 메뉴의 대부분이 300엔 이하의 저렴한 안주들이다. (출처: 드럼컴퍼니 홈페이지)

드럼컴퍼니(DRUM-COMPANY)가 운영하는 다치노미 술집 ‘드럼캔’은 메뉴의 90%이상이 300엔(한화 약 3,000원) 이하다. 소주에 약간의 탄산과 과즙을 넣은 주류 음료인 ‘츄하이’는 세금 포함 한잔에 150엔(한화 약 1,500원)으로, 천 엔짜리 한 장이면 취하도록 마실 수 있는 이른바 ‘센베로(센엔(1,000엔)과 베로베로(헤롱헤롱)의 합성어)’가 가능하다. 테이블 대신 드럼통을 사용한 인테리어에다 주로 2층 이상에 가게를 열어 개점 및 운영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했다. 

핫피퍼구르메 외식총연의 이나가키 마사히로(稲垣昌宏) 상임연구원은 샐러리맨들의 바뀐 술문화에서 다치노미 술집 증가의 배경을 찾는다. 이나가키 연구원은 아사히에 “ ‘일하는 방식 개혁’ 등으로 직장 동료들과 술 마실 기회가 줄면서 단체 손님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 이자카야들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현상을 설명했다. 반면 “다치노미는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 호조를 보이고 있는 ‘나카쇼쿠(中食·집밥과 외식의 중간 형태)’와도 가격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상승세의 이유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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