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사는 젊은층 공략 목적···카페, 고급 잡화, 보육원까지

“자동차는 판매하지 않습니다. 이곳은 렉서스의 세계관을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도쿄 유락쵸(有楽町)에 지난 3월 문을 연 복합 빌딩 ‘미드타운 히비야’의 1층에는 도요타 자동차 매장 ‘렉서스 미츠(Lexus meets)’가 있다. 하지만 매장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은 커피와 음식, 그리고 고급스런 가방 등 일상 잡화들이다. 잡화 진열대를 지나 중앙으로 들어서야 무심한 듯 전시된 렉서스의 최신형 자동차를 두 대를 만날 수 있다.

미드타운 히비야 1층 ‘도요타 미츠’ 매장에서는 자동차 대신 가방과 지갑 등 잡화류만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매장 내에 진열된 문구 용품을 둘러보는 이용객들 <사진=최지희기자>

‘렉서스 미츠’의 매장 직원은 “카페에서 식사를 하며 렉서스의 세계관을 맛보고, 부티크에서 물건을 사며 렉서스의 세계관을 즐기는 곳”이라며 안내했다. 넓은 공간의 카페에서는 다양한 음료와 음식들이 판매되고 있었으며, 오른편 부티크에는 약 450여점의 잡화들이 밝은 조명아래 정갈히 진열되어 있었다. 잡화들 가운데는 남성용 장지갑이 5만 엔, 서류 가방이 20만 엔 정도로 비교적 높은 가격대로 책정된 물건들이 많았다. 직원은 “고급차 렉서스와 함께하는 생활을 일상품으로 체험해 보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를 판매하지는 않지만 관심이 있는 고객에 한해 담당자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또한 모니터로 시승 체험은 가능하지만, 팜플렛은 따로 비치되어 있지 않다. 이곳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입구 왼편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자동차를 구경하고, 돌아서는 길에 부티크에서 가방이나 지갑, 문구용품을 둘러보며 매장을 나선다. ‘렉서스와 함께 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는 컨셉은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가전 판매점’을 표방하는 ‘츠타야 카덴(蔦屋家電)’을 떠올리게 했다.

이처럼 변신을 시작한 자동차 판매점들의 배경에는 젊은층의 자동차 이탈 현상인 ‘구루마바나레(車離れ)’에서 기인한다. 차를 사는 대신 가까운 렌트카에서 필요할 때만 빌려 타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젊은층에게 다가가기 위해 기존의 쇼룸과의 차별화를 꾀하며 승부에 나선 것이다. 

렉서스 매장 입구. ‘렉서스’ 간판이 없으면 카페로 착각할 만큼 컨셉을 차별화했다. <사진=최지희기자>
매장에 들어가 물건을 사지 않아도 누구나 자유롭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일본의 자동차 업계 국내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도요타의 경우 2017년 일본 내 판매는 163만 대로 2016년보다 3% 증가했지만 정점을 찍은 1990년과 비교하면 40%가까이 줄어든 상황이다. 반면 차량을 렌트하거나 공유하는 산업은 점차 확대하는 추세로, 전국 자동차 공유 사업체들의 회원수는 5년 전에 비해 6배 증가해 지난해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일본 자동차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자동차 소유자 중 30세 미만의 비율은 6%로, 2001년 14%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10대와 20대의 운전면허 취득도 최근 10년 새 10%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자동차를 보다 생활 속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근 도요타 자동차와 계열 판매점들은 자동차 매장을 ‘차와 상관없이 가볍게 들러 쉬어가는 곳’으로 인식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달 3일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직접 “제조업에서 이동 서비스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는 등 도요타는 판매점 디자인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2016년 히로시마(広島)에 문을 연 ‘클립 히로시마’는 이벤트룸과 700여권의 책을 비치한 북카페가 메인으로, ‘렉서스 미츠’와 마찬가지로 자동차는 전시하지만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 처음 시도하는 컨셉에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있었지만 문을 연 지 1년 반 만에 5만 명이 찾는 지역 명소로 자리했다. 

한편 2월에 새롭게 만들어진 도쿄 도요펫 마고메(馬込)점은 이달 1일에 병설 보육원을 오픈했다. 매장 직원의 자녀들은 12명까지, 인근 지역의 어린이들은 약 50명까지 보육원을 이용할 수 있다. 담당자는 “자동차 판매와 직접 연관은 없을 수 있지만 지역 사회에 공헌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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