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드윔프스’ 보컬 노다 요지로, SNS 통해 사과... 국회에서까지 논란 이어져

영화 ‘너의 이름은’의 주제곡으로 국내외적으로 인기를 모은 록밴드 ‘래드윔프스(RADWIMPS)’의 신곡 ‘히노마루(HINOMARU・일장기)’가 화제다. 이유는 바로 군가를 연상시키는 가사 때문이다. 논란이 된 래드윔프스의 신곡 가사는 일본 국회에서까지 찬반 대립으로 번졌다. 어떤 가사 이길래 이토록 문제가 되는 걸까.

‘래드윔프스’의 보컬 노다 요지로가 6일 트위터에 올린 입장문 (출처: 노다 요지로 트위터)

‘래드윔프스’는 지난 해 한국에서 371만 명 관객을 동원한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주제곡을 불러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밴드다. 이들이 6일 후지 텔레비전 러시아 월드컵 테마송과 함께 발표한 ‘히노마루(HINOMARU・일장기)’의 가사는 이렇다.(가능한 범위내에서 직역했다)

さあいざゆかん 日出づる国の御名の下に(이제 가자! 해 뜨는 나라의 이름 아래로)

この体に流れゆくは 気高きこの御国の御霊(이 몸에 흐르는 것은 고귀한 이 나라의 영혼)

たとえこの身が滅ぶとて 幾々千代に さあ咲き誇れ(설령 이 몸이 부셔져도 영원히 피어나라)

가사 원문에서 사용된 '나라'를 높인 말인 '오쿠니(御国)'나 이름을 높인 말인 '미나(御名)'는 군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표현이다.  또한 오랜 세월을 의미하는 '치요(千代)'는 기미가요에 등장하는 단어다.

신곡이 발표되자 일본 내에서는 ‘가사가 시적이며 아름답다’며 호의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군가 같다’, ‘전쟁을 연상시킨다’ 등의 비판적 의견이 쏟아졌다. 일부 우익 세력들 사이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애국심의 표출일 뿐이다’며 옹호하면서 SNS를 중심으로 논란이 더욱 뜨거워졌다. 

그러자 밴드 보컬 노다 요지로(野田洋次郞)가 6일 트위터를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일본은 자신들의 나라를 목청껏 노래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나라로 느껴진다”면서 “순수하게 그 어떤 사상적인 의미도, 좌도 우도 아닌, 이 나라를 노래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여론의 비판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라이브 공연장에서 항의 운동을 하겠다는 세력까지 나타났다. 그러자 노다는 11일 군가와 같다는 지적에 대해 “그러한 의도는 곡을 쓸 때도 쓰고 난 지금도 1밀리미터도 없다”고 트위터에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과 연결시켜 생각할 여지가 있는 부분도 있다. 상처받은 분들에게는 미안하다”며 사죄했다.  

‘히노마루’ 가사 논란은 일본 국회로까지 이어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오노다 키미(小野田紀美) 의원은 12일, 참의원 문부과학위원회에 출석해 “불순한 단어도 차별적인 단어도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조국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뿐”이라며 옹호했다. 

이번 사건과 비슷한 논란은 지난 4월에도 발생한 바 있다. 일본의 국민 듀오 그룹 ‘유즈’의 ‘외국인 친구’라는 곡의 가사가 문제가 된 것이다. ‘TV에선 심각한 듯 좌이니 우이니 하지만 너와 함께 본 야스쿠니의 벚꽃은 예뻤다’라는 가사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야스쿠니신사를 다루었다는 이유에서다.    

2014년에는 시이나 린고(椎名林檎)가 부른 NHK 축구 테마곡 ‘니폰(NIPPON)’의 가사도 한바탕 논란이 된 바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음악감독을 맡은 시이나 린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니폰’의 가사 가운데 ‘옅은 죽음의 냄새’, ‘섞이지 않은 고귀한 파랑’(파랑은 일본 축구대표팀의 상징 색깔)과 같은 표현이 당시 도마에 오르자, 시이나는 언론의 취재에 응해 “(가미가제) 특공대를 연상시킨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히노마루에 항의하는 라이브장 앞 행동’ 측은 래드윔프스의 라이브 공연에 항의 집회를 예고하기도 했다. (출처: ‘히노마루에 항의하는 라이브장 앞 행동’ 트위터 계정)<br>
‘히노마루에 항의하는 라이브장 앞 행동’ 측은 래드윔프스의 라이브 공연에 항의 집회를 예고하기도 했다. (출처: ‘히노마루에 항의하는 라이브장 앞 행동’ 트위터 계정)

한편 ‘래드윔프스’의 ‘히노마루’ 소동이 사과로까지 이어지고 국회에서도 화제가 된 것에 대해 마스다 사토시(增田聰) 오사카시립대학 교수는 아사히에 “군국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건전한 애국가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배외주의적이 아닌 애국심’을 표현하려는 아티스트들을 보호해야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전전(戰前) 시기 음악이 군국주의에 이용되어온 역사가 엄연히 존재한다. 저서 ‘애국과 레코드’를 쓴 근현대사연구가 츠지타 마사노리(辻田真佐憲)에 따르면 당시부터 군가는 비즈니스와 결부되어 유행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만큼 “스포츠 제전을 비지니스의 적기로 보고 ‘애국 노래’가 늘어날 가능성은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한 “이번 노래 같은 경우 내셔널리즘을 자극하기 쉽다. 테러나 외교 문제와 연결되어 배외주의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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