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그간 고령자의 취로(就勞)의욕을 앗아가는 제도라는 지적이 꾸진히 제기돼 오던 재직노령연금제도의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지난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6월 정해질 경제재정운영 기본방침에 재직노령연금에 대한 수정표현을 명기하는 한편, 장래에는 폐지까지도 염두에 둔 본격적인 재검토에 착수키로 했다.

일본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급속도록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재직노령연금이 일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고령자의 취업을 막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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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노령연금은 1965년에 도입된 제도로 후생연금 수급 대상자가 취업 중인 경우에도 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근로소득이 있어도 수령개시 연령에 맞춰 연금을 지급하는 대신, 다음세대의 보험료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취지하에 고령자의 급여와 연금의 합계액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후생 연금의 일부를 감액하거나 지급정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60~65세 미만의 경우 월 28만 엔, 65세 이상은 월 46만 엔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이 대상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65세 이상은 연금을 포함한 연수입이 552만 엔 넘는 경우다.

이로 인해 일본의 연금 지급정지 대상자는 약 126만 명에 이르고, 총 1조 엔 정도의 연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업 중인 고령자들 중에는 의도적으로 연금이 깍기지 않는 선에서 노동시간을 줄이고 있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직노령연금이 이렇듯 본래취지와는 다르게 고령자들의 취로의욕을 저해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자 아베신조 총리도 지난 16일 '인생 100년시대 구상회의'에서 "65세 이상을 일률적으로 고령자로 취급하는 것은 이제 더이상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는 등,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제도 개혁에 나서기로 한 것.

아베 정부가 재직노령연금의 대폭적인 재검토에 착수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일손부족 현상이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인식 아래 고령자의 노동력을 부족한 일손에 충당코자 하는 의도가 깔린 것이다. 2017년도의 실업률은 2.7%로 실질적인 완전고용상태로 잉여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일꾼인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도 매년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 국립사회보장연구소는 생산가능인구가 2015년 7729만 명에서 50년 후인 2065년에는 4529만 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후생연금은 연금 수령시기를 70세 이후로 늦출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수령시기를 1개월 연기시킬 때마다 0.7% 씩 수령액이 늘어나, 만약 75세까지 수령시기를 늦춘다고 가정할 때 연금을 최고 84%까지 더 받을 수 있는 구조로 고령자의 취로의욕을 북돋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행 재직노령연금제도가 병존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이같은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연금 수령시기를 늦추더라도 연수입이 재직노령연금의 지급정지 대상자에 해당되면 단지 지급정지가 될 뿐 수령액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재직노령연금을 폐지하면 65세 이상으로 한정하더라도 당장 약 3,000억 엔의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등 정부 부담이 발생하지만, 이로 인해 고령자의 취업이 증가하면 일손부족이 완화되는 효과와 함께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일본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60~64세의 고령자 취업률은 지난해 기준 66.2%로 196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5세 이상의 취업희망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등, 고령자는 일본의 경제활성화와 일손부족을 메꿀 수 있는 중요한 노동력으로 점차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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