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후보군 705만채 중 절반은 3대 도시권에 집중
NRI "2033년 전국 빈집 30.4%···2,000만채 넘을 듯"

일본의 빈집이 도심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쿄도내의 맨션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의 빈집이 도심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쿄도내의 맨션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빈집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높은 주택, 이른바 '빈집후보군'의 절반 가까이가 일본 3대 도시권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돼 주로 지방에서 시작됐던 빈집문제가 이제는 도심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라고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일본 3대 도시권에 65세 이상 고령자만 거주하는 자가주택은 총 336만채에 달해 이들 도시권 전체 자가주택의 약 2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총무성의 최신 주택·토지통계조사(2013년도)를 토대로 65세 이상의 고령자만 거주하는 자가주택을 뽑아 빈집후보군으로 분류한 것이다. 임대의 점유형태가 많은 맨션의 경우, 고령자만 살고있는 주택수에 지방자치단체별 자가주택비율을 곱해 시산한 것이다. 

빈집후보군이 모두 빈집으로 전락하지는 않겠지만, 고령자만 거주하는 자가주택은 소유자가 죽은 뒤에도 상속인이 입주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낡은 집을 사겠다는 사람도 흔치 않은 만큼 빈집이 될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 전체 자가주택 3,179만채 중 빈집후보군은 705만채(22%), 이중 절반 가까이인 336만채(48%)가 3대 도시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에서 시작됐던 빈집문제가 도심지역으로까지 확산될 위험성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독신고령자수도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현재 107만채에 7%에 머물고 있는 3대 도시권의 빈집수는 단기간내에 크게 늘어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빈집후보군이 가장 많은 곳은 도쿄로 도내 자가주택의 21%에 달하는 67만채가 빈집후보군으로 분류됐다. 현재 도쿄도의 빈집수는 15만채로 전체 자가주택의 5%정도다. 빈집수가 가장 많은 오사카부의 빈집후보군은 51만채, 전체 자가주택에서 차지하는 빈집후보군 비율은 도쿄도보다 높은 22%였다. 카나가와현이나 치바현도 사정은 비슷해 20%를 넘는 자가주택이 빈집후보군에 해당됐다. 3대 도시권은 주거밀집도가 높아 지방에 비해 빈집발생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3대 도시권의 빈집후보군을 인구 10만이상의 시·구 별로 보면 치바현 아비코市가 28%로 가장 높았다. 현재 빈집은 전체주택의 약 7%에 정도이지만, 1만채에 달하는 단독주택 단지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노인들로 향후 빈집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도쿄역에서 전차로 1시간 남짓의 아비코市는 1970년대에 개발된 단지로 당시 분양받았던 사람들은 이미 사망했거나, 7, 80대 전후의 노인이다. 최근에는 매년 사망자수도 늘고 있는 추세다. 자녀들은 이미 떠난지 오래고, 이들이 죽고나면 빈집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빈집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높은 빈집후보군이 일본의 3대 도시권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 치바현 신도시의 단독주택단지내 집터가 공터로 방치돼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빈집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높은 빈집후보군이 일본의 3대 도시권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 치바현 신도시의 단독주택단지내 집터가 공터로 방치돼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비코市처럼 도쿄도 마치다市나 효고현 가와니시市도 빈집후보군 비율이 30% 가까이로 매우 높은 편이었는데 이들 지역은 1970년대 일본의 고도경제 성장기에 조성된 수도권 외곽의 신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지역 주택 소유자의 대부분은 수도권 외곽에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을 구입하는 '주택스고로쿠(住宅双六)’를 이상적인 주거소비로 삼았던 '단카이세대(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들이다.

일본에서는 예전부터 주거 소비에 대한 생애 과정을 '스고로쿠’라는 주사위 놀이에 비유하곤 한다. 출발 지점에서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앞으로 진행해서 도착 지점까지 먼저 가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인 ‘스고로쿠’처럼 성인이 되어 부모로부터 독립하면서 아주 작고 낡은 원룸 임대아파트에서 시작된 '주택스고로쿠'는 결혼과 육아를 거치면서 좀더 큰 평수나 맨션으로, 중장년층이 되면 교외의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을 구입하면서 '주택스고로쿠'는 종료된다. 즉, 이들의 종착지는 수도권 외곽의 신도시다.

이들 세대의 집을 상속한 자식이 집을 방치하면 빈집이나 공터가 된다. 거주밀도가 떨어지면 수도나 쓰레기처리 등 행정서비스의 효율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이른바 '스폰지화'다. 단카이세대의 주택 소유 상속기를 맞이하는 2033년에는 3채 중 1개가 빈집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중고주택거래가 활발해야 하지만,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전체주택거래 중 중고주택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의 경우 83%, 영국 87% 인데 반해 일본은 15%에 그친다.

자료=총무성 주택·토지통계조사(2013년도) / 노무라종합연구소(2016년 6월 기준 예측치)
자료=총무성 주택·토지통계조사(2013년도) / 노무라종합연구소(2016년 6월 기준 예측치)

이처럼 중고주택거래가 미미한 것은 마치 신앙과도 같은 일본인들의 뿌리깊은 신축주택 선호 심리가 자리하고 있다. 품질 높은 주택을 고쳐가며 오래도록 거주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의 가치관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상속세 개정 등 경제활성화를 노린 일본정부의 세재개편도 주택 신축을 부추겨 올해도 신축 착공건수는 100만채에 달할 전망이다. 규제가 심한 영국의 신축 착공건수는 16만채에 불과하다.

부동산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주택리폼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목조주택의 경우, 세워진 지 22년이 지나면 세무상 자산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어, 개보수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없다"며 "바로이 점이 미국 등에 비해 주택 개보수에 인색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개보수 이후에 실질적인 가치로 자산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보수 자금 대출에 대해서도 신축의 경우처럼 세제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주택의 용도변경규제를 푸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중고주택을 상점이나 음식점, 복지시설 등으로 용도 변경이 쉬워지면 구매자가 늘어나 거래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관 모두 신축에 대한 맹목적인 자세에서 벗어나는 것이 빈집의 대량발생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한편, 노무라종합연구소(NRI)의 추산에 따르면 일본의 빈집 비율은 2018년 16.9%, 2023년 21.1%, 2033년 30.4% 등으로 앞으로 점점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2033년에는 일본 전체 주택 7,126만채 가운데 3분의 1인 2,167만채가 빈집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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