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함께 도서관 역할 바뀌어야’ 목소리 커져

일본에서는 도쿄도립도서관을 비롯해 전국의 수많은 공립도서관에서 자습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즉 도서관에 비치된 서적을 읽는 대신 외부에서 가져온 자료로 공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 도쿄도립도서관의 홈페이지에는 ‘자료를 갖고 들어와 좌석만 이용하는 것은 삼가달라’는 안내 문구가 게재되어 있다. 
 
도쿄뿐만이 아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히로시마(広島)시에서는 자습실이 있는 중앙도서관을 제외한 시립도서관 12곳에서 자습을 전면 금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서관에서 왜 자습을 할 수 없게 하는 것일까. 후쿠시마 다츠노리(福島達徳) 중앙도서관 부관장은 “자습을 하면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도서관 면적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오사카(大阪)의 시립도서관들이 46년 전부터 이어 온 관습을 고쳐 도서관에서도 자습을 할 수 있도록 인정했다는 소식이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언론에 보도되면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사카시는 1972년 이후, 시내 각구에 시립도서관을 세우면서 자습하는 것을 금지해 왔다. 그러면서도 실상은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이를 묵인해왔다고 할 수 있다. 

도쿄 메구로(目黒) 구립 도서관 가운데 한 곳의 모습. 도쿄도의 각 구마다 많은 수의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메구로구의 경우 8개의 구립도서관을 갖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그러자 일반 이용자들로부터 “자리가 없으니 양보해달라고 하라”는 불만이 늘어갔다. 동시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로부터는 “왜 공부하면 안 되냐”는 항의까지 받으면서 도서관 직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방침 전환의 계기는 오사카 덴노지(天王寺) 구가 도서관 좌석 이용률을 조사하면서부터다. 실제로 도서관 이용실태를 살펴봤더니,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좌석은 전체의 절반정도였다. 이에 2016년 4월부터 책장을 재배치하여 좌석수를 늘리고, 자습 전용석을 따로 만들었다. 이후 구장회의에서 도서관의 자습 문제가 안건으로 오르며 올해 3월까지 덴노지구 24개의 도서관 중 20개의 도서관에서 자습을 허용하는 방침을 정했다. 사카키 마사후미(榊正文) 나니와(浪速)구장은 “새로운 기능을 가진 도서관에 대해 생각해 나가고자한다”고 말했다. 

1921년 도쿄아사히신문에 투고한 독자의 글을 보면, 도서관에서의 ‘자습’ 역사는 꽤 오래전부터 시작된 듯하다. “최근 고등학교 입학시험, 대학시험 등으로 우에노(上野) 도서관은 아침 6시경까지 가지 않으면 도저히 출입이 불가능하다”라는 글을 통해 약 100여 년 전부터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공익사단법인 일본도서관협회 니시노 가즈오(西野一夫) 부이사장은 “60년대에는 도서관 앞에 수험생이 줄을 서는 광경이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과열된 자리싸움으로 점차 자습을 금해야한다는 분위기가 높아져갔다. 일본도서관협회가 70년에 만든 지침에 따르면 공익도서관에 대해 “도서관은 자료를 제공하는 곳이지, 자리와 책상만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1989년에 정해진 ‘공립도서관 임무와 목표’를 보면 “자리만 잡아 자습하는 것은 도서관의 본질적 기능이 아니다. 자습 좌석을 마련하는 것은 오히려 도서관 서비스 수행을 방해하는 것이 된다”고 비판하는 내용이 나온다. 

도서관 아동책 코너에서 어린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이야기회’를 열고 있다 (출처: 아이치현 다하라시 중앙도서관 트위터)

한편 니시노 부이사장은 “시대와 함께 도서관의 역할도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아이치(愛知)현 다하라(田原)시 중앙도서관은 트위터로 ‘시험 공부하러 오세요!’라며 적극적으로 자습을 유도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모두 350석에서 자유롭게 공부가 가능하다. 도서관 아동책 코너에서는 어린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이야기회’를 열기도 한다. 도요다 다카히로(豊田高広) 관장은 “도서관에 와서 여러 가지 지식과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도쿄 무사시노(武蔵野) 시립도서관의 ‘무사시노 플레이스’에는 56석을 갖춘 자습실과 19세 이하의 이용자가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놀 수 있도록 146석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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