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회수율 70%대 수준 유지···전국 16개 도도부현에서 운영

장마철엔 빠질 수 없는 '우산'. 소재나 색상, 무늬, 크기 등 실로 다양해 빗물을 막기 위한 용도 뿐만 아니라 여성들사이에는 악세서리로도 쓰이는 경우가 있지만, 비가 그치고 나면 우산만큼 거추장스러운 것도 없다. 일회용 비닐우산은 한번 쓰고 버려도 부담이 없는 만큼, 자주 잊어버리거나, 들고다니는 것이 귀찮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통계에서도 비닐우산의 인기가 드러난다.

일본의 기상정보회사 '웨더뉴스'가 조사한 '우산조사 2016'에 따르면 지역별 우산 보유 갯수는 도쿄도가 가장 많은 3.4개 였고, 카나가와현, 오사카부가 각각 3.2개로 뒤를 이었다. 이 중 비닐우산 보유비율은 오사카 62.5%, 사이타마 61.3%, 도쿄 58.8% 등 조사대상 모든 지역 절반 이상의 가구가 비닐우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쿄와 오사카 지역 가구의 비닐우산 보유 갯수는 평균 2.0개로 일반 우산보다 비닐우산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볍고 튼튼한 비닐우산이 대량으로 보급된 까닭도 있지만, 비가 그치고 나면 잊어버리기 십상인 우산에 많은 돈을 쓰기 보다 값싼 비닐우산을 택하거나, 갑작스런 소나기나 게릴라성 호우를 만났을 때 하나 둘씩 구입하다보니 늘어난 결과다. 아무리 적은 비용이라도 가뜩이나 좁은 현관에 하나 둘씩 늘어나는 비닐우산을 바라보다 멍청비용을 쓴 자신에게 살짝 자괴감이 들 무렵 "왜 우산을 빌려주는 서비스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하지만, 우산 회수율이 낮아 성공하지 못했을 뿐 '렌탈우산'은 기업이나 여러 지자체 등이 많이 시도했던 서비스다. 

우산렌탈박스가 설치된 자판기(좌), 정면에서 바라본 우산렌탈박스 이미지(Dydo 제공)
렌탈우산 박스가 설치된 자판기(좌), 정면에서 바라본 렌탈우산 박스 이미지(Dydo 제공)

그런데 이제 머지 않아 비닐우산에 허튼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2년 전부터 '렌탈우산'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 자판기 업계 3위인 Dydo가 우산회수율 70%대를 유지하며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료'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Dydo의 자판기의 옆에 설치된 ‘렌탈우산 박스’에서 우산을 가져가서 사용한 후, 다시 박스에 돌려놓으면 그만이다. 꼭 같은 자판기가 아니더라도 박스가 설치된 Dydo의 자판기라면 어느것이든 상관없다. 6월 기준 우산 렌탈이 가능한 Dydo의 자판기는 전국에 약 500대. 박스가 설치된 자판기는 항상 고정된 것이 아니라 영업사원들이 손님들의 이용빈도 등을 파악하여 그때그때 바꾸기도 한다. 

무료이니 아무런 이익도 남지 않고, 누군가 우산을 되돌려 놓지 않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마이너스인 서비스를 Dydo는 왜 시작한걸까. 

계기는 Dydo의 지역 영업소에 근무하는 한 영업사원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나니와영업소 모또야(本谷)씨는 자판기를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있는 방법은 없을까 궁리하던 차에, 자판기 음료수 보충 작업 중 갑작스런 소나기에 발을 동동 구르던 한 손님의 모습이 떠올라 렌탈우산 서비스를 생각해냈다. Dydo의 '무료 렌탈우산 서비스'는 이렇게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서 그리고 각 구역 영업사원들의 자판기 판촉 수단으로서 탄생했다. 

나니와영업소 모또야(本谷)씨(사진=왼쪽)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무료 렌탈우산 서비스. 자판기 측면에 렌탈우산 박스가 설치돼 있다 (출처=Dydo 홈페이지)

분실 리스크가 높아 처음엔 오사카 지역에 한정해 시험적으로 운영했지만, 우산회수율이 70% 대 수준을 유지하게 된 것을 계기로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지금은 Dydo의 본거지이기도 한 간사이(関西)지역을 넘어, 간토(関東), 도호쿠(東北), 규슈(九州)지역 일부까지 전국 16개 도도부현(都道府県)에서 운영중이다.

Dydo가 높은 우산 회수율을 유지할 수있는 비결은 비닐우산이 아닌 반복해서 쓸 수 있는 품질 좋은 우산을 비치한 것과 Dydo의 로고를 크게 써 놓은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우산을 빌려간 손님들이 쉽게 반환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 들이 빈번히 지나다니는 역 앞 등의 자판기를 중심으로 렌탈우산 박스를 설치했던 것도 회수율 상승에 일조했다. 한편, 신주쿠의 환락가 가부키쵸(歌舞伎町)와 같은 번화가의 자판기는 우산 회수율이 낮은 편이었다. 지역 특성상 외지인의 비율이 높은 탓으로 풀이된다.

즉, Dydo의 '무료 렌탈우산 서비스'의 성공포인트는 빌린 채로 있으면 죄책감이 드는 '고품질', 장기간 사용하면 눈에 띄는 '큰 로고' 그리고 지역주민이 빈번히 드나드는 곳을 '반납장소'로 선택한 것을 꼽을 수 있다.

Dydo의  무료 우산 렌탈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우산. 매우 튼튼해 보이는 우산에 커다란 Dydo의 로고가 박혀 있다. (Dydo제공)
Dydo의  무료 렌탈우산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우산. 매우 튼튼해 보이는 우산에 커다란 Dydo의 로고가 박혀 있다. (Dydo제공)

Dydo의 '무료 렌탈우산 서비스'가 사랑받는 이유는 또 있다. 지하철 역에 손님들이 두고간 분실 우산을 재활용해 환경보호에도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Dydo의 이러한 발상에 찬성해 JR 동일본, JR서일본, 긴키일본철도(近鉄), 나고야철도(名鉄), 세이부철도(西武), 도큐전철(東急), 도부철도(東武) 7개 철도회사가 분실 우산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철도회사 또한 오랫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는 분실 우산 처분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차에 Dydo의 제안은 거부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철도회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은 분실 우산은 Dydo의 로고를 붙여 렌탈우산으로 재탄생된다.

Dydo의 '무료 렌탈우산 서비스'는, 갑작스런 비로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빌려주고 돌려받는 상호작용 통해 고객들과 보이지 않는 신뢰를 쌓을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인없는 우산을 재활용 함으로써 환경보호에도 앞장서는 그야말로 ‘착한’ 서비스다. Dydo의 '무료 렌탈우산 서비스', 그 어떤 마케팅 전략보다 뛰어난 기업 이미지 향상 수단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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