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 마사시 점포경영컨설턴트 "디지털시대의 변화에 뒤쳐진 때문"

북오프 매장전경(이미지=북오프코퍼레이션 홈페이지)
북오프 매장전경(이미지=북오프코퍼레이션 홈페이지)

한때 일본의 중고책 시장을 좌지우지하던 일본 최대 중고책 체인 '북오프코퍼레이션'이 커다란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고 사토 마사시(佐藤 昌司) 점포경영 컨설턴트가 지난 22일 비즈니스저널의 기고문을 통해 지적했다. 

북오프가 지난 10일 발표 2018년 3월기 연결결산에 따르면 최종적자 8.8억 엔이었다. 2016년 5.2억 엔, 2017년 11.5억 엔 적자에 이어 3년 연속이다. 이번 회계연도에는 실적 저조 매장 폐쇄와 조기 흑자가 불투명한 대형 복합매장 등의 특별손실을 12.5억 엔 계상한 탓에 적자를 이어갔지만, 매출액도 전년 대비 1.6% 줄어든 800억 엔이었다. 전체 매출액의 90%를 차지하는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하락 영향이 컸다. 방문 고객수도 6.1% 감소하는 등 고객 이탈도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매장 수도 격감 중이다. 2010년 1,100개에 달하던 매장 수는 올해 3월 말 시점 825개로 8년 만에 300개 가까이 줄었다. 

오프라인 매장 사업의 주력인 중고서적 부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5.3%나 줄어들며 특히 부진을 보였다. 부진의 주된 요인은 매년 감소하고 있는 매입액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고서적 매입액은 2016년 3월기 마이너스 3.5%, 2017년 3월기 마이너스 4.9%, 2018년 3월기도 2.3% 줄어들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입액이 줄고 있는 이유는 독서 인구가 줄고 있는 것과 더불어 전자책이 점차 대중화 되고 있는 것에서 찾을 수 있는데 실제로 일본의 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1조 5,916억 엔 규모의 일본 출판시장 중 전자책 시장 규모는 2,215억 엔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한 반면, 종이책 시장은 1조 3,701억 엔으로 전년 대비 6.9% 감소했다. 북오프가 중고서적 매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종이책의 유통이 해마다 줄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토씨는 기고문에서 단순히 종이책의 유통 감소만으로 북오프의 부진을 풀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며 북오프가 이처럼 고전하는 이유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지 않는 북오프의 비즈니스모델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북오프는 중고책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소 황당한 '1권 당 10엔'이라는 팔 수록 손해보는 가격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적지않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고가로 매입하는 경우는 드문 일로 책을 파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북오프의 '떨이식' 매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사토씨는 이는 북오프가 중고책 매입과 관련해 명확한 사정(査定)기준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매입 심사시에 적용할 기준이 없다는 것은 직원 입장에서는 손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매입가격을 후려칠 수 밖에 없게 돼, 고객의 입장에서 어느정도 납득할만 한 가격을 제시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통신기술의 발달로 '야후옥션' 나 '메루카리' 등 개인간 거래를 지원하는 인터넷 옥션 시장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매칭이 쉽고, 주된 구매자가 개인인 인터넷 중고거래의 특성상 원하는 상품이라면 다소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라도 손에 넣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해 뜻밖의 고가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는 것이 보통이다. 북오프에 굳이 가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통한 거래가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득인 셈이다. 그의 주장대로 인터넷 통신 기술의 발달이라는 외부적 환경 변화가 기존 북오프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을 흔드는 주된 요인이라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판매자 이탈 현상은 비단 중고서적 뿐만 아니라, 북오프가 취급하는 CD, DVD, 게임, 가전, 의류, 명품 등 모든 제품에 적용되고 더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더이상 매력적인 중고상품을 매입할 수 없게 되면 북오프의 상품 구색 충실도를 저하시키고, 이는 고스란히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는 또 인터넷 통신기술 발달로 인한 전자상거래 활성화는 북오프의 매입 측면만이 아니라 판매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북오프의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더욱 많고 다양한 제품을 손에 넣기 쉽게 됐을 뿐만 아니라, 아마존은 물론 야후, 메루카리 등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속속 리테일 분야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대로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북오프 입지는 더 한층 쪼그라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초 전자상거래는 업체가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B2C(Business to Consumer) 모델이 일반적이었지만, 차츰 전자상거래 모델이 다변화되면서 최근에는 C2C(Consumer to Consumer) 시장도 폭발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17년 인터넷 경매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1조 1,200억 엔으로 이 중 C2C가 차지하는 비중은 3.2% 증가한 3,569억 엔에 달했다. 특히, '프리마어플(프리마켓과 같은 C2C 거래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규모는 4,835억 엔으로 지난해에 비해 58.4%나 성장해 프리마어플이 처음 등장한 2012년부터 불과 5년 만에 5,000억 엔대의 거대시장을 형성했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한 듯, 최근 북오프도 온라인 사업 강화에 돌입했다. 자사 사이트를 포함해 '라쿠텐'이나 '야후옥션' 등에도 물건을 내놓고 있다. 2014년 4월에는 야후와의 업무제휴를 체결하고 2015년 2월부터 '북오프온라인야후옥션점'을 개설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아마존의 '마켓플레이스'에도 매장을 열고 판매를 개시하면서 출품 가짓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다만, 2018년 3월기의 온라인 사업 매출은 61.4억 엔으로 전년에 비해 오히려 5.9%나 줄어들었다. 서적 판매가 크게 줄어든 영향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43.8% 감소한 2.3억 엔에 불과했다.

그는 도쿄 23구를 중심으로 방문 매입 서비스나 도내의 백화점에 중고제품 매입 상담 창구를 운영하는 등 제품 매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실적은 영 신통치 않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북오프의 앞날을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한때 일본의 중고서적 거래 시장의 60%를 점유하며 골목길을 환히 밝히던 북오프 간판의 불빛이 중고책 표지처럼 빛바래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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