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불임치료' 양립을 위한 일본사회의 노력

닌카츠(妊活),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어감의 이 말은 일본에서는 우리에게도 종종 소개돼 귀에 익숙한 슈카츠(就活, 취업을 위한 구직활동)나 콘카츠(婚活, 결혼을 위해 배우자를 찾는 활동) 등의 말 못지않게 널리 쓰이고 있다. 

닌카츠는 ‘임신활동(妊娠活動)’의 약자로, 임신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거나, 임신을 위한 건강관리를 하고, 출산 이후의 인생설계 등 임신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을 뜻한다. 닌카츠는 여성이 35세를 넘으면 난자의 노화로 임신 자체에 성공하기 어려운 이른바 난임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강한 의지를 가지지 않으면’ 임신이 어렵다는 현실을 일깨우고, 여성이 일을 하면서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생활을 주장하며 등장한 개념이다. 

과거 1980년대까지는 직장여성의 경우, 결혼 후에는 퇴직하고 출산하는 것이 정형화된 흐름 속에 있었지만 현재 일본사회는 여성이 결혼을 하더라도 퇴직하지 않고 맞벌이를 하면서 임신과 출산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만혼이나 저출산 현상이 심화됐지만, 이에 따른 불임이나 고령출산에 대한 일본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닌카츠 개념의 등장은 이러한 일본사회의 인식을 바꾸고자 한 것에서 출발한 것이다.

지난 3월, 일본 후생노동성은 기업 및 노동자를 대상으로 ‘일과 불임치료 양립에 관한 종합조사사업’을 사상 처음으로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임치료를 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응답자의 13% 였는데 반해 사원의 불임치료를 위한 지원제도를 마련한 기업은 9%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불임치료를 한 사람 중, 일과 치료의 양립이 불가능해 퇴직을 선택한 사람은 16%에 이르렀다. 

자료=후생노동성 '일과 불임치료 양립을 위한 앙케이트' / 이미지=후생노동성
자료=후생노동성 '일과 불임치료 양립을 위한 앙케이트' / 이미지=후생노동성

후생노동성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기업에 불임치료에 대한 지식이나, 직장에서의 배려, 일과 치료의 양립을 위한 지원제도 소개, 그리고 기업의 도입 사례 등을 담은 팜플렛을 배포하고 기업들의 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마련한 불임치료 지원 사례 중에는 불임치료 목적의 휴가제도 실시, 다목적 휴가나 익년된 연차휴가 사유에 불임치료를 추가하는 등 다양했다. 도요타 자동차도 지난해 1월부터 불임치료 목적의 휴가(연간 5일)제도를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불임이나 불임치료는 당사자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민감한 사안으로 치료 때마다 이를 회사에 밝히고 취득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현실임을 시사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일과 불임치료의 양립이 어렵다고 대답한 87%의 사람들은, 그 이유로서 ‘통원횟수가 잦다’, ‘정신적 부담이 크다’, ’의사에게 통보 받은 날짜와 일과의 조정이 어렵다’등을 들었다.

일과 불임치료의 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지원책 마련에 나설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지원 뿐만 아니라 불임이나 불임치료가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는 개인이나 기업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에서는 2015년 기준 5만 1,001명이 생식보조의료(체외수정 등을 이요한 치료)를 받아 탄생했다. 인는 전체 출생아수 1백 8,000명의 5.1%에 해당한다. 또한 실제 불임검사나 치료를 받은적이 있거나, 받는 중인 부부는 전체 부부의 18.2%, 아이가 없는 부부의 경우 28.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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