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어린이날이 가까워지면 거리 곳곳에는 재미있는 풍선이 나부낀다. 고이노보리 라고 부르는데, 일본의 상공을 헤엄치는 잉어들은 크기 또한 다양하다. 도로에는 약 60cm정도의 크기가 일반적이지만 축제에서는 건물만큼 커다란 고이노보리가 걸리기도 한다. 기자가 방문한 코즈노모리의 고이노보리 축제 또한 각양각색의 ‘생선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나리타시에 위치한 코즈노모리(公津の杜)는 주민들에게 멋쟁이 동네라고 불린다. 코즈노모리에 산다고 했을 때 대부분은 ‘좋은 동네에 살고 있네.’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나리타시에서는 으뜸가는 ‘오샤레(おしゃれ : 멋쟁이)’라는 것이다. 흔히 드라마나 만화영화에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아기자기 예쁜 동네를 연상할 수 있다. 깨끗한 2층집에는 정원이 달려있는데, 산책을 하면서 울타리 밖으로 나온 꽃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 중 하나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민들도 많아서 주말이 되면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코즈노모리 공원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황금연휴를 맞아 주민들이 잔디 운동장을 채우고 있었다. 아이들이 모여 있는 축제 장소는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모습이 비슷한 것 같았다. 부모님이 사준 맛있는 간식을 먹는 아이, 떼를 쓰느라 잔디에 드러누운 아이,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아이의 이름을 크게 부르는 부모의 모습까지 한국과 다르지 않은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어린이날에 맞춰 세워진 천막부스를 보면서 ‘정말 일본에 살고 있구나!’ 하고 실감할 수 있었다. 가판대에서는 어린이들이 금붕어를 낚아보려 조그마한 팔을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옆에 앉은 보호자는 소싯적부터 축제 좀 다녔는지 거의 한 번에 척척 금붕어를 낚아 올렸다. 덕분에 아기가 안고 있는 그릇에는 금붕어들이 대가족을 이루고 있었다. 금붕어를 낚지 못한 아이에게는 초콜릿 간식 하나가 기념으로 주어졌다.

코즈노모리 공원에서 열린 코이노보리 축제 모습 (사진=한미림기자)

더운 날씨 탓에 얼음 슬러시를 파는 천막부스에 줄이 길게 늘어졌다. 하나에 200엔, 곱게 갈아놓은 얼음에 과일 시럽을 뿌려주는 여름 간식이었다. 얼음을 뽑기가 무섭게 컵에 담겨 시럽 옷을 입고 사람들의 손에 들어갔다. 수북한 슬러시를 먹으면서 아이들은 더위를 식혔다. 옆에서는 일본의 닭꼬치인 야끼토리를 굽는 가게의 연기가 사람들의 식욕을 자극했다. 친구들끼리 왔는지 조그마한 초등학생 남자애 셋이 줄에 합류했다. 2학년은 됐을까, 남의 눈치를 볼 생각도 않은 채 장난치는 모습 또한 어느 나라나 비슷해 보였다. 야끼토리를 하나씩 주문한 어린이들은 식욕 좋게 먹어치우고는 금세 다른 줄에 섰다. 적어도 이번 코즈노모리 축제에서 가장 어린이날을 만끽하는 어린이라고 생각했다.

무대 위에서는 공연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기모노를 입은 부인들이 춤을 추거나 만담을 하면서 일본의 축제 분위기를 돋우었다. 어린이들만의 깜짝 무대도 있었다. 하와이안 의상을 입은 귀여운 초등학생들이 깜찍한 율동을 보여주었다. 연령대는 제각각이었는데 열두 살 쯤 돼 보이는 아이부터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어린이까지 무대에 함께 올라와 그동안 연습한 것들을 뽐내었다. 어린 아이들은 춤을 추기는커녕 오히려 관객석이 신기한지 멀뚱히 서서 구경해 웃음을 자아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어른들이 박자에 맞춰 박수를 보냈다. 관객석에서 흥에 겨워 춤을 따라하는 귀여운 아이도 있었다.

무대 위에서는 공연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사진=한미림기자)

일본의 어린이날은 한국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본에는 두 번의 어린이날을 맞이한다. 3월3일에는 여자아이의 날이라고 하는 히나마쯔리(雛祭り)가 열리는데, 이날에는 여자아이들의 탄생과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히나인형’을 사주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으며 ‘히나아라레’ 라는 콩과 과자를 함께 먹기도 한다.

5월5일에 기념하는 어린이날은 남자아이의 날에 조금 더 가깝다. ‘단고노셋쿠(端午の節句)’라고도 하는데, 고이노보리를 달아놓고 남자아이들의 입신양명을 바란다. 그렇다면 일본의 어린이날에 잉어가 헤엄을 치는 사연이란 무엇일까? 바로 입신양명을 의미하는 ‘등용문’이라는 단어와 관련이 있다. 먼저 고이노보리는 단어를 살펴보자면, 잉어를 뜻하는 코이(鯉)와 좁고 긴 천의 한 끝을 장대에 매달아 세우는 노보리(幟)로 이어져있다. 잉어모양은 남자아이를 상징하는데, 처음에는 창포나 쑥을 처마에 매달아 두는 등 액막이 행사로 치러졌으며 전국적인 행사로 발전한 시기는 에도시대 중기부터 라고 한다. 지금은 해마다 양력 5월5일에 기념행사가 열린다. 집밖으로는 잉어 모양의 연이, 집안에는 사무라이 인형을 장식한다. 마트에 가면 대나무 잎이나 떡갈나무 잎으로 곱게 담아놓은 떡을 판매하기도 하며 수천 개의 잉어모형을 공중에 매달아 놓아 축제가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남자아이들의 입신양명을 기리는 코이노보리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사진=한미림기자) 

어린이날은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어린이의 행복을 도모함과 동시에 어머니에게 감사하는 날”이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48년에 공포됐으며, 현재 일본의 골든위크를 구성하는 공휴일 중 하나인 만큼 중요한 날이다. 물론 어린이의 날(子供の日)이라는 기념일이므로 남녀 구별 없이 모든 아이들이 주인공이 된다. 이번 골든위크는 어린이날과 주말이 포함돼 대략 일주일에 가까운 연휴가 만들어졌다.

운동장 한가운데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우나리군은 이번 행사에서도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역 캐릭터가 생활 속에 녹아든 일본답게 사람들은 “우나리군이네.” 친밀감을 드러내며 접근했다. 우나리군 풍선 안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트램펄린이 배치돼있었다. 밖에서도 아이들은 무척이나 신나 보이는 것이 그 나이에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 느껴졌다.

운동장 한가운데 자리한 지역 캐릭터 우나리군 (사진=한미림기자)

영국의 문학가 찰스 디킨스는 말했다.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누구나 가치가 있다.” 모든 어린이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12개월짜리 달력에 당당하게 휴일로 자리 잡은 어린이날이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1년 365일 오직 아이들만이 부푼 마음을 안고 맞이할 수 있는, 아이들만을 위한 하루.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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