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수 매년 300~500개 씩 증가···현재 20,000개에 달할 듯

혼자 사는 아저씨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코인 세탁소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칙칙한 조명대신 감각적인 샹들리에, 코를 찌르는 드라이 냄새 대신 고소한 커피향이 손님을 반긴다.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BGM은 덤이다. 세련된 카페와 코인 세탁소의 만남은 빨래와 더불어 기분까지 세탁해준다. 

도쿄 메구로구에 위치한 코인 세탁소 ‘FREDDY LECK sein WASCHSALON TOKYO’는 카페형 코인 세탁소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다. 대형 드럼 세탁기가 나열된 반대편에 카페 공간을 마련해 커피와 주스, 베이커리 메뉴 등을 판매하고 있다. 점포 관계자는 “단지 세탁이나 드라이를 제공하는 코인 세탁소가 아닌,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게소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코인 세탁소 ‘FREDDY LECK sein WASCHSALON TOKYO’ (사진=최지희기자)
점포 한 켠에 카페 공간을 마련하여 세탁이 완료되는 동안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다. 카페 메뉴만을 이용하러 점포를 찾는 이용객도 많았다. (사진=최지희기자)

점포의 입구에는 가게의 상징색인 흰색과 파란색을 사용한 에코 가방과 티셔츠도 진열되어 있다. 이곳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담은 물건들로, 패션 소품으로 사용해도 손색없는 디자인을 뽐낸다. 세탁 대행 서비스는 물론, 세탁의 기본 및 다림질 방법 등의 팁을 전수해주는 워크숍 강좌도 진행한다. 점포 팜플랫에는 관광객이 즐겨 묵는 호텔 인근에 위치한 이점을 살려 공항까지 이동하는 방법 등도 꼼꼼히 안내해뒀다.    

이곳을 찾은 70대 부부는 “최근엔 알레르기 대책으로 이불이나 두꺼운 옷을 세탁하기 위해 이곳을 종종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무거운 이불 빨래를 하는데 힘이 부치는 우리 연령대들에겐 세탁 대행 서비스가 아주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가게의 상징색인 흰색과 파란색을 사용한 에코 가방과 티셔츠 등 패션 소품들도 판매하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일본에서 코인 세탁소 시장의 활황을 이끄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바쁜 도시인들이다. 도쿄 신주쿠의 ‘Araeru 신주쿠 벤텐쵸(弁天町) 점’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입구에서 회원 카드를 찍고 점포로 입장하는 방식으로 늦은 시간대 코인 세탁소를 이용하는 여성 고객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비어 있는 세탁기 현황을 확인하고, 세탁이 끝나면 완료 메일을 받을 수 있다.

자료=일본후생노동성 '코인오퍼레이션클리닝 영업시설에 관한 조사' /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도쿄 에도가와(江戸川) 구의 ‘아쿠아리움 란도리 시노자키(篠崎)점’은 ‘힐링’을 전면에 내세웠다. 점포를 채우는 BGM은 잔잔히 물결치는 파도 소리다. 이곳을 찾는 이용객들은 빨래가 완료되기까지 열대어가 유유자적 헤엄치는 대형 수족관을 바라보며 바쁜 일상 속 여유를 찾는다. 이 밖에 세탁이 끝나는 동안 강아지의 미용까지 끝낼 수 있는 팻숍과 결합된 형태의 코인 세탁소도 있다. 

일본에서 코인 세탁소는 1971년에서 75년 경, 고도경제성장과 함께 처음으로 코인식 세탁기, 코인식 가스건조기가 개발되면서 설치대수가 급속히 늘어났다. 후생노동성의 자료를 보면 코인 세탁소는 연간 300~500점포가 생겨나고 있으며, 2003년과 2013년을 비교하면 10년간 약 3,000점포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증가세를 이어가며 현재는 약 2만 여점에 달했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편리함을 넘어 힐링까지 선사하는 일본 코인 세탁소의 진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