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질 0% 맥주, 면 없는 짬뽕, 밥 없는 도시락 등 큰 인기

요즘은 대형 마트는 물론이고, 동네 편의점만 가도 ‘저당(低糖)’ 식품을 볼 수 있다. ‘당질 제로’, ‘당질 오프’란 선전문구가 붙은 음료와 식품들이 즐비하다. 당질을 제한한 음식은 원래 당뇨병 환자 등을 위해서만 판매되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영양 과다, 특히 탄수화물 과다에 건강 붐까지 더해지면서 밥, 빵, 면 등 당질을 제한하는 ‘당 제한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 맥주 코너에만 가도 당질 0% 맥주들이 즐비하다. (사진=김민정 기자)

도쿄(東京)의 한 편의점. 맥주 코너를 둘러보면, 다양한 ‘당질 제한’ 맥주들이 눈에 뜨인다. ‘당질 제한’ 맥주가 맥주 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맥주 각사들이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아사히 맥주의 ‘스타일 제로’ 시리즈, ‘오프’ ‘클리어 아사히’ ‘제이타쿠 제로’ ‘아쿠아 제로’, 기린의 ‘탄레이 그린 라벨’, ‘탄레이 플래티넘 더블’, ‘노도고시 제로’, ‘고이아지’, 삿포로의 ‘고쿠 제로’ , 산토리의 ‘긴무기’등 ‘당질 제한’ 맥주는 벌써 10종 이상 발매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인 ‘세븐일레븐 더 브류’라는 자체개발상품(PB)을 내놓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저당’은 맥주업계뿐만 아니라, 외식업계에서도 뜨거운 키워드다. 맵지 않은 일본식 ‘나가사키 짬뽕’ 체인점 ‘링거 헛’은 짬뽕면을 없앤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원래 인기메뉴였던 ‘채소 듬뿍 짬뽕’을 면 빼고 주문할 수 있게 한 것. 면을 빼고 주문하는 손님들이 늘면서 최근에는 해초로 만든 면과 두부를 넣은 별도 짬뽕 메뉴를 개발했다.

밥을 선호하지 않는 고객을 위해 밥 대신 식초에 절인 무채로 만든 초밥 / 이미지=모스버거 홈페이지<br>
밥을 선호하지 않는 고객을 위해 밥 대신 식초에 절인 무채로 만든 초밥 / 이미지=구라즈시 홈페이지

밥, 빵, 면을 저당 식품으로 바꾸는 노력은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초밥 체인점 ‘구라즈시’에는 밥을 식초에 절인 무채로 대체한 초밥을 제공한다. 규동(소고기덮밥) 체인점인 ‘스키야’는 밥 대신 두부와 채소를 넣은 규동을 팔고 있으며, ‘서브웨이’는 빵을 빼달라고 주문을 하면 샌드위치 안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샐러드처럼 용기에 담아준다. 

모스버거가 판매 중인 양상추를 빵 대신 사용한 햄버거 / 이미지=모스버거 홈페이지<br>
모스버거가 판매 중인 양상추를 빵 대신 사용한 햄버거 / 이미지=모스버거 홈페이지

한국에도 잘 알려진 햄버거 가게 ‘모스 버거’에는 빵 대신 양상추로 고기 패티를 싼 햄버거를 판매하고 있고, ‘퍼스트 키친 웬디스’는 빵 대신 고기로 재료를 감싼 ‘와일드 록’이란 햄버거를 팔고 있다.

약 20년 전 시부야에 문을 연 도시락집 ‘교카(京香)’, 도시락 배달 전문점인 이 가게는 2016년 4월부터 도시락 속의 밥을 브로콜리로 변경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해 큰 화제를 모았다. 홍보 담당인 우치야마 마나미(内山真実)씨에 따르면 시부야 본점에서 시작한 서비스가 각지의 분점으로도 번지면서 현재 매달 3톤의 브로콜리가 도시락에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쌀밥의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고객의 건강을 위해서 밥 대신 무엇을 넣으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다. 도시락을 근처 스포츠 센터에 납품하고 있는데, 트레이너들 사이에서 밥 대신 브로콜리를 넣으면 어떠냐는 의견이 많았다"며 "도시락 개발팀이 양배추, 숙주 등 다양하게 검토해본 결과 브로콜리가 어느 반찬과도 잘 어울린다는 결과가 나와 과감히 시도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고 만족스런 웃음으로 우치야마 씨는 말한다.

도시락 배달 전문점 ‘교카(京香)’(좌) 교카의 다양한 도시락들. 모든 메뉴의 밥을 80엔만 더 내면 브로콜리로 바꿔준다. 배달도 가능하다. 매달 3톤의 브코롤리가 소비될 정도로 인기다. (중) 교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닭튀김 도시락. 밥 대신 브로콜리가 들어있다.(우) / 사진=김민정 기자<br>
도시락 배달 전문점 ‘교카(京香)’(좌) 교카의 다양한 도시락들. 모든 메뉴의 밥을 80엔만 더 내면 브로콜리로 바꿔준다. 배달도 가능하다. 매달 3톤의 브코롤리가 소비될 정도로 인기다. (중) 교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닭튀김 도시락. 밥 대신 브로콜리가 들어있다.(우) / 사진=김민정 기자

‘TPC마케팅 리서치’는 ‘2018년 당질 제로 및 당질 오프 식품 시장 분석’에서 2016년 저당 식품 시장을 전년비 28% 증가한 210억 엔으로 내다봤다. 이 수치는 유통에 관계된 분야만을 계산한 추이다. 2016년 조사전문회사 ‘후지경제’는 유통 및 외식 등을 포함한 전체 ‘저당’시장은 3,430억 엔으로 추산했다(닛케이 비지니스 2016년 11월 7일호). 제대로 된 지식 없이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등의 행위는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만 비지니스 차원에서 ‘저당’ 시장은 올해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침체된 일본 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키워드로 온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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