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편의점과 다름 없는 점포인데, 한 켠에 코인 세탁소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사진=김민정 기자)

지난 5월 25일 도쿄 스기나미구에 오픈한 편의점으로 이불 등 빨래감을 가득 안은 손님들이 몰려 들었다. 이 편의점은 식품 및 일상용품을 취급하는 일반 편의점과 다를 바가 없지만, 가게 내부를 잘 살펴보면 코인 세탁소가 병설되어 있다. 편의점의 강점인 24시간 영업을 살려, 코인 세탁소를 설치한 것이다. 빨래를 하러 온 손님들이 편의점에서 장을 볼 수도 있고, 음료와 도시락을 사서 먹으며 빨래가 끝나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세탁기 사용 시간 등은 모두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코인세탁소 병설 편의점 '패미마런드리'를 개설한 곳은 다름 아닌 '패밀리마트'. 후지 티비에 출연한 패밀리마트 사업개발본부 아사오 겐이치로(朝雄健一郎)부장은 “기존점의 고객이 늘지 않아 타업종와 제휴해 고객 확보를 꾀하고 있다.”며 “맞벌이 부부의 가사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행객의 편의도 도모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기대했다. 

일본의 코인세탁소는 규정된 마크가 없는데다가 찾기 어려운 주택지 안의 외진 곳에 자리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여성 고객들이 선뜻 발을 들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패밀리마트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코인세탁소를 편의점 안으로 옮겨와 편의성은 물론, 안전성을 확보해 집객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

코인 세탁소 내부는 일반 코인 세탁소와 다를 바 없다. 단지 코인 세탁소와 편의점이 연결되어 있어서 빨래를 돌려 놓고는 편의점에서 장을 보거나 커피를 한 잔 마실 수 있다. (사진=김민정 기자)

패밀리마트가 코인 세탁소 편의점까지 마련한 배경에는 업계 전체에 불어닥친 고객 감소 현상을 들 수 있다. 일본 프랜차이즈 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고객수는 26개월 연속 감소중으로 업체마다 집객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휴방식을 모색 중이다. 패밀리마트의 경우엔 코인세탁소 이외에도 스포츠센터와 제휴한 스포츠 병설점도 계획하고 있다.

편의점과 타업종 간의 제휴는 약국을 시초로 업계 전반으로 활발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패밀리마트는 2012년 히구치 약국과 제휴를 시작했으며, 로손, 세븐일레븐까지 가세하면서 편의점에서 각종 의약품을 취급하고, 조제약까지 판매할 수 있게 돼 편의점은 각 지역의 의료거점으로도 큰 활약을 보였다. 이외에도 커피전문점, 서점 등 타업종과의 제휴는 이제 더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두 마리 토끼 잡는 일이 늘 쉬운 것은 아니다. 타업종과 제휴가 더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사장된 경우도 더러 있다. 패밀리마트가 2014년에 시작한 일식점 ‘마이노 오오키니 식당’과 의 제휴는 빛을 보지 못했다. 이케부쿠로의 패밀리마트 내에 일식점을 운영했으나, 5년간 200점포 개설 목표는 수포로 돌아갔고 현재 2호점조차 열지 못한 상태다. 가전판매점 ‘베스트 전기’와 공동 출자해 가전제품 병설 편의점을 열었지만, 결국에는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노래방 편의점도 성적이 좋지 않긴 마찬가지다. 노래방 전문점 ‘DAM’과 제휴해 2014년에 문을 연 노래방 편의점은, 3년간 300점포 오픈을 목표로 했지만, 고작 2개 점포만 간신히 운영될 뿐이다.

일본의 편의점들은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여념이 없다. 타업종과 제휴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코인 세탁소를 병설했다. (사진=김민정기자)

패밀리마트에 따르면 이번 코인 세탁소의 목표는 2019년까지 500점포 개설이라고 한다.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코인 세탁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과연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패밀리마트의 시도가 성공을 거두게 될지 두고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한편, 일본의 코인세탁소는 연간 300~500점포가 생겨나고 있으며, 후생노동성의 추산에 따르면 2018년 약 20,000개에 달하는 점포가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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