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스트 “내년 수상 확률 더욱 높아져” 

스웨덴 한림원이 성폭력 고발운동 ‘미투(#MeToo)’ 파문으로 10월로 예정됐던 올해 노벨문학상 선정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하자,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인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팬들이 낙담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하는 등 일본 열도는 일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해마다 이름을 올리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1994년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에 이어 3번째 일본인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기대를 받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열성 팬을 지칭하는 ‘하루키스트’는 매년 10월 수상 발표 순간에 함께 모여 마른침을 삼키며 수상을 염원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노벨문학상 발표 시즌이 되면 호황을 누리던 서점가들도 당혹감을 드러냈다. 준쿠당(ジュンク)서점 이케부쿠로(池袋) 본점 담당자는 “노벨상을 계기로 평소 책을 보지 않던 사람들도 찾아와줬기 때문에 (올해는 발표가 없어) 책이 팔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노벨 문학상 유력 수상 후보로 매해 이름을 올리는 일본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출처: 무라카미 하루키 신쵸사 공식사이트)

이러한 우려는 실제 7일 도쿄주식시장에서 서점을 경영하는 문교당(文教堂) 그룹 지주회사인 문교당 그룹홀딩스의 주가 급락으로까지 이어졌다. 문교당 그룹홀딩스는 매년 노벨문학상 발표 시기가 되면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벨상 수상 시 관련 서적의 매출이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이른바 ‘노벨문학상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노벨 문학상 선정 연기 소식에 오히려 환호하는 이들도 있다. 처음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팬을 중심으로 낙담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점차 ‘수상을 더욱 기대’하는 분위기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스웨덴 한림원이 내년에 두 명의 수상자를 선정할 것이라는 소식에 하루키스트가 모이는 도쿄 오기쿠보(荻窪) ‘6차원’ 카페 점주는 “내년에 상을 받을 확률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니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5일자 조간 1면에 노벨상 연기 소식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 권고 소식을 실었다. 

일본 언론 관계자는 지난 해 일본계 영국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石黒一雄)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을 언급하며 “아시아계 작가가 연속으로 수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한 해를 건너뛰고 두 명을 선정하는 내년이야말로 정말 기대해볼만 하다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노벨상 연기 소식이 전해진 5일 일본 신문의 1면을 장식한 또 다른 기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목표로 해온 ‘나가사키현과 아마구사의 잠복 키리스탄(그리스도인) 관련 유산’이 ‘등록 권고’를 받은 소식이었다. 일본 사회와 언론이 노벨상과 세계유산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서 경제학자 미즈노 가즈오(水野和夫) 법정대 교수는 “과학과 기술, 이론 등을 중시해온 서구 주도의 근대적 가치관을 일본이 아직까지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미즈노 교수는 “이미 ‘근대’가 끝나가고 있는 마당에 서구를 따라잡으려고 하는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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