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진열·심야영업 전략으로 할인점 도심부 출점 토대 마련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가 쓴 소설 속 주인공 돈키호테는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기상천외한 사건을 여러 가지로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다. 일본의 잡화점 돈키호테의 상품 진열방식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돈키호테에 들어가면 환상과 현실이 뒤죽박죽 되어 있는 것처럼 정신이 없다. 대부분의 쇼핑몰이 품목별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원하는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게 진열되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돈키호테는 꼭 들러야 할 필수 코스일 뿐만 아니라, 창사이래 28년간 단 한차례도 성장세가 꺽이지 않고 매년 실적이 상승했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인 오늘날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돈키호테의 영업비결을 파헤쳐보자. <편집자주>

1989년 문을 연 돈키호테 1호점 도쿄 후추(府中)점
1989년 문을 연 돈키호테 1호점 도쿄 후추(府中)점

회사 설립 30년도 안돼 지난 2016년 일본소매업계 매출규모순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돈키호테는 1989년 1호점인 도쿄 후추(府中)점 오픈을 시작으로, 1인 가구가 많은 도쿄 등 대도시 한복판에 자리를 잡으며 지난해 4월말 기준, 전국적으로 36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13년에는 기업분할을 단행해 주식회사 돈키호테홀딩스를 출범시키고 지주회사 체제로 변환했다. 

2000년 800억엔, 50억엔 안팎이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7년 8300억엔, 455억엔으로 16년 만에 각각 10배 증가했다. 유통업계가 온라인 쇼핑에 밀려 고전하는 동안 돈키호테는 오히려 갈수록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돈키호테의 매출액은 일본의 할인점 업계에서도 단연 두드러진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2015년도 매출액은 7596억 엔으로 2위 트라이얼컴퍼니와는 매출액과 매장수 모두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돈키호테는 지난 2016년 일본 소매업계에서 매출 규모 10위, ROE(자기자본이익률) 8위(13.5%)로 당당히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성장률이 괄목할 만하다. 10위 내 기업 중 6곳의 매출이 감소하고 1위인 이온(AEON)그룹은 가까스로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돈키호테만은 이 기간 9.1% 성장을 기록했다. 

자료=다이아몬드체인스토어 '일본소매업 1000사 순위' / 닛케이MJ '일본의 전문점조사' / 테이코쿠데이터뱅크 'TDB업계동향 / BBT대학총연

돈키호테가 이처럼 짧은 기간에 괄목할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압축진열'과 '심야영업'이라는 돈키호테 특유의 영업전략을 관철시켰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 영업전략은 할인점인 돈키호테의 도심전개를 가능케 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인바운드 수요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돈키호테는 '압축진열'이라는 특유의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고객들은 흡사 미로를 연상시키는 구불구불한 통로를 지나 보물찾기 하듯, 선반위에 뒤죽박죽 빈틈없이 쌓여 있는 상품속에서 원하는 것을 찾아 헤매야 한다. 그러다 보면 지금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눈이 가는 것들, 필요하지 않은 것들도 사게 된다. 고객이 필요한 것만 사면 객단가를 높일 수 없다. 상품을 복잡하게 진열한 것은 객단가에 ‘플러스 알파’를 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이 같은 판매 전략은 목적 지향적 쇼핑 패턴을 보이는 남성 고객보다 쇼핑 자체를 즐기는 여성 고객에게 더욱 지지를 받는다. 돈키호테에 따르면 여성 고객 비중이 72%에 달하고 이 중 절반 이상은 20~40대 여성이다. 

24시간 불빛이 꺼지지 않는 도심지의 특성에 맞춰 심야영업을 통해 나이트마켓을 개척한 것도 주된 성장 요인의 하나다. 돈키호테가 도심부를 중심으로 출점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한 2003년 4월은 일본정부가 관광활성화 정책으로 '비지트재팬(VISIT JAPAN)' 캠페인을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 이 캠페인으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이 완화되면서 방일 외국인관광객은 2005년 520만 명에서 2017년 2977만 명으로 무려 6배 가까이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외국인관광객의 급증은 고스란히 도심부에 매장을 갖고있던 돈키호테의 매출상승으로 이어졌다. 돈키호테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황금 시간대는 저녁 8시부터 밤 12시(자정)까지다. 특히 외국인 고객의 40%가량이 이 시간대에 몰린다. 돈키호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매출 중 외국인관광객 매출에 해당하는 면세매출 비중은 7.3%였고, 설 연휴가 있던 올해 2월에는 사상처음으로 10%를 돌파하기도 했다. 

자료=돈키호테홀딩스 '2015년 6월기 결산' /BBT대락종합연구소
자료=돈키호테홀딩스 '2015년 6월기 결산' /BBT대학총연

외국인관광객은 씀씀이도 크다. 면세고객의 평균 객단가는 1만 6200엔으로 내국인 평균 2500엔의 6배가 넘는다. 외국인관광객은 방문횟수는 제한적인 반면, 한번에 많은 상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면세고객의 평균 객단가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1위는 중국 2만 4500엔, 2위는 태국 1만 8700엔, 이어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1만 6600엔의 평균 객단가를 기록했다.
 
쇼핑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압축진열 방식과 나이트마켓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심야영업 덕에 돈키호테는 박리다매인 할인점의 특성상, 임대료가 높아 매장을 열기 어려운 도심이나 수도권 번화가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오늘날의 돈키호테를 만든 토대는 압축진열과 심야영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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