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의 성적소수자에 대한 인식 전환 배경 

일본 최초의 여성 국립대학이자 한국에도 오죠사마(お嬢様·귀한 집 딸을 높여 부르는 말) 대학으로 알려진 오차노미즈(お茶の水)여대가 트랜스젠더에게 문을 열기로 했다. 14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여대의 결정은 다른 여대들에도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쓰다즈쿠(津田塾)대와 니혼(日本)여대 등 유명 여대들도 트랜스젠더 학생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본격적인 검토에 나섰다. 오차노미즈여대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2020년부터 트랜스젠더 학생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다”

무로후시 기미코(室伏きみ子) 학장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랜스젠더 입학 허가 방침을 결정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오차노미즈여대는 그간 트랜스젠더 학생들의 문의를 받아오다 2016년부터 검토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들과 약 20차례가 넘는 설명회를 거쳐 올해 6월 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일본 최초의 일본 여성국립대학인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출처:오차노미즈여대 홈페이지)

입학 자격을 ‘여성’으로 규정해온 오차노미즈여대는 입학 희망자들의 문의에 ‘호적상 여성이어야 한다’고 응대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호적 혹은 성정체성이 여성인 자’로 입시 문턱이 낮아지게 된다. 지원을 희망하는 이들은 성(性)동일성장애 진단서와 같이 자신의 상황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거나, 서류가 없을 경우에는 자신의 희망을 기재한 서류 등을 제출하여 학교 측에 판단을 맡길 수도 있다. 

또 다른 명문 사립 여대인 쓰다즈쿠대의 다카하시 유코(高橋裕子) 학장은 “오차노미즈 대학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 작년 니혼여대의 문제제기가 이러한 결정의 발판을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차노미즈여대, 쓰다즈쿠대와 함께 2020년부터 트렌스젠더의 입학을 허용할 방침인 니혼여대는 2015년 말부터 이 문제를 꾸준히 검토해왔다. 호적상으론 남성이지만 여성으로 생활하고 있는 초등학생 학부모로부터 니혼여대 부속중학교 입학 문의를 받은 후부터였다. 니혼여대 부속 중·고등학교 졸업자는 희망하는 경우 대부분 니혼여대 입학을 허가하고 있다. 

도쿄 스기나미(杉並)구에 위치한 도쿄여대도 2020년 이후 트렌스젠더들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검토 중이다. 도쿄여대는 대표적인 기독교 지식인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에 의해 1918년에 설립된 기독계 대학이다. 모리 가즈히로(茂里一紘) 학장은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사회적 소수자와 더불어 살아갈 여대로서 (트랜스젠더 입학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차노미즈여대의 강의실 모습 (출처: 오차노미즈여대 홈페이지)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성적소수자를 둘러싼 사회 인식의 변화가 크게 존재한다. 문부과학성이 2013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의 성동일성장애가 600여건이나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문부성은 2015년 4월 각 학교의 교육위원회에 ‘매우 세심한 대응’을 하도록 통지했다. 작년에는 교과서에도 성적소수자에 관한 기술이 처음 등장했다. 내년 4월부터는 중학교 도덕 교과서 8종 중 4종에 관련 지식이 실리게 된다.  

오차노미즈여대는 앞으로 위원회를 열어 화장실이나 탈의실 등을 정비하는 등 이들의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방침이다.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오차노미즈여대 4학년 학생은 “배우고자 하는 데에는 어떤 장벽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결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반면 화장실이나 탈의실 사용 문제 등 신경써야할 부분들도 곳곳에 존재한다. 학교 측은 앞으로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설명을 통해 모두가 원활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반 준비에 매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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