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진전을 둘러싼 일본의 복잡한 속내는?

북한이 21일 오전 관영매체를 통해 전날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실험장 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지,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경제건설 집중 노선을 채택했다고 전하자, 일본 언론들은 이를 실시간으로 신속 타전했다.

NHK는 조선중앙통신의 관련 보도내용을 자막을 통해 전한 뒤 리포트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대해 대화 자세를 강하게 호소했다”고 설명하는 한편, 방위성 관계자의 전언을 통해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흥정 기술의 일환일 가능성도 있다”며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양대 통신사인 교도(共同)통신과 지지(時事)통신도 조선중앙통신 보도의 주요 내용들을 수차례로 나눠 속보로 전했다. 교도통신은 ‘북한, 핵실험장을 폐기…ICBM 발사 중지’, ‘북한, 위협 없는 한 핵무기 사용 않는다’ 등 북한의 발표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지지통신 역시 속보를 통해 북한이 핵실험과 ICBM의 발사 중지를 결정하는 한편 ‘주변국과 긴밀한 대화를 적극적으로 행할 생각을 밝혔다’고 타전했다.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지를 발표한 것에 대해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런 움직임이 핵과 대량파괴 무기, 그리고 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라며 “이를 확실히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발표에 대해 일단 미국과 보조를 맞춘 형태로 ‘환영’의 입장을 내보였지만, 실상은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이 “만족할 만한 발표는 아니다”고 선을 긋는 등 경계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의 포기와 관련한 언급이 없으며 핵 포기에 대한 발언도 없다. 이것으로는 불충분하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또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금까지도 핵실험장을 포기하겠다는 조건으로 자금을 받아낸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실험을 계속했다. 여러 차례 그런 적이 있었다”며 북한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시사했다. 

한편 일본이 북한에 대해 이토록 냉랭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그간 북한 핵문제를 지렛대로 한국,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에 맞서온 구도가 흔들리는데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취재 결과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논의에서 일본이 소외되는 것을 가장 걱정한다”고 털어놨다. 만일 이러한 움직임이 평화협정까지 이어져 평화협정 당사국인 남・북・미・중을 중심으로 한 4자회담으로 발전될 경우, 일본이 중국과의 외교 경쟁에서 뒤처져 입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북한 핵문제의 획기적 진전과는 반대로, 자국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일본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지난 8일 교도통신은 북일관계 소식통을 이용해 북한이 올해 들어 일본 측에 ‘일본인 납치문제는 해결이 끝났다’는 메시지를 재차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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