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드립니다.”

호텔 메이드 체험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체력적으로 무리가 가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직원이 평균 나이 60대로 보이는 어르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젊은 사람은 40대 남짓의 중년 여성이었고, 20대는 잠깐 인턴을 하러 온 대학생들이었다. 인력 부족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호텔 또한 마찬가지이다. 베트남 또는 타이 등 외국인 직원들도 제법 보였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학생들과 일본어로 인사를 나누자니 새삼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실감이 났다.

사무실에 모여서 그 날 중요한 사항을 브리핑 한 후, 각자 배당된 장소로 청소를 하러 갔다. 출근은 오전 10시, 체크아웃 시간인 오전 11시에 맞춰 투숙객들이 퇴실을 할 시간이었다. 견습생인 기자는 이불보를 벗기는 것부터 객실 청소까지 매니저의 세세한 지도를 받은 후에야 근무에 투입이 됐다. 과거에 나 홀로 일본 여행을 할 때마다 호텔 객실에 비치된 컵을 보고 ‘깨끗할까?’ 의문을 품었는데, 메이드 체험을 하면서 모두 지울 수 있게 됐다. 모든 비즈니스호텔의 메이드를 체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100%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본의 비즈니스호텔 청소는 상당히 청결하게, 어떠한 법칙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직원들 또한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위생 상태에 대한 걱정은 덜어두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1Day

첫날은 간단하지만 제법 체력이 필요한 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됐다. 초보 메이드인 기자는 사용한 침대 시트와 이불보를 모두 걷어내고, 객실 내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을 맡게 되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입실 전에 똑똑 노크를 했다. 안에 사람이 없는 것을 알고 있어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노크를 하는 것이 예의이다. 문을 열자마자 청결과는 거리가 있는 방의 상태에 숨을 참았다. 다른 객실 또한 쾌적한 공기가 필수지만, 흡연이 가능한 객실은 되도록 빨리 환기를 해야 한다. 창문을 열고 무거운 이불을 젖혀 시트를 빼내었다. 생각보다 힘이 드는 작업이었는데 특히 침대커버를 걷고 나면 기진맥진하여 한숨을 쉬어야 했다. 무거운 침대를 끌어당긴 후 시트를 벗겨내야 되기 때문이었다. 샤워가운과 수건까지 세탁물을 한 꾸러미 안고 수거차량까지 이동했다. 시트와 수건을 정해진 박스에 분류를 한 후에야 첫날의 객실 업무가 끝났다. 이렇게 걷어낸 세탁물들은 별도의 업체에 위탁해 깨끗하게 소독해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늦은 오후에는 오전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겨둔 세탁물이 배달돼온다. 기자가 메이드 체험을 했던 호텔은 공항과 멀지 않은 덕분인지 승무원들의 유니폼이 대부분이었다. 세탁물과 안내카드를 들고 해당 객실을 찾아갔다. 손에 들고 있는 안내카드는 혹시라도 손님이 객실에 없을 상황을 대비해, ‘방문을 했지만 부재중이신 관계로 카드를 남깁니다.’ 라는 요지의 메시지가 적혀져있었다. 노크를 하면서 적당한 볼륨으로 말했다. “하우스 키핑입니다.” 그러자 명쾌한 목소리와 함께 외국인 승무원이 문을 열어주었다.

2Day

‘현재 근무하고 있는 메이드들은 평균 30분 만에 침실 꾸미기와 청소까지 모두 끝냅니다. 한 씨는 젊으니까 더 빨리 할 수 있을 거예요.’

객실 꾸미기(Bed making)를 시작하기 전에 매니저가 기자에게 일러둔 말이었다, 잘 할 수밖에 없다. 침대 시트와 이불보 등을 챙겨 가면서 잔뜩 기합을 넣었다. 최대한 빨리,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다. 깨끗하게 살균 소독돼 따끈따끈한 침대 시트를 활짝 펼쳤다. 접혀져 있는 정중앙선을 기준으로 침대 시트를 덮는다. 여기저기 도망 다니는 시트를 붙잡아 반듯하게 폈다. 살짝 매트를 들어 침대 시트를 넣고, 끝을 접어 깨끗하게 마무리 하는 작업이 반복됐다. 두 개의 침대가 배치된 트윈 룸을 끝낼 때 즈음엔 이마에 땀이 맺혀있었다. 이렇게 힘이 들어가는 일을 60대 어르신들이 능숙하게 해내고 있다니,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최고령인 70대의 메이드 어르신은 “아직 괜찮아~. 더 할 수 있어.” 라면서 자신감을 보인다는 말에 감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젊은이로서 더욱 힘을 내야겠다는 각오로 침대 시트를 챙겨 객실로 향할 때였다. 객실 체크를 돌고 있던 매니저가 사무실 업무를 부탁했다. 잃어버린 물건을 엑셀 파일에 정리하여 보관하는 작업이었다. 분실물에서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자잘한 세면도구와 스마트폰 충전기였다. 곁에 두고 쓰는 물건인 만큼 그대로 놓고 오기 쉬운 물건이었다. 입력을 끝내고 뒷정리를 마치자 어느덧 저녁 시간이었다. 오후 6시부터는 객실에서 오더가 자주 들어온다. 주로 다리미 대여, 히터나 선풍기 대여와 같은 것들이다. 다리미판이나 여분의 옷걸이를 들고 사무실과 객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동안에 퇴근시간이 훌쩍 다가왔다.

3Day

끝끝내 찾아온 욕실 청소의 날.

비위가 약한 기자는 혹시라도 욕실 청소를 하다가 뛰쳐나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됐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해봐야 아는 것, 매니저의 지시에 따라 청소도구를 모아놓는 창고로 향했다. 창고에는 개인이 사용하는 청소용품들이 깨끗하게 정리돼있었다. 그 중에서도 주인이 없는 것을 차지하고는 승강기를 타고 객실로 향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체크아웃을 한 후라 객실은 꽤나 비어있었다.

여행 내내 즐거운 쇼핑을 했는지 객실 안에는 포장지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분리수거를 시작으로 객실 청소를 진행했다. 방을 배정받은 손님이 처음 객실에 들어왔을 때의 기분을 생각하면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매뉴얼에 맞춰 차곡차곡 청소를 하는데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욕실의 물기까지 싹 훔쳐내는 것을 마무리로, 지금 입실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깨끗한 객실이 완성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br>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여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객실 준비가 완벽하게 이루어졌는지 확인을 거듭해야하기 때문이다. 해당 호텔의 경우 두 번의 체크를 통해서 마지막까지 위생 상태를 점검한다. 청소를 한 메이드까지 포함하면 총 세 번의 체크가 이루어지는 셈이니 빈틈이 없다. 모든 체크를 마치자 매니저는 객실 내 전화기를 들어 번호를 눌렀다. 정해진 번호를 입력하면 프런트 데스크에 객실 준비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뜬다. 방을 나서기 직전까지 마지막 점검을 마친 후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메이드 체험을 마치면서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호텔 메이드 체험을 하면서 느낀 점은 자신의 일에 한없이 진지한 일본인들의 업무 태도였다. 아무리 어지럽혀진 객실을 배정받아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일 없이 묵묵하게 신속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일을 끝마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확인을 하고 또 하는 꼼꼼함 또한 그러하다. 방에 들어오는 손님의 눈으로 객실의 위생 상태를 파악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방식이었다. 깨끗하고 반듯한 침대도, 얌전하게 세워진 베개도 모두 정해진 매뉴얼을 정확하게 따랐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성실함이란 회사의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력한다는 의미가 진지하게 더해졌다.

일본의 비즈니스호텔을 선택할 때, 너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일러두고 싶다. 그저 원하는 가격대와 편리한 위치의 호텔을 찾아 느긋하게 여행의 피로를 풀면 된다. 오전 시간 분주하게 움직이는 메이드와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누면서 하루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제안하고 싶은 것 한 가지가 있으니, 오늘도 메이드들은 손님의 쾌적한 여행을 위해 한없이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객실 내 비치된 메모장으로 이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라도 남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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