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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박사, 2명 중 1명은 '구직중'···과거 ‘명예’가 이젠 ‘부담’
日박사, 2명 중 1명은 '구직중'···과거 ‘명예’가 이젠 ‘부담’
학령인구 감소로 더욱 좁아진 취업문···기업들도 채용 꺼려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04.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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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A씨는 일류 국립대에서 7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논문은 알아주는 출판사에서 책 출간 제의도 들어올 만큼 학계의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수년 째 ‘구직’ 중이다. 그의 전공 분야는 일본 학계의 ‘주류 분야’가 아닌 관계로, 교수직 공고가 1~2년에 한번 나면 다행일 정도다.

게다가 최근엔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국립대와 사립대 할 것 없이 교원양성 규모까지 축소되는 추세다. A씨의 취업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그러나 그는 “아쉽다고 해서 이제와서 아무데나 갈 수도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렇지 않아도 장래가 막막한데 주변 시선까지 신경 쓰다 보니 늘 가슴이 막힌 듯 답답하다고 했다.

도쿄도 분쿄구(文京区)에 위치한 동경대학의 상징 야스다 강당 (사진=최지희기자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br>
도쿄도 분쿄구(文京区)에 위치한 동경대학의 상징 야스다 강당 (사진=최지희기자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과거 일본에선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장래엔 박사 아니면 장관감(末は博士か大臣か)’ 이라고 칭찬했다. 4년간 노벨상 수상이 이어지고 있는 일본에선 남자 초등생 장래희망 1위(2018년)가 ‘박사·학자’를 차지하는 등 지금도 선망의 직업 중 하나다. 하지만 일본에서 박사들의 취업 상황은 ‘의자 뺏기 게임’이라 할 만큼 어려운 현실이다.

일본에서 근대적 학위로서 ‘박사’가 제도화된 지 올해로 130년이 지났다. 1987년 공포된 ‘학위령’으로 법학・의학・공학・문학・이학 5종류의 박사 학위가 만들어져, 이듬해 25명이 처음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박사 학위는 대학원에 진학해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 한해 ‘제국대학평의회’를 거쳐 문부장관이 수여하는 것이었지만, ‘이에 준하는 이상의 학력이 있는 자’도 대상에 적용되어 실제로는 후자의 규정을 근거로 추천을 통해 박사가 된 이들이 많았다. 

이후 1920년 학위령이 개정되면서 추천 제도가 사라지고 논문 제출이 필수화되었다. 이와 함께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주체 또한 문부장관에서 각 대학으로 바뀌었다. 처음 5종류로 시작된 박사 학위는 19종류까지 늘어났으나 1991년의 제도 변경에 따라 폐지되었다. 현재는 ‘박사(문학)’ 처럼 전공 분야를 괄호 안에 표기하는 방식으로 변하여, 종류로 치자면 100종은 족히 넘는다.

도쿄도 치요다구(千代田区) 부도칸(武道館)에서 진행된 2018년 동경대학원 입학식에 앞서 신입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br>
도쿄도 치요다구(千代田区) 부도칸(武道館)에서 진행된 2018년 동경대학원 입학식에 앞서 신입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일본의 대학원에서는 인문사회과학계열에서 박사과정으로 진학해도 학위 취득이 어려운 것이 특히 문제시 됐다. 학위를 받지 못한 채 ‘학위취득퇴학’의 자격으로 졸업하는 경우도 많았다. 문학박사라고 하면 해당 분야의 ‘1인자’로서, 그에 걸맞는 논문을 집대성해야 한다는 풍조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일본도 박사 학위를 ‘연구자로서의 자격증’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박사학위가 관련 계열 취업의 최소한의 자격처럼 여겨지면서 적극적으로 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원도 생겨났다. ‘박사’에 대한 경의와 동경은 예나 지금이나 남아있다곤 하지만, 바뀐 환경과 함께 이들에 대한 대우는 크게 달라졌다.

그래픽=김승종기자 / 자료=문부과학성 학교기본조사
그래픽=김승종기자 / 자료=문부과학성 학교기본조사

시작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대학원 중점화’ 정책으로 인한 박사과정 진학자의 급증이었다. 대학 교원 등 연구직 포스트가 학위를 받은 사람 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정책 집행 시 예상했던 것만큼 기업의 채용도 늘어나지 않았다. 기업이 박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오비린(桜美林) 대학 야마모토 신이치(山本真一)교수는 아사히신문에 “일본 기업에서는 채용한 인재를 해당 기업에 맞도록 육성시키려 하기 때문에 학부 졸업생이 가진 ‘범용성’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문부과학성의 ‘학교기본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4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박사과정을 졸업한 사람수는 15658명으로, 이들 중 정규 직원으로 취업한 비율은 절반(8314명) 정도다. 미취업자들은 비상근(非常勤) 강사로 일하거나 박사 후 연구원(포스터 닥터)으로 있으면서 상근직을 노리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비상근 강사와 박사 후 연구원들의 고령화도 또한 문제시되고 있다.

과거엔 박사 학위를 받으면 ‘명예’였지만 지금은 ‘발바닥의 쌀알(足の裏の米粒)’로 비유되곤 한다. ‘학위를 따지 않으면(쌀알을 떼어내지 않으면) 찝찝하고, 학위를 따도 취업이 어렵다(떼어낸 쌀알을 먹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게다가 최근엔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안 그래도 좁은 문이 더욱 비좁아진 형편이다. 도쿄의 한 사립대 교수는 “우수한 젊은 인재가 박사 과정 진학을 피하는 경향이 커졌다”며 “일본 연구력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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