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살면 무상으로 양도, 한 지자체의 도전

4월 초 도쿄 오쿠타마 마을(奥多摩町)이 ‘새 집을 공짜로 드린다’는 이주 상담회를 개최했다. 토지 면적 50평에 정원과 주차장이 딸린 2층 신축 단독 주택을 매달 5만엔의 사용료를 받고 임대하며, 22년 이상 거주하면 무료로 양도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순 계산으로 1320만엔으로 도쿄에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조건이 있다. 만 43세 이하로 중학생 이하의 자녀가 있는 가정이 대상이다. 그리고 아이가 2명이면 매달 사용료는 4만엔, 아이가 셋이면 3만 5천엔, 아이가 10명 이상일 경우엔 무료로 거주할 수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50평의 토지에 신축 단독 주택을 지어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오쿠타마시 (출처;오쿠타마시 홈페이지)
인구 감소로 인해, 50평의 토지에 신축 단독 주택을 지어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오쿠타마시 (출처=오쿠타마시 홈페이지)

도쿄 오쿠타마 마을은 도쿄 서부의 산악지대에 위치하며, 지치부다마가이(秩父多摩甲斐) 국립공원 부근으로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도쿄 중심부에서 전철로 1시간 반 거리다. 오쿠타마 마을이 이런 파격적인 대책을 내세운 원인은 심각한 인구부족 때문이다. 인구 약 5300명, 60년 전과 비교해 인구가 40%나 줄어든 데다, 인구의 절반이 65세 이상 고령자다. 고령자 복지를 뒷받침하고 재정파탄 위기를 극복하려면 젊은층의 이주 밖에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3년전에는 빈 집을 무료로 양도하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리폼 비용의 일부를 이주자가 지불해야 해서, 좀처럼 이주하는 젊은이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허름한 빈 집이 아니라, 새 집을 지어서 22년간은 임대를 하고, 22년이 지나면 무상 양도를 하는 방식을 채택했고, 이주 설명회에는 젊은이들이 쇄도했다. 접수는 다음달 21일까지며, 현재 5가족이 응모를 준비중이다. 입주는 내년 1월경을 예정하고 있다.

지치부 마을의 경우엔 '마쓰리'라 불리는 축제를 수행할 인원 부족으로 옆 마을 및 자원봉사자의 힘을 빌리고 있다. (사진=김민정기자)
지치부 마을의 경우엔 '마쓰리'라 불리는 축제를 수행할 인원 부족으로 옆 마을 및 자원봉사자의 힘을 빌리고 있다. (사진=김민정기자)

인구 감소는 각 지자체의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저하는 재정파탄으로 이어진다. 지자체 통합으로 재정파탄을 막아보려고도 했지만, 딱히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쿠타마 마을을 포함해 각 지자체들은 지자체 존속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먼저 사업 및 취업 지원이다. 나가노현(長野県) 오마치시(大町市)는 재래시장에 가게를 여는 사람에게 500만엔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홋카이도(北海道)  쓰루이 마을(鶴居村)도 회사를 차리면 최대 500만엔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돗토리현(鳥取県) 니치난 마을(日南町)은 농업을 시작하는 젊은이에게 800만엔을 조성해준다. 주택제공 등 이주자에게 편의제공을 해주는 제도도 있다. 기후현(岐阜県) 히다시(飛騨市)는 주택을 구입한 사람에게 10년간 쌀을 무료로 제공하며,  홋카이도(北海道) 오케토 마을(置戸町)은 단독 주택을 무료로 제공하고, 이사 비용까지 내준다. 홋카이도(北海道) 미나미후라노 마을(南富良野町)은 22세까지 모든 의료비가 무료다. 육아지원으로 젊은층 모시기에 바쁜 곳은 시마네현(島根県) 치부 마을(知夫村)이다. 둘째가 태어나면 지자체가 50만엔을, 셋째면 100만엔을 지급한다. 같은 시마네현(島根県) 오키노시마 마을(隠岐ノ島町)은 결혼식만 올려도 25만엔을 지불해준다. 

인구 감소 및 저출산 문제 해결이 지자체의 존속과 직결되는 문제다. (사진=김민정기자)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이주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망설이는 이들을 위해 이주 무료 체험을 진행하는 지자체들도 적지 않다. 나가사키현(長崎県) 고토시(五島市)는 3개월간 무료로 집을 대여해준다. 살아보고 결정하라는 것이다. 

도시가 아닌 농어촌의 인구 감소 현상은 더이상 막을 수 없는 문제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은 존속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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