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고르기보다 어려운 베개 고르기···쾌면시장 1조엔 시대
질좋은 수면은 장수뿐만 아니라 경제적 생산성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지난해 일본의 신조유행어 10위권에는 ‘수면부채’라는 단어가 올랐다. 잠을 푹 자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어 육체 건강 및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수면부채’라고 부르는데,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성인의 평균 수명 시간은 7시간 43분(OECD 'Balancing paid work, unpaid work and leisure 2014')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들과 비교하면 1시간 정도 수면 시간이 짧은 편이다.
수면 부족은 고혈압, 치매, 뇌출혈 등의 리스크를 높이며, 수면부족이 장기화되면 몸이 수면부족을 자각하지 못해 더 큰 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미국 랜드 연구소에 따르면 수면부족으로 인한 일본의 경제손실은 1380억 달러라고 한다. 개인의 문제면서 경제적 문제이기도 한 수면 부족 해소가 현대 일본의 큰 문제로 주목 받으면서, ‘쾌면’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형외과의 야마다 슈오리(山田朱織)박사는 ‘베개 외래’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물이다. 일본 최초의 ‘베개 외래병원’을 열어 목과 어깨 결림이 있는 환자들에게 정밀검사를 실시한 후, 오더 메이드 베개를 처방해준다. 2만엔이 넘는 고가의 베개임에도 불구하고 외래 진료 환자가 끊이질 않는다. 진료를 받으려면 최소 한 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만큼 현대인들은 목과 어깨, 허리 등에 지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야마다 슈오리 박사는 “베개는 수면의 질과 깊은 관계가 있으며, 목과 어깨 결림은 자기에게 맞는 베개를 사용하면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야마다 슈오리 박사의 ‘베개 외래’는 일본에 오더 메이드 베개를 침투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일반 침구류를 취급하는 가구점에서도 수면 전문가를 두고 베개 고르기를 돕고 있다.
오사카(大阪)의 ‘네무리숍 와타야관(眠りショップわたや館)’은 ‘슬립 어드바이저’가 베개를 골라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슬립 어드바이저’는 민간 자격으로 다양한 침구류를 이해하고 고객의 질좋은 수면을 위해 다양한 제안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네무리숍 와타야관’에서는 여러 베개 중에서도 2만 5천엔짜리 고가 베개가 가장 인기다. 손님 중에는 경륜 선수 등 스포츠 선수가 찾아올 정도로 ‘슬립 어드바이저’는 신뢰를 받는 존재다.
가구 회사 ‘오쓰카 가구(大塚家具)’는 수면을 테마로 한 전문점 ‘굿 슬립 팩토리’를 열었다. 직원들에게 ‘슬립 어드바이저’ 자격증을 따도록 지원한 결과, 현재 오쓰카 가구 사원의 절반인 813명이 이 자격을 취득했다고 한다. 이불을 취급하는 ‘도쿄 니시카와’는 개개인에게 신체측정기를 대여해 운동량과 수면의 질을 파악하고, 쾌면을 위한 조언을 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패션의류회사인 ‘시마무라(しまむら)’는 5월 하순에 고베에 첫 침구 전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쾌면 수요가 증가 중인데도 불구하고 고가의 상품만 넘쳐나는 가운데 저렴한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야노 경제연구소(矢野経済研究所)는 침대보 및 침구 시장 규모를 2016년, 6800억엔으로 추산했다. 쾌면 소비는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고급 여관과 호텔로도 확산되고 있다. ‘쾌면’은 쾌적한 호텔의 주요 요소로 등장했고, 현재 대부분의 호텔들은 베개를 종류별로 준비해 고객 만족을 이끌고 있다. 쾌면을 주제로 한 서적도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출간된 ‘스탠포드식 최고의 수면’은 무려 30만부가 팔려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요리교실의 키워드도 ‘쾌면’이다. 일본 최대 요리교실인 ‘ABC 쿠킹’도 잠이 잘 오는 재료를 사용한 ‘쾌면 쿠킹 교실’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1일 아사히 신문은 수면 시장의 명확한 정의를 내기는 어렵지만, ‘쾌면’을 테마로 한 시장 규모는 이미 1조엔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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