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규격외 폐기 채소 연간 200만 톤
입소문으로 석달 새에 판매량 50배
고령자나 어린이 영양식으로 적합

마트에 가면 철마다 색다른 식재료들이 즐비하다. 특히나 채소 코너는 산지별, 계절별 특징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그 화려한 색상의 채소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식욕이 솟는다. 요즘 이 채소 코너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상품은 채소를 가공한 ‘시트(sheet)채소’다. 

채소 틈새에 놓인 종이처럼 얇은 채소시트. 현재 도쿄의 이토요카도에서만 판매 중이다. 갑작스런 인기로 여간해선 손에 들어오지 않은 상품이다. 당근 시트와 무 시트. 컬러풀한 색상이 눈길을 끈다. (사진=김민정기자)
채소 틈새에 놓인 종이처럼 얇은 시트채소. 현재 도쿄의 이토요카도에서만 판매 중이다. 갑작스런 인기로 여간해선 손에 들어오지 않은 상품이다. 당근 시트와 무 시트. 컬러풀한 색상이 눈길을 끈다. (사진=김민정기자)

베지터블(Vegetable)과 시트(Sheet)를 합성한 ‘베지트(VEGHEET)’란 이름의 이 시트채소는 채소를 갈아 한천(우뭇가사리과의 해초를 주재료로 하여 가공한 건조식품)을 섞어 말린 것이다. 두께 1밀리로 김처럼 바삭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물에 살짝 적시면, 쌈처럼 다른 재료들을 싸 먹기에도 좋다. 다양한 모양으로 잘라 장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당근을 갈아 한천과 섞어서 건조시킨 '당근시트', 무를 갈아 역시 한천과 섞어 건조시킨 '무시트'를 비롯해, 바질, 토마토, 레몬 등 종류도 다양하다. 

‘베지트’를 개발한 주식회사 '아일'은 나가사키현에 있는 직원 7명의 작은 회사다. 대표인 소다 케이스케 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회사가 경영난에 처하자, 다양한 채소상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소다 씨에 따르면 수천 번 실패하고, 수백 번 울며 개발한 제품이 ‘베지트’다. 김처럼 바삭바삭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로 김을 말리는 건조기를 개조해 특허를 따내기도 했다. 

채소의 달콤함과 김처럼 바삭바삭한 식감이 간식으로 최고다. 두께는 1밀리로 김과 같다.바삭바삭하게 간식처럼 즐겨도 좋고 살짝 물에 적셔 쌈 대용으로 써도 좋다. (사진=김민정기자)
채소의 달콤함과 김처럼 바삭바삭한 식감이 간식으로 최고다. 두께는 1밀리로 김과 같다.바삭바삭하게 간식처럼 즐겨도 좋고 살짝 물에 적셔 쌈 대용으로 써도 좋다. (사진=김민정기자)

티비 도쿄의 보도에 따르면 '베지트'는 현재 도쿄의 한 마트 체인점에서만 판매되고 있으며, 지난 석달간 매상이 50배로 껑충 뛰었다고 한다. ‘당근베지트’ 한 장에는 당근 반 개가 들어있다. 채소의 수분을 제거하고 영양분만 남긴 채 건조시킨 '베지트'는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달콤한 간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고, 충분한 영양분 섭취가 어려운 시니어층에게는 건강 식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올 상반기 히트 상품으로 화제를 모은 ‘베지트’는 사실 버려지는 채소를 사용한 제품이다. 일본에서는 매년 약 1,300만톤의 채소가 생산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규격에 맞지 않거나, 약간의 상처 등으로 인해 폐기되는 채소는 무려 200만톤. TV에 출연한 소다 대표는 “규격에 맞지 않아 버려지는 채소도 베지트로 가공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며 "단지 모양이 조금 못 생겼다는 이유로 유통 단계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채소들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식회사 '아일'은 7명의 직원이 24시간 교대하며 ‘베지트’를 만들고 있다. 문의는 쇄도 중인데, 기계는 한 대, 직원은 7명뿐이다. 하루빨리 직원을 충원하고, 기계를 한 대 더 들이는 것이 소다 대표의 과제다. 

버려진 채소를 활용하려는 한 개발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베지트', 그의 기발한 발상과 실현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인기상품 등극의 비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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