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팔레스21 임대아파트 2600여개 동, 소음방지 방화벽없이 마감
부실 시공 임대아파트 실소유자, 피해자모임 결성해 공동대처키로

벽이 얇아서 ‘입주자 중 1명이 스피드 러닝(영어회화 학습)을 했는데, 모든 입주자가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 ‘초인종이 울려서 나갔더니 옆집도 아닌 네 집 건너 집의 벨이 울린 것이었다’라는 야유섞인 ‘도시전설’이 사실로 들어났다. 일본 최대 주택임대 전문기업 '레오팔레스21'의 일부 임대아파트 천장에 연소와 소음방지를 위한 방화벽이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1층과 2층사이에 벽이 끊겨 있는 채로 마감된 것이드러난 것. 벽이 얇은 게 아니라 벽 자체가 아예 없었던 셈이다.

레오팔레스21 임대아파트의 천장 부분이 금속프레임으로만 마감 처리되어 있다. 당연히 시공되어야 할 연소나 소음방지용 방화벽이 없는 상태다. (이미지=나고야TV 뉴스 화면 캡쳐)

이에 레오팔레스21의 임대아파트의 실 소유주들은 6월 중 피해자 모임을 설립하고 공동 대처키로 했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피해자 모임 'LP오너회'는 레오팔레스21이 시공한 기후시(岐阜市)와 미에현(三重県)의 쿠와나시(桑名市)등에 위치한 아파트 4개 동에 대해 조사한 결과, 방화·방음벽이 천장 쪽에는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1층과 2층 사이의 벽이 끊겨 있는 등 문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LP오너회 대표 마에다 가즈히코(前田 和彦)씨는 ‘조금이라도 불안한 점이 있으면 (LP오너회에) 상담을 해달라’며 전국의 레오팔레스21 임대아파트 소유주들에 대해 동참을 호소했다.

실소유주의 요청으로 레오팔레스21의 아파트 4개 동에 대해 조사한 결과 1층과 2층 사이에 벽이 끊겨 있거나 하는 등의 문제를 발견했다. (이미지=나고야TV 뉴스화면 캡쳐)

일본도 과거에는 임대 주택이나 아파트의 공급주체 절대다수가 개인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버블경제가 붕괴되고 인구 증가세가 둔해지면서 주택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깨졌고 이는 임대주택 시장 기업화를 부추겼다. 공실을 막으려면 서비스로 승부해야 했는데 대형화·집적화가 유일한 해법이었기 때문이다. 1973년 설립된 레오팔레스21은 본래 부동산 중개업과 아파트 분양을 주로 했으나 일찌감치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들어 지금은 57만가구를 관리하는 일본 최대의 주택임대 전문기업이다. 즉, 이번에 결성되는 'LP오너회'는 레오팔레스21이 관리·운영을 맡은 임대아파트의 실 소유주들이다.

앞서 레오팔레스21은 지난 5월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회사의 임대아파트 중 건축기준법 위반의 부실시공 의혹이 있는 물량이 발견됐음을 밝혔다. 레오팔레스21측은 지난 4월에 아파트 실소유주의 요청으로 자체조사를 벌인 결과, 일본 내 25개 도도부현에 건설된 레오팔레스21의 일부 아파트의 천장에 연소와 소음방지를 위한 방화벽이 설치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내년 6월 까지 일본 내 8만 7853개 동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부실시공이 판명될 경우 보수키로 했다. 부실시공이 발견된 것은 1996년부터 2009년까지 시공된 아파트로, 지금까지 사이타마과 오사카 등지에 위치한 38개 동에서 이와같은 문제가 발견된 상태다. 

레오팔레스21측은 부실시공의 원인이 건축 도면과 시공 메뉴얼의 일부에 문제가 된 방화벽에 대한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던 점과, 사내의 검사 체제가 미흡했던 점이라고 밝혔다. 또한 레오팔레스21의 다지리 가즈토(田尻和人) 전무는 지난 달 기자회견에서 시공 관리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는 했지만, "원가 절감 및 공기 단축을 겨냥한 의도적인 부실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다지리 가즈토(田尻和人) 전무 등 레오팔레스21 경영진이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건축기준법 위반의 부실시공 의혹이 있는 물량이 발견됐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미지=나고야TV 뉴스화면 캡쳐)

하지만, 이번 부실시공 인정으로 신용도 하락과 브랜드가치 훼손, 이에 따른 경영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레오팔레스21의 주가는 기자회견 다음날인 5월 30일, 전일대비 약 14% 급락(824엔 →726엔) 이후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채 700엔대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레오팔레스21측은 부실시공이 확인된 아파트 보수공사 1개 동에 약 60만 엔 (한화 약 59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밝혔는데, 도쿄상공리서치(TSR)의 분석에 의하면 부실시공이 예상되는 ‘골드레지던스’, ’골드네일’등 8개 브랜드의 레오팔레스21의 건물은 총 2,642개동, 보수총액은 15억 8,520만 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경영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레오팔레스21와 직간접적으로 협업하고 있는 전국의 하청기업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제국데이터뱅크(帝国データバンク)의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 건축, 토목공사업자인 레오팔레스21 그룹의 하청업자수는 전국에 4,173개 사(1차 하청업자 528사, 2차 하청업자 3,645사) 로 소속 종업원수는 약 19만명에 이른다.

한편 레오팔레스21 부실시공 뉴스를 접한 부동산 중개인은 "레오팔레스21 건물은 이전부터 업계에서 저비용건설로 유명해, 소음 문제로 인한 트러블이 끊이지 않았다"며 "몇개 동 뿐이라면 몰라도 수십, 수백개의 건물에 같은 문제가 있다는 것은 고의적이며 조직적인 부실시공이 의심된다"고 전했다.

레오팔레스21의 임대아파트는 계약시 들어가는 초기비용, 즉 보증금(敷金), 사례금(礼金), 중개수수료(仲介手数料) 등을 절감할 수 있고, 렌탈 방식으로 가구나 가전 등을 이용할 수 있어 수개월에서 1년 이내에 거주할 목적으로 집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인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학생들이 일본에서 거주지를 찾을 때 많이 이용해 본 적이 있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 익숙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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